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이 그대로 보이는 씨스루룩은 리얼 변신로봇의 매력일까, 한계일까.
영상에 관한한 한국 영화팬들의 눈높이를 한껏 끌어올린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변신 로봇의 향연이다. 더욱이 마이클 베이 감독은 특유의 꼼꼼함으로 자동차에서, 제트기에서, 트럭에서 변신하는 각 로봇들의 세계를 그야말로 '리얼'하게 그려냈다.
지난달 29일 개봉해 단 이틀만에 전국관객 100만명을 돌파한 시리즈 사상 첫 3D '트랜스포머3'는 이런 리얼리티가 더욱 도드라진다. 고층 빌딩에서 자유 낙하하는 윙슈트 신도 그렇지만, 역시 거대한 피터빌트 379 트럭이 도로 주행 중 순식간에 옵티머스 프라임으로 변신해 새로 등장한 디셉티콘 로봇 쇼크웨이브와 맞대결을 펼치는 대목에서는 그 영화적 리얼리티에 감탄이 나올 지경이다.
주인공 윗윅키(샤이아 라보프)와 가장 친한 범블비는 또 어떤가. 노란색 스포츠카 쉐보레 카마로에서 범블비로 변신, 빌딩에서 떨어지는 위기일발의 사람들을 구한 뒤 다시 카마로로 눈 깜짝할 새 변신하는 2단 변신은 3D '트랜스포머3'가 관객에게 선사하는 최대 볼거리 중 하나다.
그러나 이렇게 리얼리티를 살린 변신 로봇은 태생적으로 '씨스루 룩'일 수밖에 없다. 옵티머스 프라임이 아무리 2족 보행 로봇으로 완벽히 변신했어도 20개가 넘는 피터빌트 379 트럭의 바퀴까지 안보이게 할 수는 없었을 터. 그래서 그의 몸체 뒤에는 수많은 타이어가 덕지덕지 붙는다. 자세히 보면 앞유리창 와이퍼도, 트럭의 각종 잡다한 부품도 맨 얼굴을 내보인다.
쇼크웨이브는 더 심하다. 오토봇과 디셉티콘이 세게 맞붙은 외계행성 사이버트론의 탱크에서 변신한 로봇이라 그런지, 외피는커녕 근육도 없는 시커먼 뼈대로만 구성됐다. 이는 지난 2009년 개봉한 '터미네이터4'에서 사람을 향해 다연발총을 휘갈긴 T600의 앙상한 모습과 흡사하다.
이러한 리얼 변신로봇의 씨스루룩은 관객에게는 양날의 검이다. 프라모델로 만들어도 정확히 자동차가 되는 그 꼼꼼하고 정확한 변신과, 백옥 같은 피부를 포기하고 얻은 기계적 이합집산의 논리적 타당성은 한쪽 날. 그러면 다른 쪽 날은? 겉모습이 하도 복잡해 로봇들의 액션 전투신에서 누가 때리고 누가 맞는지조차 헷갈린다는 것 아닐까. 베이고 맞은 흔적은 오로지 로봇 팔이나 다리가 떨어져나가야만 알 수 있으니까.
그렇다고 변신로봇이라고 다 씨스루 룩일까. 일본 애니메이션 '전설의 용자 다간'(1992)이나 '용자특급 마이트가인'(1993)의 주인공 로봇들은 시도 때도 없이 전투기, 전차, 잠수함, 트럭 등으로 변하는데도 완성체 로봇의 피부는 매끈하다. 그만큼 이 시절, 크리에이터들은 사소한 나사나 부품까지 챙기는 리얼리티보다는 변신이라는 통 큰 상상력에 더 큰 방점을 찍었던 것이다.
하물며 태생이 완성체로 태어난 로봇은 말할 것도 없다. 뽀송뽀송한 애기 피부 같은 아톰이나, '초합금'이라는 절대 불변의 외피를 가진 마징가Z, 서로 다른 모양의 작은 장갑이 합리적으로 적재적소에 배치된 건담, 식스팩이나 허벅지 근육이 그대로 드러날 정도로 얇은 1만2000장의 장갑(구속구)을 두른 에반게리온의 시대는 이미 끝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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