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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수 "스타라고 모두 배우아냐..책임 있어야"(인터뷰)

이범수 "스타라고 모두 배우아냐..책임 있어야"(인터뷰)

발행 :

이경호 기자
'시체가 돌아왔다' 이범수 ⓒ사진=이동훈 기자
'시체가 돌아왔다' 이범수 ⓒ사진=이동훈 기자


배우 이범수(42)가 극장가를 찾은 관객들의 혼을 쏙 빼놓기 위해 돌아왔다. 그의 무기는 영화 '시체가 돌아왔다'다.


유쾌, 상쾌, 통쾌한 웃음의 소유자 이범수가 안방극장이 아닌 스크린으로 만난다고 하니 호기심이 두 배다. 그는 최근 SBS 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에서 유방 역을 맡아 코믹과 진지를 넘나들며 시청자들의 넋을 앗아갔다.


그 여세를 몰아 이번에는 관객몰이에 나선다. 드라마 '외과의사 봉달희' '온에어' '자이언트' 등 안방극장에서는 시청률 보증수표였지만 2009년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들이 번번이 '흥행 사탕'의 달콤함을 입에 넣지 못했다.


이범수는 '홍길동의 후예' 이후 3년여 만에 '시체가 돌아왔다'로 배우로서의 입지를 또 한 번 다질 각오다. '샐러리맨 초한지'에서 불로장생약을 복용해서인지 그의 투지만큼은 젊은 배우의 패기 못지않다. 그 패기를 고스란히 영화에 녹였다는 그다.


"제가 출연해서가 아니라 이번 영화는 기존 코미디물과 분명 다르다. 짧게 요약하면 스타일리쉬 하고 감각적이다. 여기에 작품성과 완성도도 높다."


자신이 출연한 작품에 애정을 갖는다는 건 모든 배우가 마찬가지다. 작은 역할에도 본인이 출연한 영화에 애착을 갖지 않는 배우가 어디 있을까. 이범수 역시 마찬가지였고, 역대 한국 코믹영화와 다른 점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기존에 한국 코믹영화는 일명 조폭 영화였다. 영화의 질적 수준을 따지는 게 아니다. 다만 화장실 유머 같은 영화가 아니라는 점이다. '시체가 돌아왔다'는 그런 의미에서 부담스럽지 않고 통쾌하게 웃을 수 있다."


'시체가 돌아왔다' 이범수 ⓒ사진=이동훈 기자
'시체가 돌아왔다' 이범수 ⓒ사진=이동훈 기자

'시체가 돌아왔다'에서 이범수는 엘리트 연구원 백현철 역을 맡았다. 사건의 시작에서 능동적이이 않은 인물, 그러나 극이 전개 될수록 능동적으로 움직인다. 일직선이 아닌 캐릭터를 소화하면서 어렵지 않았을까.


"극중 백현철이란 캐릭터는 어려웠다. 사실 현철이 평범하기 때문에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관객들이 볼 때 에너지가 있다고 느껴야 한다. 캐릭터와 연결된 과거와 미래에 집중했다. 그 결과 제가 부끄럽지 않을 만큼 좋은 모습이 나왔고, 한시름 덜었다. 평범한 캐릭터를 가지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게 좋았다."


평범한 캐릭터. 배우가 극중 인물을 표현하는 게 어려웠다고 하면 그 역할은 매력이 없는 게 아닐까. 그러나 이범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백현철을 표현하는데 있어 어려움에 대해 이렇게 토로했다.


"주연과 조연의 차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예를 들어 조연배우들은 적재적소에 제대로 치고 빠지면 된다. 그러나 주연은 그렇지가 않다. 극 전체를 이끌어 가야 하고, 이야기를 끌어가야 하는 흐름을 머릿속에 계산해야 한다. 백현철이 매력이 없지 않다. 영화에 유일한 해결사 중 한 명이다. 등장인물들을 보듬고 가는 매력이 있다."


'시체가 돌아왔다'는 범죄를 다룬 영화이다 보니 크고 작은 액션신이 등장한다. 또 쫓고 쫓기는 장면도 긴장감을 높인다. 배우가 아닌 관객의 입장에서 볼 때 이범수는 아파트신이 인상 깊은 장면 중 하나라고 손꼽았다.


"아파트신은 스릴러적인 면이 있다. 그래서 감독에게 박수를 보낸다. 코미디 속에 스릴러가 있다는 것. 감독은 관객들을 영화에 몰입시키는 템포 조절을 했다. 그래서 우선호 감독의 차기작이 기대된다. 만약 그가 출연을 요청하면 저는 오케이다."


이범수는 영화에서 어딜 가든지 김옥빈과 함께 한다. 러브라인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할 만큼 둘이 함께 하는 신은 적지 않다. 그러나 이범수는 극중 러브라인에 대해 손사래를 쳤다.


"하하하. 러브라인에 대한 여운이 있지만 그건 감독의 위트 같은 거다. '시체가 돌아왔다'가 시작될 때, 현철과 동화(김옥빈 분)는 공통점이 없다. 온갖 사건을 겪던 두 사람이 동료가 된 거다."


'시체가 돌아왔다'에 출연한 여러 배우들이 이범수는 촬영장 분위기 메이커였다고 했다. 회식 자리에서 고민없이 결제를 했다는 후문까지 있었다.


"지난해 여름, 영화를 촬영할 때 날씨가 들쑥날쑥 했다. 그럴 때 기분 전환이라도 할 겸 배우들끼리 회식을 했다. 일도 중요하지만 배우들이 재밌게 촬영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그랬다. 고기도 먹고 술도 마시고, 촬영장에는 그런 재미가 있어야 한다."


