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상수 감독의 13번째 영화이자 8번째 칸 영화제 진출작, 그 중에서도 3번째 칸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인 '다른 나라에서'가 지난 16일 첫 공개됐다.
한적한 바닷가 동네 모항의 펜션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빚보증을 잘못 서 모항에 내려 온 아가씨가 쓴 3가지 가상 시나리오를 그려냈다. 단역을 다 합쳐도 여남은 명에 불과한 배우들을이 번갈아 역할극을 수행하며 저마다 생생한 캐릭터를 그린다.
프랑스의 국민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세 에피소드를 관통하는 여인 '안느' 역을 맡아 함께한 가운데 이미 여러 작품에서 홍상수 감독과 함께한 '홍상수 패밀리'들의 깨알같은 활약이 돋보인다. 유준상, 문소리, 정유미, 문성근, 윤여정 등 대부분의 배우가 이미 홍상수 감독과 전작에서 인연을 맺었다. 대부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후 합류한 새 '홍상수 패밀리'들이다.
이 가운데 홍상수 감독과 가장 오랜 인연을 자랑하는 이는 두번째'안느'의 내연남으로 등장하는 문성근. 홍상수 감독의 2000년작 '오! 수정'에 출연했으며, 이후 '해변의 여인'에는 목소리로 출연했고, '첩첩산중', '옥희의 영화' 이번 '다른 나라에서'까지 총 5편의 홍상수 감독 영화와 인연을 맺었다.
그 뒤를 '홍의 남자' 유준상이 바짝 뒤쫓고 있다. 2009년 5월 개봉한 '잘 알지도 못하면서'로 시작된 유준상과 홍상수 감독의 인연은 사실 그렇게 길지 않다. 그러나 유준상은 조연으로 등장한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 이어 '하하하'와 '북촌방향', '다른 나라에서' 등 홍 감독의 최근작 3편에 연이어 주연으로 출연하며 입지를 공고히 다졌고, 이들 세 작품으로 홍상수 감독과 칸 영화제에 3연속 진출하는 기쁨도 함께 누렸다. 현재 KBS 2TV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국민남편 방귀남 역으로 반듯한 매력을 뽐내고 있는 그는 '다른 나라에서'에서는 콩글리시의 극강을 보여주는 허당 안전요원으로 반전 매력을 선보인다.
만삭의 몸을 이끌고 '다른 나라에서'에 합류한 문소리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하하하'에 이어 3번째. 보기에도 무거운 몸을 뒤뚱거리며 끊임없이 남편과 프랑스 여인과의 관계를 예의주시하는 날선 아내로 맹활약을 펼쳤다. 영화를 찍은 게 벌써 1년 가까이 돼 뱃속에 있었던 아이는 현재 생후 9개월이 됐고, 문소리 또한 날씬한 몸매로 칸의 레드카펫에 오른다.
모항의 펜션을 지키는 '펜션의 여왕' 정유미 또한 최근 급부상한 홍상수 패밀리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첩첩산중'을 비롯해 '옥희의 영화' 여주인공으로 활약한 바 있다. 윤여정 또한 '하하하'에서 이미 홍상수 감독과 함께했다.
이들 사이에서 홍상수 감독과 처음으로 인연을 맺은 이가 바로 권해효다. 만삭의 아내를 두고 한 눈을 파는 다큐멘터리 감독 종수 역을 맡아 극에 자연스레 녹아났다. 이밖에 도올 김용옥이 깜짝 출연 웃음을 안긴다. 날고 기는 입심의 소유자지만 스크린 데뷔인 만큼 긴장감이 엿보인다.
그리고 칸영화제 여우주연상 2회 수상, 세계 3대 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에 빛나는 이자벨 위페르가 이들과 함께한 '안느'로 극을 이끈다. 핸드백에서 곱게 보관되던 소주병을 꺼내 병나발을 부는 그녀는 첫 작품으로 이미 홍상수 스타일에 쏙 녹아든 모습이다. 그 역시 한 번 발을 들이면 다음 그 다음으로 인연이 이어지는 '홍상수 패밀리'의 일원이 될까?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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