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형철 감독의 '써니'가 개봉 7주차에 올해 최고 흥행영화 자리에 올랐다.
15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써니'는 14일 4만 6593명을 동원, 누적 481만3280명을 동원했다. 이는 올해 개봉작 중 최고 흥행을 기록한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의 479만명을 넘어선 기록이다.
지난달 3일 개봉한 '써니'는 개봉 7주차에도 평일 4~5만명, 주말 10만명 이상 관객을 꾸준히 동원하고 있어 이번 주말 500만 돌파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써니'의 이 같은 기록은 올해 한국영화에 드리운 그늘에 한줄기 햇살이다.
올해 한국영화는 설 연휴를 겨냥한 작품들부터 고전을 금하지 못했다. 200만명을 넘어선 영화는 3월 개봉한 '위험한 상견례'(259만)을 포함해 '조선명탐정' '써니' 등 3작품 밖에 없으며, 400만명 이상 동원한 작품은 '조선명탐정' '써니' 밖에 없다.
'써니'가 500만명을 돌파하면 올해 개봉작 중 처음으로 500만 고지에 오른다.
올해 한국영화는 설 연휴부터 강우석 감독이 '글러브'를, 이준익 감독이 '평양성'을 내놓는 등 야심차게 준비한 신작들을 쏟아냈다. 하지만 관객들은 개성 강한 코미디 영화를 제외하곤 한국영화를 외면했다.
'써니'와 '조선명탐정', '위험한 상견례'는 모두 코미디 요소가 강한 작품들이다. 한동안 쏟아졌던 스릴러영화 붐은 지난해 말 개봉한 '황해'를 끝으로 사그러 들었다.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을 담은 '아이들'이 187만명을 동원했지만 200만명 채 모으지 못하고 손익분기점에 만족해야 했다.
한국영화 점유율도 크게 하락했다. 한국영화는 올해 1월 63.97%에서 2월 63.05%, 3월 32.69%, 4월 55.42%, 5월37.36%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개봉작들의 흥행 여파가 이어진 1월은 차지하고, 2월과 4월, 5월은 각각 '조선명탐정' '위험한 상견례' '써니'가 점유율을 끌어올렸을 뿐이다. 다른 한국영화들의 흥행성적은 차라리 암울했다.
5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공습이 시작되면서 한국영화는 더욱 맥을 못 쳤다.
황금연휴에 대학교 축제 등으로 극장에 관객이 몰렸지만 과실은 '쿵푸팬더2' '캐리비안의 해적4' 등 할리우드영화가 따먹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5월부터 8월까지 차례로 쏟아지는 것은 비단 올해만의 일이 아니다. 올해는 '캐리비안의 해적4' '쿵푸팬더2' 등 5월 개봉한 영화들 뿐 아니라 '트랜스포머3' '해리포터' '퍼스트 어벤져' '슈퍼8' 등 굵직굵직한 영화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그렇더라도 7월 말 한국 블록버스터들이 등장할 때까지 중간 고리를 지켜주는 한국영화는 있어왔다. 올해는 그마저 실종됐다. 9일 개봉한 '모비딕'과 '화이트'도 고전을 금하지 못하고 있다.
5월3일 개봉한 '써니'가 7주차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다는 것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써니'가 없었다면 5~7월까지 안방을 외화에 다 내줄 뻔했다.
'써니' 흥행은 여러모로 의미를 남긴다.
'써니'는 '토르' '캐리비안의 해적4' '쿵푸팬더2' 등 쟁쟁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과 전면승부를 벌였다. 더군다나 '써니'는 여자 주인공이 등장하면 흥행이 어렵다는 징크스에 도전한 작품이었다. 유호정을 제외하곤 심은경 민효린 강소라 등 무명에 가까운 신인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써니'가 개봉 전 관객들의 관심 밖에 있었던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데뷔작 '과속스캔들'로 830만명을 동원한 강형철 감독의 차기작이란 것 외에는 내세울 게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써니'는 흥행에 성공했다.
'써니'의 성공은 최근 대중문화계에 불고 있는 복고 현상과도 맞닿아있다.
세시봉 콘서트를 비롯해 '나는 가수다' 등 7080 세대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들이 대중문화를 선도하는 가운데 80년대를 추억하는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 것이다. '써니'는 한 때 칠공주였던 중년여성들의 자아찾기를 그렸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80년대를 즐거운 한 때로 표현했다.
과잉되지 않고 담담하게 웃음과 감동을 끌어낸 것도 '써니'의 장점 중 하나다. '써니' 흥행을 젊은 층이 이끌다가 중년 관객들이 이끌고, 다시 가족 관객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이 같은 요인들 때문이다.
'써니' 흥행은 500만명을 넘어서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막강한 상대인 '트랜스포머3'가 오는 29일 개봉해 아직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 늦어도 7월초께 '써니' 감독판이 등장하는 것도 호재다. 2008년 '국가대표'가 흥행하자 감독판이 재편집돼 개봉해 장기 흥행에 일조했다. '써니' 역시 비슷한 전철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강형철 감독은 2008년 말 개봉해 830만 관객을 돌파한 '과속스캔들'에 이어 2연타 흥행 홈런을 쳐 소포모어 징크스를 완전히 날리며 충무로가 주목하는 흥행 감독의 입지를 굳혔다. 심은경 강소라 민효린 등 신세대 스타들을 새롭게 발굴했다는 점 또한 '써니'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이달 말 '슈퍼에이트', '트랜스포머3' 등 만만찮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개봉이 줄줄이 예정된 가운데 '써니'의 흥행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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