이범수를 보면, 시원한 웃음을 선사해줄 것 같은 느낌이다. 영화 또는 그에게 느낄 수 있는 매력, 당사자는 어떻게 생각할까.


"제 매력보다는 영화가 주는 매력이 크다. 대부분 코믹 영화에서는 웃음의 일관성이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설픈 감동을 주려고 하는데,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 유치해 진다. '시체가 돌아왔다'는 그런 의미에서는 시원하고 통쾌한 웃음을 주는 영화다."


'시체가 돌아왔다' 이범수 ⓒ사진=이동훈 기자
'시체가 돌아왔다' 이범수 ⓒ사진=이동훈 기자

이번 영화에는 관객들이 해석하기 나름이겠지만 사회를 향한 풍자. 블랙 코미디라는 느낌도 제법 강했다. 배우도 이를 알고 있을까. 그는 '시체가 돌아왔다'에는 88만원 세대, 사채업자, 기득권과 서민 등의 모습이 부분적으로 담겨 관객들의 해석에 따라 의미 있는 영화가 될 거라고 말했다.


김옥빈, 류승범과 호흡을 맞춘 것에 대해 이범수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극중 무표정으로 시크함을 보여준 김옥빈, 시종일관 진지함이라는 단어는 알고 있는지 의아함을 자아내는 류승범이다.


"두 배우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책임감 있는 배우들이고, 주어진 포지션에 제 몫을 다 해준다. 또 한 번 이들과 한 작품에 캐스팅 돼도 괜찮다. 같이 호흡을 맞추고 싶은 배우다."


최근 한국영화는 흥행과 더불어 미친존재감(신 스틸러)의 활약이 돋보이고 있다. '시체가 돌아왔다'에도 고창석, 오정세, 정만세가 미친존재감으로 활약했다. 이범수에게 미친존재감은 어떤 존재일까. 그 역시 조연을 거친 때가 있었다.


"저는 조연 배우분들을 사랑한다. 그들은 소중하다. 조연이든 주연이든 주어진 역할에 혼을 쏟아야 한다. 그리고 새로움(배역)에 도전한다면 더 멋진 배우가 될 수 있다. 그런 이들이 바로 배우다. 그들의 역량이 소진되지 않고 늘 샘솟기를 바란다."


이범수는 조연과 주연을 떠나 배우는 스타가 아니라는 배우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스타가 모두 배우일 수는 없다. 스타는 대중들의 사랑이나 트렌드만 쫓는 게 아니다. 스타라 불리는 이들은 스타일지 몰라도 배우는 아닐 수 있다. 배우가 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해야 된다. 장인 정신을 가진 배우야 말로 진정한 배우라고 생각한다."


이범수가 출연한 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도 영화 '시체가 돌아왔다'도 코믹이라는 공통점을 가졌다. 다음 작품에서도 그는 또 한 번 코믹 캐릭터에 도전하는 건 아닐까. 드라마 '자이언트'에서 보여준 카리스마 있는 그를 한 번 더 보고 싶다.


"제 마음 같아서는 심각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 또 하나, 악역을 해봤으면 한다. 정말 독하고 전무후무한 악역에 도전해 보고 싶다."


이범수는 악역을 해보고 싶다고 하지만 '시체가 돌아왔다'를 보면 이범수의 코믹 끼가 많이 억눌려 있는 느낌이다. 그가 코믹한 연기를 보여주려 했다기보다 주연임에도 불구하고 김옥빈이나 류승범을 돋보이게 하고 있었다.


"사실 몸이 근질근질 했다. 세포 하나하나가 공격수였다. 그러나 최근 이범수가 다른 배우들에게 어시스트를 할 때 그에 따르는 성취감을 느꼈다. 제가 돋보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상대를 돋보이게 하는 기쁨을 안다."


'시체가 돌아왔다'를 촬영한 후 개봉까지 이범수에게는 제법 여운이 많이 남을 것 같다. 영화의 완성도를 떠나 배우로서 자신이 출연한 작품이 완제품이 됐을 때, 느끼는 여운을 이범수는 느꼈다.


"사적인 의미로 답하고 싶다. 제 연기가 배우로서 성숙해졌다고 느낀다. 과거에는 자극적인 캐릭터였다. 축구에 비유한다면 게임 전체를 아우르는 주장, 미드필더였다. 사심 부리지 않았다는 것에 기쁨을 느낀다. 독단적이지 않고 풀어간 것에 성취감의 여운을 느낀다."


'시체가 돌아왔다' 이범수 ⓒ사진=이동훈 기자
'시체가 돌아왔다' 이범수 ⓒ사진=이동훈 기자


'시체가 돌아왔다'는 지난달 29일 개봉했다. 관객들과 만나게 된 이범수는 어떤 느낌이 들까.


"설레고, 관객들이 얼마나 호응을 할지 기대된다. 앞으로 두고봐야 알겠지만 영화의 입맛에 맞고 안 맞는 거는 2차적이다. 관객들이 우리 배우들이 얼마나 진심으로 촬영을 했는지 알아주셨으면 한다."


이범수는 기존에 한국 코믹영화와 비교해 달라는 당부를 했다. 한국 코믹영화가 이 정도까지 만들어 질 수 있음을 알아 달라고 했다. 중거리 슛을 쐈을 때 골 망을 흔드는 통쾌함을 '시체가 돌아왔다'가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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