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은 '아, 옛날이여~'가 돼버렸지만 한때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이 일요예능을 주름잡던 때가 있었다. 시청률은 20%를 오르내렸고, 자연스레 '국민 예능' 타이틀도 뒤따랐다. '1박2일'에 소개된 '숨은 명소'는 찾아가보면 '1박2일에 나왔던 곳'이라는 큼지막한 플래카드와 함께 '인산인해'를 이뤘다. '시청자투어', '여배우특집', '명품조연특집' 등 특집들도 큰 화제를 모았다.
그런데 그런 '1박2일'이 요즘 통 시원찮다. 시청률은 동시간대 방송 3사 예능 중 최하위다. 더 가슴 아픈 것은 시청자들이 이제 '1박2일'에 대해 잘 언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월요일 아침 삼삼오오 모여 얘기하는 것은 '아기병사 형식'이나 '우리 후'뿐이다. 간혹 '런닝맨' 얘기도 나오지만 '1박이 어쩌구'하는 얘기는 이제 찾아볼 수 없다.
'1박2일'의 이 같은 '위기'는 동시간대 SBS '런닝맨'과 MBC '진짜사나이'의 선전의 영향이 크지만 무엇보다 '1박2일' 스스로 정체성을 찾지 못하는 게 가장 크다. '1박2일'의 정체성은? '멤버들이 형제처럼 국내의 명소를 찾아 여행을 다니는 것'이다. 여행을 하면서 그 유명한 복불복게임도 하고, 기상미션도 수행하면서 감동과 재미를 안기는 게 '1박2일'의 본연의 모습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게스트'를 무슨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하고 있다. '1박2일'은 최근 이문세, 최강희, 허영만, 소녀시대 윤아 등 과거 볼 수 없었던 '게스트 방송'을 남발 중이다.
물론 의미를 살린 게스트의 출연은 필요하다. 유홍준 교수가 출연, 경주나 경복궁 등 문화유산을 설명한 특집은 큰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여수 편에서는 허영만 화백과 함께 윤아까지 섭외, 멤버들이 윤아의 눈길을 끌기 위해 치열한 눈치작전을 벌이는 모습이 주를 이루면서 '식객'급 설명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을 실망케 하기도 했다.
19일 장흥 편 촬영에도 배우 수애가 합류했다는 소식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애초 이번 특집은 멤버들이 친한 동생을 초청, 함께 여행하는 특집으로 기획됐다. 하지만 섭외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노출됐고 결국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는 수애가 '홍보성 게스트'로 출연을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1박2일'이 '마지막 카드'로 쓰고 있는 '게스트 카드' 역시 프로그램의 인기 하락과 더불어 쉽지 않은 상황인 것.
이런 '앞뒤 꽉 막힌' 상황은 어디서 비롯됐을까. 일선 제작진은 그래도 의욕적으로 KBS의 명품 예능프로그램 '1박2일'을 살리기 위해 이런 저런 시도도 해보고 노력 중이라는데, KBS 예능국 스스로가 '오판'하고 있는 것 같다는 게 여러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한 관계자는 "프로그램이 어려울수록 본질로 돌아가야 하는데, 오히려 예능국 스스로 제작진에게 이것저것 잘못된 주문을 하고 있다. '그게 아닌데' 하면서도 다들 아무런 소리도 못하고 잘못된 길로 함께 가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KBS에서 30년간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고 현재 KBS 편성본부장을 맡고 있는 전진국 전 KBS 예능국장은 최근 한 매체에 기고한 글에서 "제대로 된 떡밥을 던져야 콘텐츠 과잉의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지금 '1박2일'은 이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쉰 떡밥'만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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