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지 점프를 하다'의 연기 잘하는 신인부터 아침드라마 '위험한 여자'로 중년 여성들의 아이돌이 되기까지, 여현수는 14년 간 쉬지 않고 활동했다. 'TV방자전'을 제외하면 항상 착한남자 역할을 도맡아왔던 여현수는 알고 보니 '순둥이'가 아니었다. 연기에 대한 진지한 자세를 가지고 있고, 할 말은 확실히 하는 화끈한 남자였다.
◆ '위험한 여자'의 동민, "식당가면 행복해요"
MBC 아침드라마 '위험한 여자' 촬영이 끝난 지 한 달이 지났다. 아침 드라마 출연 후 여현수를 알아보는 사람들도 부쩍 늘었다. 어머님들의 아이돌이 됐지만 '위험한 여자' 출연을 결정하기 까지 고민도 많았다.
"저녁 일일연속극은 해봤는데 아침은 처음이었어요. 계속 거절했었는데 아침드라마도 예전 같은 이미지도 없는 것 같고 부모님이 워낙 바라셨어요. 그게 제일 컸죠. 어디 가서 내 아들 아침드라마 한다고 얘기하고 싶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출연을 결정하게 됐죠."
촬영하는 6개월 동안 스트레스도 많았고 촬영 일정도 빠듯했지만 '위험한 여자'는 그의 인지도에 큰 보탬이 되는 고마운 작품이다.
"식당가면 행복해요. 반찬도 더 챙겨주시고… 전에는 어르신들이 잘 모르셨는데 요새는 식당가거나 돌아다니면 많이들 알아보세요."

◆ "공채 탤런트 합격하면 바로 스타 될 줄 알았어요"
여현수는 1999년 MBC 28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최연소로 공채 탤런트에 합격한 그의 원래 꿈은 연기는 아니었다. 그는 호텔업에 종사하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호텔리어를 꿈꿔 스위스 유학을 준비했다. 그러나 그의 꿈은 IMF로 인해 좌절됐다.
"유학이 좌절되고 그때부터 방황했어요. 그러다가 '안되겠다. 꿈을 하나 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날 TV를 보는 안재욱 선배가 나오는 '복수혈전'이 너무 멋있어 보이는 거예요. 저거다, 저걸 해야겠다 싶었죠."
자신의 뒤를 이어 호텔리어가 될 줄 알았던 아들이 연기를 하겠다니 부모님이 반길 리 없었다. 특히 아버지는 1년 간 그와 얘기도 하지 않았다.
"세 달을 돈을 모아서 15만 원 가지고 종로의 허름한 사진관에 가서 프로필 사진을 찍었어요. 그때부터 몰래 조퇴하고 에이전시에 사진을 돌렸어요. 세 달 정도 지나니까 전화가 오더라구요. 음료 CF를 찍자고. 그 출연료 20만 원을 받아서 부모님께 드리면서 'CF 찍었습니다'라고 했어요."
비록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아볼 수도 없는 작은 역할이었지만 여현수의 아버지는 아들이 대견했다. 어느 날 퇴근길에 그의 아버지는 노란 봉투를 내밀었다. MBC 공채 탤런트 원서였다.
"니가 합격을 하면 내가 인정을 해주고 만약 떨어지면 포기하고 공부를 해라. 저도 오기가 생기더라구요. 그래서 지원 했는데 붙었죠. 그것도 역대 최연소로. 그렇게 시작하게 됐죠. 그렇게 뽑히면 스타 되는 줄 알았어요. 근데 아니었죠. 엑스트라도 많이 하고 단역도 많이 하고..."
◆ 득이자 독이 된 '번지 점프를 하다'
많은 사람들이 여현수 하면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를 떠올린다. '번지점프를 하다'는 여현수에게 어떤 의미일까.
"허준 찍고 있는데 탤런트실에 전화가 와서 받았어요. 영화사에 잠깐 와 달래요. 갔더니 김대승 감독님이 시나리오 하나 주시면서 주인공을 하라고 하시는 거예요. 감독님이 그 자리에서 '하자' 하시더라구요. 그렇게 '번지점프를 하다'를 시작한 거예요."
그에게 '번지점프를 하다'는 많은 것을 안겨줬다. 신인으로서는 엄두도 못 낼 주연작이었고, 이 영화로 백상예술대상에서 신인연기상을 받았다. 그러나 '번지점프를 하다'는 그에게 독이 되기도 했다.
"'번지점프를 하다'로 백상예술대상 신인상을 탔어요. 그때 아버지가 하신 말씀이 '축하는 하는데 이게 너에게 독이 될지 약이 될지 모르겠다'였어요. 아직도 모르겠어요. 아직까지 '번지점프를 하다' 꼬리표가 따라다니니까. 캐릭터를 바꿔 보려고 노력했어요. 그래서 'TV방자전'을 좀 독하게 했어요."

◆ "독립영화, 어렵지 않아요"
그가 지난해 여름 촬영한 '이방인들'이 오는 5월 10일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여현수는 '독립영화는 어렵다'는 관객들의 생각에 반기를 들었다.
"저는 왜 독립영화라고 해서 무겁게 다가가는지 모르겠어요. 사람 사는 얘기라는 점에서 상업영화와 차이는 없다고 생각해요. 단지 극을 이끌어가는 전개 방식이 다른 것 뿐이죠."
'이방인들'은 고향을 등질 수밖에 없었던 연희(한수연)가 어머니의 죽음으로 다시 고향을 찾으며 과거의 아픔을 치유해 가는 과정을 담은 영화. 그는 영화에서 연희의 어머니와 같은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석이를 연기했다.
"영화를 보시는 분들이 이런 상황들을 보면서 '아, 내가 저 상황에 처하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가' 라는 생각만 해도 좋은 것 같아요. '쟤들이 얼마나 힘들까. 그런데도 쟤네는 살아보려고 하는구나' 이렇게 나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거죠. 영화 자체를 즐기고 결과물에 대해 각자 갖는 생각이 정답이라고 생각해요."
◆ "'번지 점프를 하다' 꼬리표 떼고 싶어요"
드라마 종영 후 한 달 간 부모님이 계신 제주도에 내려가 휴가를 즐겼다는 그에게 올해 꼭 이루고 싶은 목표를 물었다.
"이전 10년간의 바람이기도 하고 매년 진행되고 있는 목표인데 '번지점프를 하다'의 꼬리표를 떨쳐낼 수 있는 작품을 만나는 거요. '배우 여현수가 10년 동안 많이 성숙했구나. 역시 여현수는 믿어도 돼' 라고 할 수 있는 작품? 그런 작품을 하면 좋겠죠."
올해 여현수는 그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까. 현재 검토 중인 작품에 대해 묻자 여현수는 의기양양하게 답했다.
"조만간 정말 재미있는 캐릭터를 보여드릴 것 같아요. 깜짝 놀라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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