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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vs 괴수, 인류를 괴롭히는 2가지 방법

로봇 vs 괴수, 인류를 괴롭히는 2가지 방법

발행 :

김관명 기자
사진


영화는 어쩌면 인류의 끊임없는 피해망상증이 빚어낸 결과물인지 모른다. 킹콩이 그랬고, 죠스가 그랬고, 뱀파이어가 그랬으며, 새가 그랬고, 벨로시랩터가 그랬고, 트랜스포머들이 그랬다.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이 언제 어디서 인류를 괴롭힐지 모른다는 공포. 결국 영화는 이러한 가공할 도전에 대한 인류 응전의 역사인 셈이다.


그리고 이러한 '도전자'의 대표 두 부류를 꼽으라면 역시나 로봇과 괴수다. '투모로우' '노잉' '트위스터' 같은 재난영화를 빼놓으면 섭섭하겠지만, 뭔가 살아 움직이고 머리를 쓰며 각개 약진한다는 점에서 로봇과 괴수야말로, 최소한 스크린에서나마 인류를 시도때도 없이 덥쳐온 신물나는 존재들이다(그리고 이들은 장난감과 애완동물의 형태로 언제든 인류 옆에 있어왔다, 그것도 '케로로'처럼 착한 표정으로).


지난 11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국내에 공개된 '터미네이터 : 미래전쟁의 시작'(사진)은 이 중 로봇 무리의 선봉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편들에서 이미 보여졌듯 T101, T1000 등 로봇전사인 '터미네이터'들은 미래에서 현재로, 인류 저항군의 지도자 존 코너의 탄생을 막기 위해 끊임없이 보내졌다. 그리고 그 주체는 '인류가 언젠가 자신들을 파괴시킬 것'이라는 자각을 하게 된 군사방위 네트워크 프로그램 '스카이넷'이었다.


이처럼 인류(영화인들은?)는 로봇이 '자각'을 하게 될 순간을 몹시도 경계(쾌재?)했다. '언젠가 저 로봇들이 우리에게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는 것. 아이작 아시모프의 SF소설이 원작인 '아이, 로봇'은 겉모습은 순진하게 생겼지만 '감정'을 갖게 된 로봇 NS-5의 섬뜩한 반란사였다. 세상에, 로봇이 "난 누구죠?"라고 묻는 순간을 떠올려보시라. 또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우주선 중앙컴퓨터 할의 갑작스런 반란을 떠올려보시라.


일본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 범용생체병기 에바는 자신과 자신의 기원에 대해 어렴풋이 자각을 했을 때면 어김없이 피에 굶주린 거대 들짐승처럼 '폭주'했다. '매트릭스'를 창조해낸 인공지능은 자신의 에너지원으로 인류전체를 지하 인큐베이터에 가둘 정도로 통 크게 '진화'했다. 인류를 공격하지는 않았지만 '공각기동대'의 사이보그 쿠사나기 소령도 자신의 정체성을 무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렇다고 꼭 기계나 로봇이 처음부터 온전하고 착하다가 굳이 '각성'할 필요는 없었다. 마이클 베이의 '트랜스포머'의 디셉티콘은 처음부터 궁극의 에너지원 '큐브'를 찾기 위해 지구로 온 악한 로봇이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우주전쟁'에서 어느날 갑자기 땅속에서 불쑥 솟아난 트라이포드 역시나 처음부터 무자비한 외계 거대로봇이었다. '몬스터 대 에어리언'의 에어리언 로봇 역시 상상 초월의 한 덩치로 지구 태생의 몬스터들을 몹시나 괴롭혔다.


이처럼 처음부터 로봇에 스며든 절대 악의 근성이야말로 괴수영화라는 장르의 출발점이다. 그놈들이 그렇게 생겨먹은 게 자연의 돌연변이 법칙이나 인간의 실수라 해도, 순전히 인간의 관점에서만 보면 '악한 놈'일 수밖에 없는 그런 존재들. '킹콩'이나 '죠스'는 그렇게 크게 태어난 죄밖에 없었고, '괴물'이나 '엘리게이터' '고질라'는 인간이 실수로 그렇게 만들어 태어난 죄밖에 없었다. '쥬라기 공원'의 그 수많은 공룡들 역시 인간의 탐욕으로 수십억년 후에 부활한 죄밖에 없었다.


그래도 이런 괴수들의 위력은 가공할 만했다. 무엇보다 비행선이라는 한정된 공간 이곳저곳에서 침 질질 흘리며 출몰했던 '에이리언'의 시각적 충격과, 죽여도 죽여도 또 살아나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이나 '나는 전설이다'의 좀비류 인간들의 끈덕진 체력. '트와일라잇'에 와서는 꽃미남스럽게 변신하긴 했지만 여전히 인간들을 게걸스럽게 쳐다보는 그 수많았던 흡혈귀들..


그리고 이러한 로봇과 괴수들의 인간 괴롭히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박쥐'는 지금도 어슬렁거리고 있고, '트랜스포머들'은 이제 곧 다시 살아나 지구로 쳐들어 올 것이며, 거대한 식인 맷돼지 '차우'는 오는 여름 들판에 출몰할 것이다. 진정, 인류의 피해망상증이란 스크린에서만 치유될 수 있는 고질병인가, 아니면 끊임없는 영화적 상상력의 원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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