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금보와 유덕화, 그리고 매기큐. 이들은 각기 한때 아시아를 호령하며 할리우드에 영향을 줬던 홍콩영화를 상징하는 배우들이다.
성룡과 함께 80년대 홍콩 쿵푸영화를 책임지던 홍금보, 그 뒤를 이어 홍콩 느와르에서 의협의 피를 뿌리던 유덕화, 그리고 홍콩을 뒤로 하고 할리우드로 떠난 매기큐, 이렇게 각 세대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삼국지:용의 부활'(감독 이인항, 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로 만났다.
'삼국지:용의 부활'은 아시아 전역에 잘알려진 '삼국지연의'가 영화로 첫번째 만들어진 작품이다. 방대한 역사를 압축할 수 없기에 조자룡을 주인공으로 장판교 전투와 그의 마지막 전투를 담았다. 당초 무술감독만 하기로 했던 홍금보는 조자룡을 좋아하면서도 질투에 몸부림치는 나평안을 맡았으며, 매기큐는 조조의 손녀라는 가상의 인물로 등장해 자기가 세상을 버려도 세상이 자기를 버릴 수 없다는 신념을 가진 인물로 등장한다.
등장만 해도 눈이 부시는 세 사람이 한국에 모였다. '삼국지:용의 부활'에 한국자본과 인력이 대거 투입돼 4월3일 개봉을 앞두고 월드 프리미어를 열었기 때문이다. 세 사람과 나눈 각각의 이야기들을 대담형식으로 엮었다. 이들이 말하는 '삼국지:용의 부활'과 홍콩영화에 대해 전한다.
유덕화(이하 유):'삼국지:용의 부활'을 처음 선택하기가 싫지는 않았어요. 왜냐하면 삼국지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이야기잖아요. 물론 배우로서 관심은 있었죠. '적벽'에서는 연락도 안오던차에 마침 이안항 감독님이 연락을 했죠.
이인항 감독님과는 내 100번째 작품을 같이 해서 그 때부터 인연이 있었거든요. 자신이 10년전부터 준비한 작품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출연하겠다고 결심을 하자 '적벽'쪽에서 연락이 오더라구요. 거기서도 조자룡을 맡아달라고 하더군요. 내가 조자룡과 그렇게 닮았나봐요.(웃음)
홍금보(이하 홍):무술감독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흥쾌히 받아들였지. 배우로 출연할 생각은 별로 없었어. 그런데 시나리오를 보니 나평안이라는 인물이 너무 마음에 드는거야. 조자룡가 같은 고향 출신으로 '따거'(형)이라 불리면서도 능력이 안돼 질투에 사로잡힌 인물이 너무 하고 싶더라구. 그래서 홍금보라는 배우를 추천했지.
매기큐(이하큐):맨 처음 홍콩에서 연락이 왔을 때 '삼국지'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어서 감독님과 통화를 하고 싶다고 했죠. 이인항 감독님이 LA로 전화를 해서 길게 통화를 했어요. 지금까지 연예계에 있으면서 그렇게 진지하게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은 처음이었어요. 특히 감독님이 나를 위해 원래 남자역을 여자로 바꾸게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기뻤죠. 나를 위해 역사를 바꾼다잖아요.
유: 홍금보 형님은 사실 장비역을 맡을 지 알았어요. 워낙 이미지가 닮았잖아요.
홍:사람들이 그렇게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나는 장비랑 닮지 않았어. 알잖아. 내가 얼마나 부드러운 남자인데.
큐:선배님들은 이 작품을 찍으면서 힘드신 것은 없었나요. 저는 만다린(중국 표준어)을 외워야 하고 비파를 연습해야 해서 너무 힘들었는데. 사실 비파를 연습할 때 어찌나 힘들고 실망시키면 안되는데라는 생각에 밤마다 울기도 했어요.
홍:음, 그래도 자네는 무척 잘해냈어. 돈황에서 촬영하는 게 결코 쉽지가 않았잖아. 아침에는 비가 왔다가 낮에는 무덥고, 밤에는 눈이 오고. 특히 고대전쟁을 연출하려다보니 무기가 너무 무거워서 힘들었지.
유:그래도 좋은 결과가 나와서 다행이에요. 요즘 중국에서 대작을 만드는 게 유행처럼 됐지만 '삼국지:용의 부활'은 또 다른 것 같아요. 액션영화이면서도 드라마가 담겨있죠. 한국영화인과 같이 작품을 하는 것도 좋았어요. 한국영화는 좀 더 상업적으로 인터내셔널한 반면 중국영화는 예술적인 감성이 강하잖아요. 두 요소가 결합해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아요.
