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우는 늦깎이 배우다. 올해 나이 서른. 작품보단 CF를 통해 먼저 얼굴을 알렸다.
하지만 얼굴을 알렸을 뿐, 그 얼굴을 대중에 각인시키지는 못했다. 어쩌면 '10억'은 그래서 이은우에게 더 소중했다. 그녀는 '10억'에 사건의 발단을 제공하는 비밀의 열쇠 역을 맡았다.
박희순의 아내 역을 맡아 비중은 크지 않지만 가장 강렬한 역이다.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장면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감독님이 내가 죽으면 슬플 것 같다고 하시더라구요. 정말 그런가요?"라고 되물었다.
그렇다. 그녀는 슬퍼보이도록 여려 보인다. 80년생이란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또 동안이다. 그러나 이은우는 여린 외모에 당찬 성격이, 또 열정이 담겨 있다.
이은우는 마지막 폭행 장면을 찍다가 뇌진탕을 당했다. 액션스쿨에서 합을 맞추긴 했지만 열정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기에 더욱 악을 쓰다 생긴 훈장이었다. 촬영이 끝나고 병원 신세를 졌다. 이은우는 "쟁쟁한 배우들이 많아서 부담이 컸어요. 특히 박희순 선배의 분노를 대신 드러내야 했기에 더 열심히 하고 싶었어요"고 말했다.
꿈에서 '10억'을 함께 한 박해일 선배가 "쟤, 왜 저렇게 밖에 못해"라고 해서 소스라치게 놀라 깬 적도 있단다. 이은우는 "무식하게 연기하고 싶었어요. 감독님이 나를 보고 원했던 이미지를 드러내고 싶었구요"라고 했다. 그녀를 보고 여리게 생각했다면 속은 것이다.

이은우는 케이블 채널에서 자체 제작한 '펀치 스트라이크'로 사실상 데뷔했다. 그 때 나이 25살, 교복을 입고 여고생 역을 했다. 아직 개봉을 안 한 영화 '말보로 전쟁'에서도 교복을 입고 등장한다.
어려 보이는 얼굴, 독이 될까? 이은우는 "어려보이는 게 문제가 아니라 연기를 못해보이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나즈막이 이야기 하지만 말에 힘이 실려 있다. 나이도 그녀에겐 문제가 아닌 듯 했다.
친분이 있는 선우선이 35살에 빛을 보는 것처럼 "어떤 연기를 보여주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은우는 현재 KBS 1TV '산너머 남촌에는'에 좌충우돌하며 종갓집 종부로 성장하는 착한 신세대를 연기하고 있다. 조만간 또 다른 드라마에 출연할 계획이다.
그녀가 제2의 선우선, 아니 제1의 이은우가 될 날이 멀지 않은 듯하다. 그 때가 되면 사람들은 이은우의 연기에, 또 그녀의 나이에 놀라게 될 것 같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