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랑루즈', '시카고', '오페라의 유령'같은 뮤지컬 영화가 어찌 할리우드만의 것이랴. 아시아 각국의 스타 배우와 감독, 스태프가 한데 뭉친 뮤지컬 영화 '퍼햅스 러브'가 한국팬들을 만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첨밀밀', '금지옥엽'의 진가신(陳可辛) 감독, 한류스타로 우뚝 선 지진희, 일본의 가네시로 다케시(금성무 金城武), 중국의 떠오르는 톱여배우 주신(저우쉰·周迅), 홍콩 4대천왕의 최고 장학우(張學友)가 한데 뭉친 범아시아 프로젝트다. 여기에 '와호장룡'의 포덕희와 왕자웨이 감독과의 작업으로 유명한 크리스토퍼 도일이 카메라를 잡았고 인도 발리우드의 최고 안무가 파라 칸이 함께했다.
톱스타가 돼 영화에서 재회한 옛 연인 지엔(가네시로 다케시 분)과 손나(주신 분), 감독이자 손나의 현재 연인인 니웨(장학우 분)이 영화의 세 주인공. 성공을 위해 사랑을 버린 손나와 애증에 시달리는 지엔, 질투심에 사로잡힌 니웨는 영화와 현실 모두에서 묘한 삼각관계를 이어간다. 지진희는 극의 화자이자 사랑을 일깨우는 안내자인 천사 몬티 역을 맡았다.
지난 2일 중국을 시작으로 한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퍼햅스 러브'의 아시아 각국 개봉을 앞두고 프로모션 투어에 한창인 진가신 감독을 7일 홍콩에서 만났다.
어깨까지 오는 긴 머리와 동그란 안경이 인상적인 그는 시종 에너지가 넘쳤다. 인터뷰 말미 질문이 넘치자 "왜이렇게 시간이 모자라냐. 야밤에라도 다시 만나야 못다한 얘기를 해야한다"며 취재진보다 먼저 분통을 터뜨릴 정도다.
그는 처음으로 뮤지컬 영화를 하며 느낀 건 바로 음악의 힘이었다고 강조했다. 음악은 영화 속 감정을 고조시키는 동시에 말로는 표현못하는 무언가를 자연스레 담아낸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덕분에 지금까지 대개 애둘러 마음을 털어놨던 그의 영화 속 주인공들은 '퍼햅스 러브'에서 그 어느때보다 솔직하게 사랑을 이야기한다.
"아시아에는 말하지 않고 속으로 품는 사람들이 많지 않나. 대사로를 말할 수 없는 이야기를 노래의 가사로 표현할 수 있었다. 덕분에 더 닭살스런 대사가 가능했고 더 극적인 감정 표현이 이뤄질 수 있었다"는 게 이어진 진가신 감독의 설명이다.
그러나 아시아 최초의 초대형 뮤지컬 영화가 가야할 길이 쉽지만은 않다. '퍼햅스 러브'의 경쟁상대는 익숙하고도 탄탄한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바탕으로 수백만, 수천만달러의 자본을 투입한 할리우드 영화가 될 것이다. 새로운 이야기 아래 모든 노래를 새로이 만들고 안무를 새롭게 짠 감독의 야심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진가신 감독은 "나는 뮤지컬이 아니라 영화를 만들었다. 음악을 이용해 내 방식의 러브스토리를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뮤지컬이 과장된 사건과 감정을 기본으로 한다면 '퍼햅스 러브'는 등장인물의 현실적이고도 미묘한 심리상태를 그려냈기에 더욱 깊은 공감을 얻어낼 수 있으리라 본다고 그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의 이같은 분석이 맞아떨어진 걸까. 중국 관객은 인기 최고의 젊은 마법사 '해리포터'에게 쏟은 것보다 더한 사랑으로 화답했다. 지난 2일 중국에서 개봉한 '퍼햅스 러브'는 3일만에 1500만위안(약 22억5000만원)의 수익을 올리며 할리우드의 야심작 '해리포터와 불의 잔'을 꺾었다.
무협이 대세인 중국 영화시장에서 이같은 '퍼햅스 러브'의 선전은 이례적이다. "장이머우와 첸카이거 등 세계적인 스타 감독들까지도 오로지 '돈이 되는' 무협영화에만" 무섭도록 집중하는 중국의 상황. 그런 뼈아픈 현실에 절감하면서도 우직하게 자신만의 사랑이야기를 그려나가는 진가신 감독의 손을 관객들이 먼저 들어준 셈.
'해리포터'를 먼저 만난 한국의 관객은 어떨까. 내년 1월5일이면 우리 관객도 그의 야심찬 뮤지컬 영화를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사진 왼쪽부터 제작자 앙드레 몰건, 지진희, 주신, 가네시로 다케시, 진가신 감독. 사진제공=쇼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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