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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CC 개론] 30. 10년 만에 중심이 되다

[K-LCC 개론] 30. 10년 만에 중심이 되다

발행 :

채준 기자
/사진제공=제주항공
/사진제공=제주항공

K-LCC 출범 10년차였던 2014년은 K-LCC업계에게 유의미한 해로 기록된다.


사상 처음으로 연간점유율 50%를 넘긴 기념비적인 해다. 우리나라에 처음 LCC가 도입될 당시 아무도 탈 것 같지 않았던 K-LCC가 시장점유율에서 과반을 넘긴 것이다.


반면에 2014년 국내외 항공업계는 항공기의 잦은 추락과 실종, 땅콩회항 스캔들 등의 사건사고로 얼룩진 암울한 시기이기도 했다. 이 같은 소용돌이 속에서 K-LCC업계의 '나홀로 성장'은 그래서 더 빛을 발했다.


수송실적 기준으로 제주항공과 진에어, 에어부산 등 K-LCC업계의 2014년 국내선 시장점유율은 51.2%를 차지했다. K-LCC의 성장과 더불어 중국과 일본의 LCC들도 잇달아 출범하면서 동북아시아에서 LCC가 차지하는 비중도 11.5%로 급속하게 증가했다.


한성항공과 제주항공을 통해 LCC가 우리나라에 첫 선을 보인 지 10년 만에 벌어진 지각변동이었다. 그저 사업규모가 작은 영세한 항공사쯤으로 여겼는데 10년간 원가절감 노력과 다양한 혁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제공한 K-LCC는 우리나라 항공시장의 중심에 섰다는 평가를 처음 받았다.


그리고 K-LCC업계 10주년이 된 2015년은 제주항공이 정기항공사로 설립된 지 10년이 되는 해였다. 그 사이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등이 시장에 추가 진입하며, LCC 5개사와 기존항공사 2개사 등 총 7개의 국적항공사가 경쟁하게 됐다.


K-LCC 출범 전, 선택권 없이 독과점의 폐해를 고스란히 떠안았던 우리나라 항공소비자는 그새 시장의 주체가 됐다. 경쟁의 효과로 소비자의 선택권이 넓어진 결과 국적항공사를 이용한 여행객 수는 2005년 3561만 명에서 2014년 6018만 명으로 증가했다. 연평균 6% 이상의 성장세였다. 1996년 3391만 명이었던 국적항공사 이용 여행객이 K-LCC 출범 직전인 2004년 3600만 명이 되기까지 연평균 0.75%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8배 정도 높은 성장률이다.


과거 FSC 2개 항공사가 제한적인 경쟁을 펼치며 사실상 시장의 주체였다면, K-LCC의 시장 진입은 완전경쟁을 유도하며 소비자가 주체가 되는 새로운 항공문화를 만들었다. 완전경쟁으로 인한 운임 인하와 서비스 경쟁이 여행심리 확산과 맞물리며 국내 항공업계의 빠른 성장을 유도한 것이다.


K-LCC의 성장은 시장구도를 완전히 변화시켰다. 2005년과 2006년 각각 0.2%와 2.2%에 불과했던 수송실적 기준 K-LCC의 국내선 시장점유율은 2014년 말 기준으로 51.2%까지 성장했다. 그야말로 비약적인 성장세였다. 국제선도 제주항공이 처음 운항을 시작한 2008년 0.05%에 불과했던 비중이 2014년 말 기준으로 11.5%까지 늘어났다.


K-LCC의 급속성장은 고용창출 등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데도 기여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집계에 따르면 항공사와 협력사를 포함한 항공운송업 관련 사업체 종사자 수는 2005년 1만4891명에서 2012년 2만6828명으로 80% 증가했다. K-LCC 외형 성장에 따른 신규 인력채용 등이 고용시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K-LCC의 성장은 자연감소분을 보충하는 수준이 아니라 고용창출에 큰 기여를 한 셈이다.


안전성에 대한 논란도 극복했다. 취항이후 10년 동안 단 1명의 인명사고 없이 고공비행하며 시장에 안착한 것이다. K-LCC 운항 초기에 지연과 결항이 발생했을 때 대체항공편 투입에 한계가 있어 소비자의 불편이 컸지만, 이후에는 대부분의 K-LCC들이 10대 이상의 기단을 확보해 이 같은 불편도 빠른 속도로 줄여 나갔다.


기존항공사들은 국내 항공시장에서 입지를 되찾고 실적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자회사형 LCC를 설립했다. 여기에 지역공항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K-LCC 설립도 거론됐다. 또 에어아시아 등 외국계 LCC들도 한국법인 설립을 통한 우리나라 하늘길에 눈독을 들였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와 분단국가라는 점, 이웃나라인 중국이 항공자유화를 원치 않는 등의 제한 탓에 하늘길 개척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실제로 좁은 국토에 산재한 지역공항 가운데 수익은 고사하고 자생력을 갖춘 곳도 김포공항과 제주공항, 김해공항 등 몇몇 곳에 불과한 실정이었다.



/사진제공=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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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9개사의 K-LCC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5개사가 있었던 2015년에도 과포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2023년 현재 우려되고 있는 비현실적인 지방공항 신설과 고속버스회사보다 많은 국적항공사 숫자 논의가 이미 2015년에도 똑같이 있었다.


당시에도 지방공항을 더 늘리고 신규 항공사를 더 허용하는 문제는 분명 신중한 검토가 요구됐다. 항공전문가들은 자칫 그동안의 노력으로 일궈 놓은 모든 성과를 한번에 잃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를 잇달아 내놓았다. 국제유가 하락과 여행문화 진작, 한류붐 등 국내 항공산업이 발전할 수 있었던 여러가지 맞춤조건들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지속성장이 가능한 새로운 조건과 환경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K-LCC 운항 10년이 되면서 시장점유율에서 과반수를 넘기고 항공여행이 대중화되자 당장 눈앞의 상황에만 취해 우후죽순처럼 곳곳에서 공항과 항공사 설립이 추진됐다. 이를 반대하는 K-LCC업계는 제 밥그릇만 챙긴다는 비난을 받았다. 자칫 공멸의 길로 들어설 수 있으며, 소비자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소수의견은 여론에 밀렸다.


또한 2014년 말을 기준으로 FSC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국내선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밑돌았지만 자회사인 진에어와 에어부산을 포함할 경우 시장지배력은 약 70%까지 늘어났다. 사실상 당시에도 국내 하늘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양분하고 있는 셈이었다. 형식적으로는 다원화된 시장구조였지만 실질적으로는 여전히 기존항공사 중심의 시장구조가 공고히 유지되고 있던 상황이었을 뿐이다.


-양성진 항공산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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