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의 연기 앙상블이 펼쳐진다.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예스24스테이지에서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행사에는 연출 오경택, 배우 박근형, 김병철, 이상윤, 최민호, 김가영, 신혜옥 등이 참석했다.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는 미국 배우이자 극작가인 데이브 핸슨의 대표작으로 부조리극의 고전 '고도를 기다리며'를 오마주한 메타 코미디 연극이다. '구두는 안 맞고, 커피는 식어가고, 대본은 어렵고, 연출은 오지 않는다'는 설정 속에 펼쳐지는 두 언더스터디의 대화는 유쾌한 웃음을 자아내는 동시에 예술과 인생, 존재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2013년 뉴욕 국제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첫선을 보인 후 미국, 영국, 헝가리, 뉴질랜드 등 세계 각지에서 공연됐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초연됐다. 이번에는 캐릭터의 해석을 한층 세밀하게 다듬어 유쾌한 웃음과 여운을 전할 전망이다.
연출을 맡은 오경택은 "얼마 전에 함께 '고도를 기다리며' 작품을 성황리에 마쳤다.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 대본을 받아본 지는 오래됐다. '고도를 기다리며'를 하면 할수록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뭔가 더 현실적이고, 우리들의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연달아 오마주처럼 이어가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무대 위 배우들의 교감이 중요하다. 언더스터디 작품이지만 좋은 배우가 하는 게 맞나 하는 시선도 있을 거 같다. 사람이라면 무언가를 얻게 되면 더 나은 내일을 바라는 것이 인간의 보편적인 습성이지 않겠나. 각자만의 고도, 기다리는 고도가 있을 거 같다. 연극이라는 예술 장르가 가난하고 배고픈 직업이라고 한다. 사실이다. 영상 매체는 복제, 유통되지만 이 극장 안에서 매회 살아 움직이고 이렇게만 공유할 수 있는 속성 때문에 경제적으로 말하기는 힘들다. 기초 예술을 국가에서 많이 지원해줘야 한다. 그럼에도 젊은 예술가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많은 관심이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하기도 했다.
이번 시즌 에스터 역에는 박근형과 김병철이 출연한다. 원작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블라디미르(디디)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박근형은 이번 작품에서 '고고'의 언더스터디 에스터로 무대에 선다.
박근형은 "'고도를 기다리며'를 2년 동안 하고 바로 자청해서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를 하게 됐다. 배우는 수천가지 역을 도전하는 거 같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어떤 역할이든 뭐든지 다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고도를 기다리며'가 부조리였다면 이번에는 세상을 사는데 뒤처지고 신참 연극인과 노년의 배우 둘, 언젠가 연출할 줄 알고 기다리는 연출이 나온다. 노년에 제가 할 때는 연민의 정이 가득 담긴 감동적인 연극이 될 것"이라며 "배우는 어떤 역할이든지 한 번 하는 데 실패했을 때 '배우도 아니다'라고 하는 게 아니라 이 역할에 실패했다고 하는 게 맞는 거 같다. 저는 그런 얘기는 듣고 싶지 않다. 기대해주셔도 좋을 거 같다"고 말했다.


또 박근형은 연극 환경에 대한 쓴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는 "소극장이 처음이다. 19살 때부터 무대에 올랐었다. 다방에서 1인극도 해보기도 했다. 이번에 정식으로 소극장에 데뷔하게 됐다"며 "미술, 연출은 앞으로 나아가는 거 같은데 배우들의 연기는 정체돼 있다 노년으로 들어왔으니까 노년의 삶을 멋지게 보여주기 위해 걱정이 많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창작극에 배고파있다. 희곡 문학이 많이 없다. 맨날 남의 나라 거 맨날 하고 있다. 좋은 환경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근형과 함께 에스터 역을 맡은 김병철은 9년 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한다. 완전히 다른 색채로 그려내 진지함과 절제된 코미디 감각을 전한다.
김병철은 "제가 연기하는 곧 사라져갈 에스터는 아니다. 기회를 갖지 못했던 대역 배우를 전전하는 연기자다. 파트너 벨과 만나 늦었지만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는 인물이라 생각한다. 오랜만에 연극 무대에 서게 돼서 떨리기도 하고 설레기도 한다"고 전했다.


벨 역에는 이상윤과 최민호가 캐스팅됐다. 이상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요령이 없는 젊은 배우다. 배우가 되고 싶다는 열망 하나로 이 세계에 뛰어들었다. 선배님을 통해서 배우기도 하고 깨닫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배우로서 인정받았는지, 항상 목마름이 있었다. 아직도 그 부분에 있어서는 끊임없이 답을 찾으려고 한다. 진정한 배우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무대에 오르고 싶은 벨의 마음과 같을 거라 생각한다. 당연하게 느껴졌던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최민호는 지난해 초연에서도 벨 역을 맡은 바 있다. 그는 "또 하게 돼서 기쁘다. 새롭게 작품 준비해서 영광이다. 초연할 때 하고 이번에 또 하게 되면서 유일한 경력직이다. 새로운 벨을 보여주기 위해 열심히 노력 중이다. 작년에 처음 연극을 하면서 느낀 설렘의 감정을 재연할 때도 담았다. 발전된 모습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며 "더 많은 걸 배웠다. 작년과는 또 다른 제 모습을 찾아가는 게 새롭고 좋을 거라 알고 있다. 저는 항상 열려 있고 연극 무대는 매번 하고 싶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로라 역에는 김가영과 신혜옥이 맡았다. 김가영은 "무대 감독이 아닌 무대 조감독 역이다. 에스터와 벨에게 연기란 무엇인지 새로운 화두를 던지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신혜옥은 "처음에 순식간에 읽었다. 제가 관련하고 있는 이 직종과 딱 맞는 이야기라 깊이 빠져들어서 봤던 거 같다. 총체적으로는 인생 자체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잘 표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는 오는 9월 16일 막을 올린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