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시와 울산공항이 간직한 항공사 유치의 길고도 슬픈 스토리가 신규 항공사들에게는 울산에서 하늘길을 열고자 했던 도전의 잇단 실패기였다.
하지만 그 같은 스토리는 불굴의 도전기로 남아 여전히 진행형이다. 코로나19의 긴 터널에서 빠져나온 2023년이 되자 울산시는 곧바로 울산공항 활성화와 줄어든 운항노선 공백을 메우기 위해 신규 항공사 유치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이번에는 '섬에어'가 등장했다. 하지만 섬에어의 경우, 김포공항을 거점으로 울릉도, 백령도, 흑산도 등의 섬공항에 취항하는 것을 우선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동해와 서해, 남해에서 각각 섬공항 건설이 추진되자 이번에는 전국 곳곳에서 섬항공사가 설립되고, 준비되고 있다. 이미 항공법인이 만들어진 곳도 있고, 추진중인 곳은 더 많다. 그 가운데 이름마저 섬항공인 섬에어(SUM Air)는 2022년 11월17일 마프앤비욘드(MAAF&Beyond)라는 회사에서 설립해 본격 취항을 준비하고 있다. 섬에어 홈페이지에는 '도시와 섬을 연결하여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RAM'을 비전으로 밝히고 있다. RAM은 '지역항공 모빌리티(Regional Air Mobility)'를 뜻한다. 이 신규 항공사는 하이에어가 썼던 터보프롭 여객기(ATR72-500)의 상위버전인 ATR72-600 기종으로 국내선 및 2시간 이내의 일본과 중국 등 근거리 국제노선에 취항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국내선에서 체력을 비축해 궁극적으로는 K-LCC에 편입하겠다는 계획에 다름아니다.

울릉공항을 염두에 둔 섬에어 외에 경북도에서도 신규 항공사 설립 움직임이 있다. 경북도는 기존 K-LCC들이 울릉공항에 취항할 소형항공기를 갖추는 것을 기대하기 보다는 안정적으로 항공노선을 공급하고 소형항공사업의 선점을 위해 민관 합작 형태의 자체적인 항공사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이미 2023년 1월16일 법무법인 광장에 '경상북도 지역항공사 설립 타당성조사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나오면 출자 및 출연 형태로 기존 소형항공사를 합병하거나 새로운 지역항공사를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대구·경북 신공항과 울릉공항 개항에 대비해 안정적인 항공서비스 제공과 지방공항 활성화, 항공수요 증대방안 등을 모색한다는 취지이다. 따라서 울릉공항이 2025년 준공되면 시험운항을 거쳐 2026년 초 출범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5월, 부산을 기반으로 한 신생항공사가 출범했다. 부산 강서구에 본사를 둔 시리우스에어라인(SIRIUS AIRLINES)은 항공기를 리스해 항공화물 운송사업으로 항공사업을 시작한다는 것이었다. 시리우스에어는 국내 최초로 기내인테리어 사업에 진출하고, 기술자격을 인정받은 중국 JIATAI사와 합작사업을 추진하며, 홍콩 항공기 중정비업체인 HAECO와 항공기 정비(MRO)사업도 함께 펼친다는 청사진을 발표하기도 했다. 미주, 유럽, 대양주 등 중장거리 노선에 취항할 예정이라며 슈퍼 이코노미 시트를 설치해 국적항공사 중 최대 피치인 36인치를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우기도 했다. 시리우스에어는 "중남부권을 담당하는 종합항공사로 성장할 것"이라며 "항공화물사업으로 부산의 육해공 Tri-port 완성을 통해 동아시아 물류허브 도시를 완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주춤했던 시리우스항공은 2023년 10월 지방거점 항공화물 항공사를 표방하며 국토부에 면허를 신청하는 등 기지개를 켜고 있다. 2024년 6월 대형항공기 A330F를 도입하기 위한 리스 계약을 했다는 시리우스항공은 2027년까지 김해공항에서 중국 칭다오, 싱가포르, 멕시코시티 노선과 인천공항에서 독일 프랑크푸르트, 미국의 로스앤젤레스와 애틀랜타 등 총 15개 노선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현재 신공항을 계획하고 있거나 건설 중인 곳은 제주제2공항, 새만금 신공항, 대구공항 이전, 가덕도 신공항, 울릉공항, 흑산공항, 백령공항, 서산공항 등 8개에 달하는데 이번에는 경기국제공항이 가세했다. 인천공항과 김포공항 등 수도권 대형 국제공항 이용객의 절반이 경기도민인데 이들 공항은 인천시와 서울시에 있는 것이고, 경기도에는 민간 국제공항이 없다는 논리에서 확장해 아예 경기 남부지역에 수도권 제3공항 설립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인구 1천만 명 이상이 거주하고 있는 경기 남부지역의 여객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국제공항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여주시, 이천시, 용인시, 평택시, 안성시 등의 경기 남부지역에서는 인천공항과 김포공항보다는 청주공항이 거리상으로 더 가깝지만 현재 청주공항과 이들 지역을 연결하는 대중교통이 없어 불편하니 경기국제공항을 새로 짓자는 게 명분이다.
이 같은 신공항 건설 러시가 국내 항공업계에 미칠 영향은 표면적으로는 긍정적이다. 공항이 많아진다는 것은 노선의 다양성과 확장성에는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특한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오히려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별의별 명분과 주장과 논리로 공항이 건설되면 그 다음엔 꼭 해당 공항 기반의 신규 항공사 설립이 추진된다. 그리고 전 세계 LCC 최다 보유국에서 소형항공사까지 최다보유를 넘본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공항마다 필연적으로 신규 항공사 설립이 뒤를 따르는 게 공식처럼 되어 있다.

예를 들어, 제주 제2공항 개항을 1~2년 앞둔 시점에 '제2의 제주항공'이 설립될 확률은 몇 %나 될까? 정답은 100%이다. 공항이 둘이면 항공사도 당연히(?) 둘은 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제주도민들을 가만 두지 않는다. 예상컨대, 이번에는 민관합작 방식의 주식회사 형태가 아닌 도민주 형식의 '제주도민항공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제주도의 주도로 만들어진 현재의 제주항공을 제주도민들은 '제주도 항공사'라고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 제주도민은 인천공항에서 국제선을 더 많이 뛰는 제주항공을 탐탁치 않아 한다.
-양성진 항공산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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