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폭 소재 코미디 영화에는 소재만 달라질 뿐 항상 똑같은 캐릭터와 설정이 있었다. 관객들은 이 같은 반복에 식상함을 느끼고 조폭 코미디는 똑같다는 결론을 내기도 했다.
오랜만에 조폭을 소재로 한 영화 '유감스러운 도시'가 관객을 찾아온다. 이번에는 조폭이 경찰에 잠입하고, 경찰이 조직에 잠입해 한 판 대결을 펼친다. 정준호는 "기존과 다른 조폭 코미디 영화를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영화에도 조폭 코미디의 뻔한 법칙이 존재한다.
'가문의 영광' '두사부일체' '조폭마누라' 등 조폭을 소재로 변주해온 한국 영화 속 조폭의 대표적인 이미지는 무식함이다. 그들은 대학교를 나왔느냐 못 나왔느냐에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가문의 영광'에서 대학교를 나온 사위를 맞으려 하고, '두사부일체'에서 조직을 이끌기 위해 학력이 필요하다며 학교에 보낸다. '두사부일체' 시리즈는 고등학교에 이어 대학교까지 그리고 대기업에 취직 시켰다. '유감스러운 도시'에서 정웅인이 경찰에 잠입하는 인물로 뽑힌 이유도 대학교를 나왔기 때문이다.
영화 속 무식함은 웃음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였다. 영화 제작 당시 가장 유행하고 있는 사회적 이슈나 아이템을 무식 코드로 활용함으로써 관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두사부일체'에서는 인터넷 카페, 메일 주소 등을 패러디해 큰 웃음을 줬다. '유감스러운 도시'에서는 범죄조직의 보스 양광섭(김상중 분)이 재미를 선사한다. 임진왜란이 100년전에 일어났다고 생각하고, CD(양도성예금증서)를 음반CD로 여긴다.
무식함은 폭력으로 이어진다. 시도 때도 없이 때리고, 자신의 무식함이 탄로 날 때는 주위에 보이는 게 무기라고 생각할 정도로 폭력을 행사한다. 관객과의 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폭력이다. 폭력이지만 폭력 같지 않아 보일 수 있는 것, 그것이 관객들의 웃음을 끌어낼 수 있었다.
뚜렷한 캐릭터 설정은 조폭 코미디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특징이기도 하다. 가장 무식한 인물이 웃음을 책임지고, 가장 싸움을 잘하는 인물이 화려한 액션을, 그리고 조폭 같지 않은 조폭이 스토리 전반을 이끌었다.
이 같은 구조가 가장 잘 짜여진 영화가 '두사부일체' 시리즈였다. 정준호 정웅인 정운택은 각각의 뚜렷한 캐릭터로 관객들에게 다가갔다. '유감스러운 도시'에서 정준호는 조직에 잠입한 경찰 장충동, 정웅인은 경찰에 잠입한 조폭 이중대, 정운택은 무식한 캐릭터 문동식으로 감초연기를 선보인다.
이 같은 무식의 키워드는 뻔한 줄거리를 만들었다. 처음에 인물들의 캐릭터를 설정해 보여주고 무식함으로 벌어지는 좌충우돌 에피소드, 그리고 마지막에 조폭들의 한 판 대결이 전체적인 구조다. '가문의 영광' '두사부일체' 등 조폭코미디 영화는 모두 비슷한 포맷을 가지고 있었다.
관객들의 웃음을 책임지기 위해 항상 반대 조직의 폭력배들도 등장한다. 그들의 무식함은 주인공들을 넘어선다. 관객들은 '덤 앤 더머'와 같은 그들을 바라보며 웃었다.
한국 조폭 코미디영화에서 항상 지적이 됐던 것은 탄탄한 스토리였다. 정준호는 '유감스러운 도시'가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조폭 코미디와 멜로, 느와르를 버무렸다고 강조했다. 그 변화를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이 영화 성공의 포인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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