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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영화제작사의 과제..'영화판 키우기'

②영화제작사의 과제..'영화판 키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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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화제작자협회와 매니지먼트사간 갈등이 표면화되는 등 '한국영화의 침체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국영화법률연구소 원장이자 '영화와 표현의 자유'의 저자인 리인터내셔널 법률사무소 임상혁 변호사가 스타뉴스에 현 영화업계의 현황을 진단하고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기고문을 보내왔다.


22일 '매니지먼트사의 과제..고유 서비스 개발해야'에 이어 오늘(23일)은 '영화제작사의 과제..영화판 키우기'편을 싣는다. 24일은 '영화투자사의 과제'편이 실린다.


2. 영화제작사의 과제 '영화판 키우기'


"적극적으로 수익창출에 나서야"


몇 년 전에 같이 일하던 미국변호사가 한국 사람들이 DVD를 ‘빌려서’ 보는 것이 이상하다고 이야기했다. 이에 내가 어차피 한번 볼 것인데 빌려서 보는 것이 경제적이라고 설명하자, 다시 내게 그러면 책도 빌려서 읽느냐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물었다.


사실 영화관람에 있어서 우리나라 사람들과 미국 사람들의 가장 큰 차이 중의 하나는 DVD를 ‘렌탈의 대상’으로 생각한다는 점과 ‘소장의 대상’으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미국인들은 영화와 책을 거의 동일시하여 둘 다 소장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반면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소설책은 사서 읽으면서 영화는 빌려서 본다는 생각을 한다. 하기사 소설책이나 특히 실용서를 구입하여 두 번 이상 읽은 적이 거의 없는 것을 생각하면 이는 생각하기 나름일 것이다.


요즈음 영화제작자들이 안팎으로 곱사등 신세이다. 개봉관 수입의 절반을 뚝 잘라 극장이 가져가지만 주요 극장들이 또한 주요 투자자들이므로 변변히 목소리도 못 내고 정부의 옆구리만을 찌르고 있다. 영화계가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이라지만 투자자들은 어지간해서는 지갑을 열지 않는다. 주연배우들과 감독들의 기세는 날로 커져 이들을 감당하기에 여간 버거운 것이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 영화시장은 1조3000억원 정도로 추산되며, 영화의 수익구조를 살펴보면 75%가 극장 상영수입이고 나머지는 DVD나 TV판권 등으로 구성된다. 우리나라 영화는 대부분 극장수입에 목을 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미국의 경우와 현저히 비교된다. 미국의 경우에 극장개봉시장은 45% 정도이고 나머지는 DVD시장이 이에 맞먹는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은 영화와 DVD를 동시에 릴리즈한다. 왜냐하면 시장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DVD 시장을 놓치고 있다. 영화관은 영화감상을 넘어 데이트나 나들이라는 의미도 있다. 그러나 이런 저런 사유로 영화관까지 갈 수 없는 사람들도 많다. 이러한 사람들은 이미 평가가 완전히 끝나버린 김빠진 영화만을 재미없게 감상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DVD시장만 활성화시켜도 수익이 크게 늘어난다. 시장자체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으로 다운받아서 본다고 하지만 좋은 화질과 음질을 원하는 사람은 DVD로 본다.


우리나라도 DVD 시장을 ‘대여시장’(rental market)이 아닌 ‘판매시장’(sell-through market)으로 활성화시켜야 한다. 이것은 인식 전환의 문제다. 물론 인식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은 아니다. 영화제작가협회는 이제라도 ‘DVD 사서 보기’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 국민 인식전환을 하고 DVD를 동시에 릴리즈하면 수입을 크게 늘릴 수 있는데, 제작자들이 DVD 릴리즈 시점을 늦추면서까지 개봉시장에 몰아주면서, 극장만 수입을 올린다고 불평하고 있다.


"투자할 사람 많은데 보호장치 없어..'완성보험제도' 도입 필요"


영화에 투자하고 싶다는 ‘소박한’ 투자자들을 주위에서 종종 만날 수 있다. 수익에 신경을 쓰지 않는 투자자가 어디 있을까마는 이들이 바라는 것은 결코 대박이 아니다. 이들 중에 자신이 투자한 영화가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제작, 상영되고 분배되는지 그 자체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도 많다.