홍:확실히 한국영화 제작 수준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 배우로도 출연하고 싶은데 초대하지는 않더라구.(웃음) 예전에는 한국에서 영화를 참 많이 찍었는데. 그 때가던 버드나무집이나 무교동 음식점들이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어. 다방도 참 많았는데.
큐:선배님들은 한국과 인연이 참 많으신가봐요. 저는 다니엘 헤니의 옛 여자친구라는 소문만 한국에서 무성한데.(웃음) 홍금보 선배님은 사실 처음에는 무서운 줄 알았는데 대화가 통화는 분이라고 놀랐어요, 유덕화 선배님은 예전에 커플로 연기를 해봤지만 언제나 완벽을 추구하는게 대단하다고 생각했죠.
유:매기큐도 대단하기는 마찬가지지. 할리우드에서 '미션임파서블3'와 '다이하드4.0'에 출연하는게 어디 쉬운일인가.
홍:확실히 그래. 아시아계 배우들이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야. 그런점에서 성룡 주윤발 이연결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 미국인들은 자기 문화를 보호하려는 측면이 강하거든. 다른 문화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문제는 기회를 만드는 거지.
큐:할리우드에서는 배우를 인종으로 가르는 측면이 많죠. 시나리오도 백인을 염두에 두고 쓰고. 하지만 20년전에는 라틴계 배우가 별로 없었듯이 지금 우리가 열심히 하면 기회가 오겠죠. 한국배우들도 많이 진출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유덕화 선배는 정말 수십년 동안 한결같이 인기가 높으세요. 부러워요.
유:인기 비결 같은 것은 없어. 이제 중국인들은 나를 스타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냥 나를 친한 사람,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그동안 파트너들을 동료라고 생각하지 라이벌로 생각하지 않은 것도 사람들이 나를 그렇게 받아들이는데 한 몫하는 게 아닐까.
홍:자네는 계속 홍콩에 있었으니 최근 홍콩영화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요즘 홍콩영화를 많이 못받네. 이건 요즘 홍콩관객의 마음과도 같을거야. 예전에는 아무리 바빠도 홍콩영화를 봐야 된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에는 그런 열정이 줄어들었어. 다시 홍콩영화가 부흥했으면 좋겠는데.
유:중국시장은 너무 좋아진 반면 홍콩시장이 줄어들고 있죠. 이제 과거처럼 한국과 일본에서도 홍콩영화를 필요로 하고 있지 않잖아요. 중국은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도 있죠. 귀신을 찍으면 안되고 흑사회와 관련된 영화는 안된다는 제약은 여전하죠. 그래서 요즘 그런 장르의 영화들이 사라지고 있기도 하구요.
그러니 홍콩 시장만을 목표로 하는 영화는 예산이 적을 수 밖에 없죠. 큰 영화를 만들려면 중국과 작업을 같이 하지 않을 수가 없구요. 안타까워요. 정말 바람이 있다면 내가 영화를 찍고 만드는 한 홍콩영화가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거에요.
큐:홍콩언론들도 그런 점을 이야기해야 할텐데 늘 이상한 짓만 하죠. 저만 해도 아무 상관이 없는 진관위 사건에 이름을 올리더라구요. 쓸게 없으니 계속 관련도 없는 사람의 이야기를 하는거죠. 홍금보 선배님은 사망 기사도 나왔고, 유덕화 선배님은 결혼을 했었다는 기사도 있었죠.
유:홍콩의 매체들은 제한할 수가 없어. 이번에도 나와 매기큐가 '삼국지:용의 부활'을 한국에서만 홍보한다고 악의적으로 보도하더라구. 난 그들이 뭐라고 해도 가만히 있어. 한국연예인들도 홍콩에 오면 안좋은 일을 많이 겪잖아. 차라리 나처럼 뒤로 한발자욱 물러서는 게 좋을 것 같아. 일일이 대응하지 말구.
홍:아무튼 '삼국지:용의 부활'이 잘됐으면 좋겠어. 이 영화는 한국뿐 아니라 중국,홍콩 등 아시아 6개국에서 개봉하잖아.
유:좋은 결과가 있겠죠. 삼국지에 대한 관심은 늘 있잖아요. 이번에 트라이베카 영화제에도 경쟁부문에 진출하는 성과도 있었고.
매기큐:저는 할리우드에서 차기작 촬영 때문에 한국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홍보는 못나서지만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다음에도 또 이런 기회가 있을 테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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