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과속 스캔들 '과속스캔들'(감독 강형철·제작 토일렛픽쳐스 디씨지플러스)이 개봉 73일만에 8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지금까지 8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는 총 7편. '과속스캔들'은 국내 영화 사상 8번째로 800만 관객을 모은 영화가 됐다. 역대 흥행 7위인 '웰컴 투 동막골'(800만)을 넘어 6위 '친구'(818만)를 향해 관객 몰이를 시작하게 된 셈이다. 반복관람과 중장년 관객의 극장행이 필수적이기에 500만 넘는 관객을 모은 영화는 하나의 '사회현상'을 낳는다고 한다. 과연 '과속스캔들'이 남긴 것은 뭘까?
◆잘만든 중급 기획영화의 힘
지난해 12월 3일 강형철이라는 신인 감독이 연출한 순제작비 25억의 코미디 영화가 개봉할 당시 이같은 성공을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비록 차태현이란 맞춤 캐스팅이 있기는 했으나 박보영도 왕석현도 당시엔 낯선 이름일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 '과속스캔들'은 2008년말 2009년초 최고의 히트상품이 됐다.
'과속스캔들'의 800만 돌파에는 잘 쓴 시나리오와 짜임새 있는 만듦새, 그로 인한 입소문이 가장 큰 몫을 했다. 불황기에 마음 놓고 웃을 수 있는 코미디를 찾는 관객들의 입맛에 맞는 적절한 배급시기도 빼놓을 수 없는 흥행 요소다. 감독과 제작사는 십수번 시나리오를 고쳐 써가며 완성도 있는 코미디 영화에 힘을 기울였다. 말 그대로 잘 만든 중급 기획 영화의 파괴력을 '과속스캔들'은 제대로 보여줬다.
◆블록버스터 강박증 벗기
그 연장선상에서 '과속스캔들'은 대박 흥행을 위해서 계속해서 몸집을 불렸던 한국 영화계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제작에서든 홍보에서든 배급에서든, 블록버스터 강박증에서 벗어나서도 기록적인 흥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배급 방식도 블록버스터식 와이드릴리즈에서 벗어났다.
'과속스캔들'은 200∼300개관을 꾸준히 유지하며 800만을 돌파했다.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 가능한 많은 수의 개봉관에서 단시간 내에 승부를 보는 와이드릴리즈 개봉 방식은 대박을 위한 필수 조건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과속스캔들'은 설 연휴 기간 340여개로 일시적으로 스크린을 늘렸을 뿐 적정한 규모의 스크린을 꾸준히 유지하며 대박을 터뜨렸다. 초반부터 힘을 빼지 않았기에 이같은 롱런이 가능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73일만에 800만 관객을 돌파한 '과속스캔들'의 '저속' 흥행 기록은 그래서 더 의미가 깊다.
◆코미디의 힘! 신인들의 힘!
'과속스캔들'의 기록적인 흥행은 한동안 한물 간 것으로 여겨진 코미디 영화의 흥행 잠재력을 일깨웠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과속스캔들' 전 '미녀는 괴로워'의 661만명이 한국 영화시장에서 코미디 영화가 기록한 최고 관객수였다. '투사부일체'와 '가문의 영광' 시리즈 등 조폭 코미디들의 기록도 상당하다. 그러나 최근 코미디 영화들이 잇달아 흥행에 실패하면서 '코미디는 안된다'는 회의가 일기도 했다. 그러나 조폭에서 벗어난 코미디의 여전한 가능성을 '과속스캔들'은 보여준다.
신인들의 막강한 위력 역시 '과속스캔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야깃거리다. 강형철 감독은 '웰컴투 동막골'의 박광현 감독을 넘어 신인감독 최고 흥행 스코어를 기록하게 됐다. 2008년은 '추격자'의 나홍진, '미쓰 홍당무'의 이경미, '영화는 영 다'의 장훈 등 눈에 띄는 신인 연출자들이 대거 등장한 해로 기록되게 됐다.
박보영과 왕석현, 황우슬혜 등 신인 배우들도 주목 대상이다. 이웃집 동생 같은 친근함과 소녀같은 청순함을 동시에 지닌 박보영은 '과속스캔들' 이후 충무로와 여의도 최고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왕석현은 깜찍한 매력으로 800만 관객을 사로잡았다. '미쓰 홍당무'에서도 활약한 황우슬혜 역시 주목해야 할 신인이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