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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김병만을 욕되게 하는가

누가 김병만을 욕되게 하는가

발행 :

문완식 기자

[기자수첩]

김병만 ⓒ사진=이기범 기자
김병만 ⓒ사진=이기범 기자


개그맨 김병만의 현재를 만든 건 KBS 2TV '개그콘서트'의 '달인'코너였다. 2007년 12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4년 동안 선보인 이 코너는 '김병만=달인'이라는 이미지를 시청자들에게 심어줬다. 김병만은 이 코너에서 고추냉이를 아무렇지 않게 먹고, 서커스에 가까운 묘기를 선보이며 새로운 개그 장르를 개척했다. 동기이자 친구인 이수근이 KBS 2TV '1박2일'로 '국민머슴'으로 거듭나며 인기를 모을 때도 묵묵히 '달인'의 길을 걸었다. 매주 '묘기'를 선보이다 보니 몸 성할 날이 없었다. 그래도 그는 코너를 내릴 때까지 쉼 없이 정진했다.


김병만이 '달인'을 포기한 건 '정글' 때문이었다. 그는 2011년 10월 아프리카 나미비아 편을 시작으로 SBS '정글의 법칙'으로 그의 인생에 있어 또 다른 장을 열었다. 늘 도전하는 그에게 '정글'은 '달인'을 포기할 만큼 매력적인 것이었다. 사실 당시 그는 '달인' 역시 계속하고픈 마음이 있었다. '김병만'이란 이름 석 자를 세상에 알린 코너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달 넘게 외국에 나가있어야 하는 '정글' 스케줄과 매주 녹화가 진행되는 '개그콘서트' 스케줄 조화는 어려웠고 결국 이런저런 사정 끝에 '달인'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 김병만의 지인은 "'달인'을 내려놓은 김병만이 무척이나 아쉬워했다. 더 하고 싶어 했는데 상황이 그렇게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때문에 '정글'은 '달인' 이후 김병만을 지탱하는 프로그램이 됐고 그의 마음가짐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올인'만이 최선이었다.


사실 '정글의 법칙'이 처음 시작했을 때 시청자들의 반응을 뜨뜻미지근했다. 연예인이 오지에 가서 생활하는 모습을 담은 프로그램은 그간 많았기 때문이다. 오지에서 잠자고 원주민 만나는 내용은 더 이상 새로울 게 없는 아이템이었다. 그런데 '정글의 법칙'은 '대박'이 났다. 소재는 참신한 게 아니었기에 이 프로그램의 승부수는 '어디'보다는 '누가'나 '어떻게'에 있었는데 김병만이 기가 막히게 그 '누가'와 '어떻게'를 살렸기 때문이다. '정글의 법칙'에서 보여준 김병만의 모습은 연예인이나 개그맨이라기보다는 탐험가에 가까웠다. 그는 그 어디를 가든 현지 상황에 녹아들어 상상도 못할 대응으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오죽하면 '병만족'이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파푸아, 바누아투, 시베리아 툰드라, 마다가스카르, 에콰도르 아마존에서 보여준 김병만의 모습은 방송을 떠나 한 인간의 치열한 생존기와도 같았다. 그의 한 측근은 "김병만은 오지로 떠나기 전 인천공항에 내리는 순간부터 정글형으로 변한다"며 "매니저가 따라가는 일은 당연히 없고, 휴대전화부터 두고 내린다. 철저하게 현지형으로 변신한다"고 말했다. 현지에 가서 몸 사리지 않고 촬영에 임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병도 많이 얻어서 귀국하면 치료하기 바쁘지만 그는 또 다시 준비를 해서 말없이 오지로 향한다.


'정글의 법칙'이 뉴질랜드 편에 출연한 박보영 매니저의 '개뻥 방송' 얘기로 논란에 휩싸였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진정성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박보영이나 해당 매니저, 누구를 탓 할 일은 아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거짓'이면 당연히 욕먹을 일이다. 하지만 김병만을 욕하지는 말자. 그에겐 '정글의 법칙'이 지금 전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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