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예능이 간만에, 어쨌든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됐다.
시들했던 MBC 예능이 오랜만에 화제의 중심에 섰다. 지난달 16일 첫 방송을 시작한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이하 '결혼 지옥')이 단 2회 만에 시청률 7.1%를 차지했다.(이하 닐슨 전국 기준) 첫 회 4.5%도 요즘 시청률로선 낮은 수치가 아니었는데, 금세 10%대를 겨냥하게 됐다.
'결혼 지옥'은 첫 회에 안무가 배윤정의 산후우울증, 남편인 전 태국 프로 축구선수 서경환과의 소통 갈등을 "출산 후 죽고 싶었다"는 표현까지 쓰며 고스란히 시청자에게 전달했다. 산후우울증 증세 중 산모가 죽음을 생각할 정도의 경우도 꽤 많다고 알려진 게 사실인데, 이 광경을 직접 본 시청자들은 충격적으로 이 리얼 상황에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결혼 지옥'은 굿데이터 5월 3주 월요일 비드라마 부문에서 13.55%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결혼 지옥'은 2회 김승현 부모의 '황혼 이혼' 위기편을 더 자극적으로 그렸다. 예고편부터 막장 드라마만큼 매웠고, 방송가에선 "근래 예능 중 가장 자극적", "이렇게 방송에 내보내도 괜찮은 거냐"란 말들이 오갔다.
남편 김언중의 반복되는 거짓말, 그로인한 아내 백옥자의 혼절과 응급실행. 예능에서 벌어진 초유의 촬영 중단 사태. 이들 부부 역시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의 위기 상황에 놓여 시청자를 걱정케 했다. 백옥자가 밤중에 몰래 공장에서 화투 치는 남편을 급습하는 아슬아슬하고 긴장되는 추격, "시X"이라고 욕하며 주먹까지 휘두른 후 화투판을 뒤엎고 바닥에 누워버린 막장 상황이 완벽한 막장 콤보를 이뤄 내내 시청자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김언중 백옥자 부부는 최후에 오은영의 솔루션으로 화해의 분위기를 찾았지만, 감정 소모는 시청자의 몫이었다. 여전히 그 자극적인 장면 장면들이 뇌리에 박혀 잊히지 않는다. 김승현, 배윤정 부부가 직접 "잘 지낸다"고 추후 해명했지만, '결혼 지옥'이 보여준 건 드라마도 아니고 실제 상황이었기 때문에 잔상이 더 진하다.
'오은영 매직'은 분명 힐링이다. 그러나 솔루션을 받기 전 문제의 상황들이 방송가에선 자극적인 시청률 상승 소재로 쓰이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채널A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는 오은영의 명쾌한 솔루션을 제시하기 이전, 사연자들의 쇼킹한 얘기로 먼저 시청자의 시선을 빼앗았다. MBC도 종편의 이 수순을 밟는 것일까. 현재까지 '결혼 지옥'에서 기억에 남는 솔루션은 1회 "재택 근무 말고 현장 출근을 하라", 2회 "아내의 화병과 과거 트라우마를 헤아려라"다. 이 솔루션이 사연의 자극성보다 상대적으로 기억에 남진 않았다.
'결혼 지옥'은 이제부터 비연예인의 사연을 공개할 예정이다. 일단 방송 초반 시선을 끄는 것에는 성공했다. 10회 안에서 보여줄 얘기는 임신, 출산, 대화, 경제관, 잠자리, 직업 등이라 한다. 민감한 주제는 19금 연령제한을 달고서라도 방송하겠다는 의지다. '결혼 지옥'이 남은 회차에서 오은영 매직과 시청률 매직을 어떻게 배합해 쓸 지 궁금하다.
한해선 기자 hhs42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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