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예훼손 사건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합의에 이르렀다면, 그 합의의 법적 효력은 전적으로 합의서의 문구에 달려 있다. 실무에서는 합의금까지 모두 지급한 뒤에도 합의서 기재 방식의 문제로 공소기각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
형법상 명예훼손(제307조 제1항·제2항)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제70조)은 반의사불벌죄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법원은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해야 한다(형사소송법 제327조 제6호). 그러나 이 의사표시의 '방식'에 관해 대법원은 엄격한 기준을 제시해 왔다. 대법원 판결은 처벌불원 의사표시가 '진실한 의사가 명백하고 믿을 수 있는 방법으로 표현'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합의서, 무엇을 담아야 하는가
실무상 명예훼손 합의서는 최소한 네 가지 요소를 갖추어야 한다. 첫째, 사건의 특정(사건번호·당사자·행위 내용), 둘째, 처벌불원 또는 고소취소 의사의 명시, 셋째, 합의금과 지급 조건, 넷째, 민사 청구권 범위의 정리이다.
단순한 사건이라면 4개 조항의 간략 합의서로 충분하다. 핵심은 '갑은 을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원하지 아니하며, 관련 고소를 취소한다'는 문구를 빠뜨리지 않는 것이다. 합의금 지급, 게시물 삭제, 향후 부제소 확인까지 기재하면 기본적인 법적 안전장치가 마련된다.
그러나 합의금이 고액이거나 온라인 게시물의 삭제·정정이 쟁점인 사건, 비밀유지가 중요한 사건이라면 7개 조항 이상의 상세 합의서가 필요하다. 사과 및 원상회복 조항, 재발방지 및 비방금지 확약, 위약벌 규정, 비밀유지 의무까지 포함시켜야 추후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
합의 시기, 놓치면 되돌릴 수 없다
합의서를 제출할 시기도 중요하다. 대법원 판결은 처벌불원 의사표시나 고소취소가 제1심 판결 선고 전까지만 유효하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판결 선고 후에는 합의서를 제출하더라도 공소기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수사 단계에서 합의가 이루어졌다면 수사기관에, 공판 단계라면 법원에 합의서를 제출해야 한다.

합의서 작성, 전문가 조력 필수
명예훼손 합의서는 겉보기와 달리 경우에 따라 복잡한 법률 쟁점이 교차할 수 있는 문서다. 반의사불벌죄와 친고죄의 구분, 처벌불원 의사표시의 요건, 민사 청구권 포기의 범위, 위약벌의 유효성까지 — 조항 하나하나가 판례와 법리에 의해 그 효력이 좌우된다. 따라서 합의서 작성이나 검토가 필요하다면, 전문가의 조력을 받는 것이 장기적으로 가장 경제적인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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