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중국산 전기차(EV)와 하이브리드(HEV) 차량이 독자 진출을 포기하고 국내 중견 완성차 업체와 손을 잡는 '우회 진출'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KG 모빌리티와 체리자동차간 MOU를 시작으로 SAIC-GM의 뷰익 브랜드가 한국지엠과 함께 진출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BYD코리아와 지커코리아가 우리나라에 지사를 설립하고 직접 진출하는 것과는 정반대다. 가장 큰 배경에는 까다로워진 보조금 산정 기준과 엄격한 사후관리(A/S) 평가 제도가 자리 잡고 있다. 이른바 '우회 진출'을 선택하는 것이 속도와 비용 측면에서 실용적인 선택인 셈이다.

환경부의 보조금 개편안은 전국 단위의 직영 정비망 구축 여부와 충전 인프라 기여도를 핵심 지표로 반영한다. 중국 토종 브랜드가 직접 진출할 경우 촘촘한 정비망을 단기간에 갖추기 어려워 'A/S 부족에 따른 보조금 감점' 페널티를 피할 수 없다. 반면 한국GM, 르노코리아, KGM 등 기존 중견사의 탄탄한 정비·판매망을 공유하면 이 감점 요인을 손쉽게 우회할 수 있다.
BYD와 지커 등 선발 중국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 진출 과정에서 겪은 까다로운 인증 장벽 역시 우회 전략 채택의 기폭제로 작용했다. 커넥티드카 보안 우려로 국토교통부의 사이버보안관리체계(CSMS) 인증 통과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됐고,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환경부 인증 및 전파법 규제에 부딪혀 첨단 라이다와 주행 보조 시스템 등 핵심 사양이 대거 제외되거나 하향 조정됐다. 독자 노선으로는 한국 소비자의 눈높이와 겹겹이 쌓인 규제 장벽을 넘기 역부족임을 실감한 셈이다.

나아가 보조금 지급의 세부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도 국내 제조 및 조립 라인과의 연계는 필수적이다. 단독 진출의 한계가 명백해진 상황에서 국내 중견사와 중국 브랜드 간의 합종연횡은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한국지엠은 뷰익 브랜드를 30일 우리나라에 론칭한다. 국내 판매 상황을 어떻게든 벗어나기 위한 또 하나의 전략이라곤 하지만 스스로 선택한 것인지 SAIC-GM의 입김이 작용한 것인지 비중은 알 수 없다.
고전하는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활로로서 신규 브랜드를 도입하고자 하는 의지였다면, 장기적으로 국내 자동차산업의 기술 자립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울러 막대한 인증 지연 리스크와 보조금 삭감이라는 삼중고를 돌파하려는 이들의 우회 전략이 향후 국내 완성차 시장 판도에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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