이들이 진정 바라는 것은 영화가 도중에 엎어지지 않고 제작되어 관객으로부터 정당한 평가를 받는 것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소망만 들어줘도 투자자들의 범위를 크게 넓힐 수 있다. 영화를 엎지 않는 신뢰있는 제작자들에게 돈이 몰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2003년 전경련에는 영화투자에 관심이 있는 기업들이 중심이 되어 ‘문화산업특위’가 구성되었고 그 해 12월에는 ‘문화산업강국실현을 위한 정책개선과제’라는 보고서도 발표했다. 투자자가 영화에 안심하고 투자하기 위해서는 ‘완성보증보험제도’의 도입이 필수적이므로 이 제도의 도입을 촉구하는 요지였다. 이에 화답하여 2004년 1월 문화관광부는 위 제도의 도입을 ‘올해의 도입과제’로 선정하였다. 그러나 위 제도의 도입 논의는 전혀 진척이 없이 계속 지연되다가 결국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완성보증보험이란 영화가 당초 계획대로 제작일정 내에(in time) 예산범위 내에(in budget) 완성되고 배급사에 인도될 것을 보증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제작사로서는 투자자를 찾아 헤매고 다닐 필요없이 일반 금융기관으로부터 원하는 금액을 대출받을 수 있고 투자자로서도 자신이 투자한 금액이 정당하게 집행이 되고 있는지에 대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영화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제도이다.


그러나 정작 영화계 내에서는 완성보증보험제도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극히 드물다. 오히려 대부분의 사람들은 완성보증보험제도의 개념조차 모르고 있는 상태이다. 투자받는 쪽의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위 논의는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고 결국 위 제도의 기초를 이룰 인적, 물적 자원의 확보라는 장기적인 숙제만을 남기고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당시 문화산업특위의 위원장이던 모 그룹 회장은 위 제도를 기다리다 못해 그룹 내에 별도 팀을 만들어 영화에 개별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형편이다. 왜 이러한 자금을 조직적으로 끌어내지 못하는 걸까.


"제작사 회계투명화 결단 필요..SPC제도 도입해야"


어느 창투사 사장과 만나 한창 증권담보대출에 관하여 업무상 이야기를 나누다가 티타임에 머리도 식힐 겸 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 요즈음 영화가 화제니 영화에 투자해보는 것은 어떠냐고 물었다. 그러나 종전의 화기애애하던 분위기는 일순간 차가워졌다. ‘투자하면 뭐합니까. 저희들끼리 술 마시고 다 써버리는데. 도무지 비용을 어디다 쓰는지 알 수가 없어요. 다시는 영화에 투자 안 할겁니다.’


회계의 투명성. 상식적으로 당연한 일인데 영화계에서만 제대로 안되고 있다. 창투사에서 일반 벤처기업에 2억~3억원만 투자해도 투자사는 투자금의 회수를 위하여 경영상 주요 결정과 자금지출을 일일이 체크한다. 그런데 영화는 5억을 투자해도 내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최근 영화진흥위원회는 ‘문화산업 투자활성화를 위한 SPC 법제화 방안 연구’라는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회계의 투명성을 통하여 투자를 활성화시키자는 것인데 그 방법으로 SPC(special purpose company)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주식회사 말아톤’, ‘주식회사 올드보이’ 식으로 영화별로 회사를 만들고 투자금과 지출금을 별도로 관리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하여 제작사는 당해 영화가 실패하더라도 그 위험을 차단할 수 있고, 투자사는 제작사의 법적분쟁이나 자금유용 등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외국에서 일반화된 문화산업에서의 프로젝트 금융(project financing)을 도입하는 선결문제이기도 하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도 영화의 제작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다. 영화 한편의 예산이 100억원이 넘었다는 이야기도 쉽게 들린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완성도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대규모 자본의 투자가 필수적이지만, 현재와 같은 불투명한 회계구조를 가지고 있는 한 투자사의 1년 투자규모를 넘는 영화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SPC의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제작사의 향후 생존의 문제이다.


이와 같이 DVD 시장 활성화, 완성보증보험제도의 도입, 회계 투명화 세 가지만 이행되더라도 영화산업은 최소한 두 배 이상 발전할 수 있으며, 이는 우리나라 영화산업이 해결해야 할 가장 큰 숙제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영화제작자들은 ‘기획 마케팅’과 ‘스타 마케팅’을 최초로 도입하여 성공시켜 문화계 전반에 하나의 트렌드로 발전시켰으며, 모두가 고개 숙이고 있을 때 검열제 위헌판결을 이끌어 사회 전반의 권위주의를 털어내는 데에도 절대적인 공헌을 하였다. 영화제작자들이 다시 한번 용기를 내어 새로운 영화산업을 이끌어주기를 모두가 기대하고 있다.

/변호사 임상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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