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송창의에게 2010년은 '작품 운이 따랐던 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의 동성애 연기로 전에 없던 주목을 받았고, 괴테의 걸작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뮤지컬 무대에 섰다. 브라운관에서든, 무대에서든.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한 해다.
송창의는 오는 12월 지난해 촬영한 영화 '서서자는 나무' 로 관객들과 만난다. 2008년 '소년은 울지 않는다'의 개봉 이후 2년만. 전쟁고아의 치열한 삶을 그려냈던 그는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두고 세상을 떠나는 소방대원 구상으로 분했다.
"그동안 재난영화는 많이 있었지만 소방관들의 삶과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던 영화는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소방관들의 삶을 그린 휴먼드라마라는 점에서 매력을 많이 느꼈었고, 감독님과 상의 끝에 구상 역할을 맡게 됐죠. 사실 구상은 딸도 있는 유부남이라 처음에는 좀 더 높은 내이대의 배우를 생각하셨었대요.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생각하셔서 캐스팅하신 것 같아요."
그는 소방관 역을 소화하기 위해 소방훈련을 받기도 했다. 고양이가 높은 곳에서 내려오지 않을 때부터 큰 화재가 났을 때까지. 문제가 생기면 찾는 119의 고마움을 새삼 되새길 수 있었던 기회였다고.
"출연 연기자 분들과 함께 춘천에서 2박 3일간 소방훈련을 받았어요. 소방 물품 사용법도 익히고 가상으로 출동을 해보기도 했죠. 실제로 동료가 안 좋게 운명하셨을 때 유가족을 챙겨주시는 사례를 듣기도 했구요. 사실 가장 작은 사고부터 큰 사고까지 가장 가까이서 도와주는 분들이시잖아요? 위험 속에서 고생하고 계시는 그분들의 존재를 잊고 사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고마움을 많이 듣고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죠."
가장 기억에 남았던 신도 화재장면이다. 인물간의 드라마에 초점을 맞추던 영화의 하이라이트랄 수 있는 장면. 고생을 많이 한 탓인지 애착이 간다고.
"촬영하면서 고생을 많이 했던 장면이에요. 소방장비를 다 들쳐 매고 얼굴에는 검은 칠도 하고…. 폐교에서 촬영을 했는데 현장을 가보니까 위험요소가 많았어요. 잘 준비를 해서 다행히 다치는 사람 없이 촬영할 수 있었죠. 아무래도 그 장면이 제일 기억에 남는 것 같네요."

송창의가 맡은 구상은 소방관을 자신의 천직으로 여기고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뒤로 한 채 불길에 몸을 던지는 인물이다. 그간 그가 자주 맡아왔던 바르고 곧은, 그러면서도 슬픔을 간직한 인물인 셈. MBC 드라마 '신데렐라 맨'에서는 주인공의 반대편에 선 인물이었음에도 안타까움을 자아냈던 그다. 이미지 고착화에 대한 부담은 없었을까.
"작품을 선택할 때 캐릭터도 중요하지만 주로 전체적인 큰 내용을 보는 편이에요. 뭐 달리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니구요. 작품의 내용과 주제를 보고 제가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다 보니 그런 캐릭터들을 맡게 된 것 같아요. 지금 하고 있는 '베르테르의 슬픔'도 어쩌다 보니 슬픈 인물인데, 다음에는 좀 더 밝은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악역 같은 것도 해보고 싶은데 아무래도 시기적으로 좀 더 나중이 되어야할 것 같고, 제가 가지고 있는 새로운 면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에요"
그는 그간 맡았던 캐릭터 중에서 SBS드라마 '황금신부'의 준우를 실제 본인과 가장 비슷한 인물로 꼽았다. 집안에서 보여 지는 아들로서의 모습이 실제 집에서 본인의 모습과 닮은 것 같다고.
"저는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연기가 나온다고 생각하거든요. 캐릭터가 악하던 선하던 제 안에서 그런 성향을 뽑아내는 것 같고, 그러다보니 역할마다 나름의 성격이 묻어나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했던 역할 중에선 '황금신부'의 준우가 찍으면서도 비슷하다 느낀 적이 많았어요. 전체적으로 차분한 성격도 그렇고 집에서 아버지와 소주 한 잔 하면서 나누는 대화 같은 것이 특히 그랬어요."
송창의는 뮤지컬과 드라마 각자의 분야가 나름의 매력을 가진 것 같다며 영화 작업에 대한 욕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뮤지컬이 무대만의 현장감과 직접적인 관객의 호응 등의 매력이 있다면, 드라마는 자신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서 어떤 메시지를 전하는 데서 오는 매력이 큰 것 같다고.
"'무대에서는 NG가 없다'는 건 너무도 당연한 얘기구요. 무대에서는 관객들 앞에서 직접 에너지를 쏟아 붓고 여러 사람들이 함께 땀을 흘려 만든 결과물을 보이게 되는데, 저희가 생각한 것이 관객의 뜻과 맞아서 박수를 받으면 그 보람은 정말 크죠. 반면에 드라마는 시대를 반영하는 면이 큰 것 같아요. 한 작품이 사람들에게 끼치는 영향도 크구요. '인생은 아름다워'같은 경우도 가족들의 모습을 통해서 사회의 여러 모습을 그려내잖아요. 제가 맡은 캐릭터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어떤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는 것이 의미 있는 것 같아요. 영화도 무대에서처럼 책 한권을 가지고 조목조목 맞춰가는 예술인데, 많이 작업을 해본 건 아니지만 계속 하고 싶은 작업이에요."
이미 뮤지컬, 브라운관에서의 활발한 행보를 통해 2010년을 자신의 해로 만든 송창의. 2년 만에 나선 그의 스크린 나들이는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까. 2010년은 그에게 끝까지 '작품 운이 좋았던 한 해'로 남을지. 공연과 드라마, 영화를 놓고 차기작을 고민 중이라는 그가 다음 작품을 통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새삼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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