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하게 커다란 눈망울 속에선 언제라도 눈물이 똑 하고 떨어질 것만 같다.
그리고 그 아슬하지만 어딘가 깊어보이는 눈망울에서 기어코 흘린 눈물이 관객의 가슴을 후벼팠나보다.
배우 박시연. 지난해 영화 '구미호가족'으로 스크린에 데뷔하며 추석 연휴 관객몰이에 나섰지만 성과는 크지 않았다.
그리고 1년 만에 박시연은 영화 '사랑'(감독 곽경택ㆍ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 진인사필름)으로 다시 스크린에 돌아왔다.
끈질기고 '지랄 같은' 운명 앞에서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세상을 질주해가는, 아니 세상 속으로 뛰어드는 남자(주진모)의 모든 것이 그리도 눈물을 흘리게 했을까. "세상에 여자가 내 하나 밖에 없나"라고 원망하는 듯, 그 크고도 순수한 사랑을 받아들이기엔 너무도 벅찬 듯, 그도 아니라면 그저 사랑 앞에서 끝내 자신 역시 모든 걸 내던질 수밖에 없다는 듯, 박시연의 눈물은 진하고 진하기만 하다.
"모든 걸 걸 수 있는 사랑", 그게 어디 쉬운 것인가.
스크린 밖으로 빠져나온 박시연은 "영화 속에서라도 그런 사랑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수줍게 웃는다.

"그런 사랑"이란 스크린 속에서나 가능한 일일까.
▶영화 속에서는 미친 듯 사랑한다. 정말 다 버리는, 그런 사랑을 한다. 하지만 정말 힘든 일일 터이다. 그래도 난 알콩달콩한 사랑을 해보고 싶다.
'사랑해본 경험이 있지 않나'라고 물었다. 순전히 그가 주연한 영화 제목 때문이었다. 그 역시 극중 자신의 사랑을 "미친 사랑"이라고 가리켰다. '극중에서처럼 첫눈에 반하는 사랑도 있었느냐는 질문도 던졌다. 박시연은 그런 사랑은 "어릴 때나 가능하다"고 말했다.
▶내 사랑을 부끄럽게 여기거나 숨기고 싶지 않다. 좋은 사람을 만나기도 어렵다. 지금은 날 아껴주고 이해해주며 친구같은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건 누구나 마찬가지 아닐까?
-지금은 어떤가.
▶다가온다면 막고 싶지 않지만 아직은 아니다. 그럴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사랑은 늘 준비되지 않지만 어느 순간 다가오는 법.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다가온 사랑에 웃고 울며 아파한다. 그리고 또 그렇게 어느 한 순간 사라져가는 사랑을 뒤로 한 채 추억 속을 헤집는다.

-첫사랑은 어땠나.
▶초등학교 때는 누구만 보면 그저 가슴이 떨리는 정도? 짝사랑? 호홋! 고교 시절에는 동급생이었던 모범생을 좋아했다. 떨려서 말도 걸지 못한 기억이 있다.
-진짜 첫사랑 말이다.
▶대학 시절이었다. 5년 사귀었다.
'왜 헤어졌느냐'고 물었을 때 박시연은 짧은 시간을 머뭇거렸다. 그러더니 "그냥…, 다 그렇지 않으냐"고 답하는 듯, 되물었다.
-대체 사랑이 뭐냐.
▶나이 서른을 향해 가고 있는 마당인데, 잘 모르겠다. 30년을 더 살아도 모를 것 같다.
사랑에 관해 "정의할 수 없다"는 바, 오래도록 곱씹는 사랑이 그에게도 찾아올 터이다. 그리고 박시연에게 지금 그 사랑은, 일이기도 하다.
▶멜로영화에 꼭 출연하고 싶었다. 진한 멜로연기라면 모든 여배우의 꿈 아니던가. 연륜이 쌓이면 해야지 했는데, 그러기에는 '사랑'을 놓치기가 아까웠다, 정말.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곽경택 감독을 만나게 해달라고 주위 분들을 졸랐다. 그리고 부산으로 직접 날아갔다.

박시연은 그리고 곽경택 감독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말도 안 되는 것도 있었다"지만, 그는 "내 얘길 정말 많이 했다"고 돌아봤다.
이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듯, 박시연은 스크린 속에서 사랑했고 가슴 아파했으며 굵은 눈물의 처연한 여주인공이 됐다.
관객은 '박시연'이란 배우를 다시 보게 될 것이며, 박시연은 그렇게 다음 작품에서 또 관객을 만나게 될 터이다.
"계획을 세우고 살아가는 편이 아니다"는 그는 "좋은 작품이라면 열심히 할 각오가 되어 있다"고 마치, 신인 때로 되돌아간 듯한 말을 던졌다.
그렇지 않은 배우가 어디 있겠느냐마는, 박시연의 '사랑' 속 굵은 눈물로 인해 그의 말은 더욱 진정한 "각오"로 들려왔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