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재 고갈이요? 아직은 괜찮아요.(웃음)"(남호연)
서울 등촌동 SBS 공개홀 근처 모 카페에서 대본 연습과 상황극 설정에 몰두하던 '웃찾사2' 인기 코너 '개투제라블 멤버인 남호연, 김정환, 최백선, 김원구, 박영재를 만났다. 이들은 자유로운 대화 속에서도 콩트에 재미를 더하기 위해 더욱 몰두하고 있었다.
SBS의 유일한 개그 프로그램이었던 '개그투나잇'은 새로운 코너 발굴, 신인 개그맨들의 패기 넘치는 연기 등으로 불리한 시간대 편성과 시청자들의 많지 않은 시선에도 꿋꿋이 그 명맥을 유지해왔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개투제라블' 등 몇몇 인기 코너가 있었다.
◆ "음악 개그, 쉬우면서도 어려워..앨범 계획은 없다"
코너 제목에서도 쉽게 유추할 수 있듯이, '개투제라블'은 말 그대로 '개그투나잇'에서 펼쳐지는 작은 '레미제라블'이었다. 하나의 상황극이 펼쳐지다 결정적인 순간 한 멤버가 음악에 맞춰 개사된 곡을 부르기 시작하고, 이에 나머지 멤버들도 자신의 생각을 노래로 표현하는 콘셉트로 진행됐다.
영화 '레미제라블'이 배우들의 감정이 담긴 대사를 노래로 표현해 한 편의 뮤지컬을 만들어내면서 웅장함과 감동을 선사했다면 '개투제라블'은 일상적인 상황에서 갑자기 코믹한 가사로 노래를 부르는 것이 웃음의 포인트다.
"영화 '레미제라블'을 보면서 뮤지컬 영화를 처음 접해봤는데 코미디로 구성해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멤버들이 직접 만든 몇몇 UCC를 통해서 좋은 반응을 얻었어요. 원래는 음치 콘셉트로 가려고 했지만 영화처럼 기본 설정을 잡고 개사를 재미있게 하기로 결정했어요."(남호연)
리더 남호연은 "첫 녹화 때 상황극을 펼치다가 박자를 놓쳐 NG를 내서 되게 아쉬웠고 속상했었는데 방송이 나가고 나서 반응이 생각보다 좋았다"며 "인기 코너로 자리 잡을 것이라 전혀 예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멤버 김원구는 "주변 분들이 뮤지컬 형식의 개그 코너가 가진 색다른 모습을 아주 재미있게 봐주셨다"고 전했다.
'개투제라블' 멤버들은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처음 접해본데다 무대에서 노래를 하는 것도 처음이라 노래 연습을 정말 많이 하게 됐고 이제는 자신감도 붙었다"면서도 "'음악 개그'라는 것이 쉬우면서도 어려운 장르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용감한 녀석들', '나몰라 패밀리' 등의 코너가 음악을 개그의 한 콘셉트로 잡았고 나중에 음원도 발표하는 모습이 대단하게 느껴졌어요. 물론 저희는 멤버들이 뮤지컬 음악을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라서 앨범에 대한 생각은 전혀 없어요.(웃음)"(박영재)
'개투제라블'은 또한 가수 에일리, 손호영, 허각, 지나 등 유명 가수들이 깜짝 게스트로 출연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남호연은 이들과의 호흡에 대해 "아무래도 잠깐 녹화에 참여하는 분들이라 같이 해왔던 멤버들과 콩트적인 부분을 맞추는 게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멤버 박영재는 손호영과 함께 코너를 만들었을 때를 떠올리며 "굉장히 열정적으로 연습에 임하셨고 먼저 같이 맞춰보자고 적극적인 자세로 다가왔다"며 "다시 한 번 같이 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개투제라블' 멤버들은 앞으로의 코너의 미래에 대해 "언젠가는 '개투제라블' 마지막 녹화를 하게 될 날이 올 텐데 그때는 정말 여러 합창 단원을 구성해서 웅장한 느낌으로 마무리하고 싶다"는 포부도 덧붙였다.

◆ "'웃찾사' 성공, 경쟁력 강화가 정답..1등 '개그콘서트'도 잘돼야"
SBS는 지난 2011년부터 '개그투나잇'을 통해 개그 프로그램의 명맥을 유지해오다 지난 4월 과거 인기를 끌었던 명성을 되찾기 위해 '웃찾사'라는 타이틀을 다시 가져왔고, 시간대도 일요일 오전으로 옮기며 승부수를 던졌다.
'개투제라블' 멤버들은 '웃찾사'로의 귀환에 대해 "동료 개그맨들 모두 긍정적인 반응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물론 동시간대 시청률 경쟁에서는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웃찾사2'의 최근 변화는 출연 개그맨들에게는 최대의 화두였다.
"우선 프로그램 제목이 '웃찾사'로 바뀐 것에 대해 동료들 모두 좋아했어요. 방청객도 많이 늘었고 SNS를 통해서 실시간 반응도 더 많아졌고요. 정말 '웃찾사'라는 타이틀이 가진 영향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남호연)
"그나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저희 부모님 모두 교회를 다니시는데 일요일 아침 시간대에 방송돼서 기독교 신자 시청자들을 놓치게 되더라고요.(웃음)"(김정환)
'웃찾사2'가 편성된 시간대에는 인기 프로그램 MBC '놀라운 TV-서프라이즈'(이하 '서프라이즈')와 KBS 2TV '출발 드림팀2'가 방송되고 있다. 두 프로그램 모두 나름대로 시청자들의 지지를 얻고 있기에 '웃찾사2'의 경쟁력 강화 또한 없어서는 안 되는 상황이다.
"두 프로그램 모두 각각의 색깔이 있어서 '웃찾사2'의 동시간대 투입이 시청자들에게는 더욱 새롭게 느껴질 것 같아요. 어찌 보면 일요일 오전 시간대의 시청률 경쟁이 프로그램의 인지도나 시청 층도 더 넓힐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김원구)
그렇다면 '개투제라블' 멤버들은 KBS 2TV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와의 경쟁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까. 이들의 대답은 한 마디로 '상생'이었다.
"사실 '웃찾사'가 '개콘'을 이겨보자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아니었으니까요. '개콘'을 넘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웃찾사'도 '개콘'처럼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일 뿐이죠."(남호연)
"지금 이 시점에서 '개콘'의 인기가 하락한다면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전체가 침체에 빠질 거예요. '개콘'도 분명 지금보다 더 잘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박영재)
"앞으로도 '웃찾사'만의 색깔을 사람들이 '개콘'을 좋아해주듯이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어요."(김정환)
이들은 '개투제라블'이라는 팀의 일원으로서 역할에 충실해 코너가 성공을 거두는 것을 큰 목표로 삼았다.
"'웃찾사'가 가졌던 예전의 명성을 찾는 데 '개투제라블'이 큰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솔직히 '개투제라블'이 '웃찾사2' 코너 전체에서 1등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뒤쳐지지는 않는다고 생각하거든요. 자만심이 아니라 자부심을 갖고 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 있도록 달릴 거예요."(남호연)
"개그라는 게 정말 어려워요. 대중이 느끼는 코미디에 대한 시각을 어떻게 포착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앞으로도 더 노력하는 방법밖엔 없는 것 같아요."(박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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