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17일 개봉을 앞둔 영화 '더 임파서블'(감독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은 2004년 아시아 일대를 덮쳤던 최악의 쓰나미를 다뤘다.
그러나 얼핏 보면 다른 작품들이 먼저 생각난다. 제목만 흘깃 보면 톰 크루즈 주연의 액션 블록버스터 시리즈 '미션 임파서블'이, 소재만 잠깐 보면 2009년의 1000만 관객을 모은 재난영화 '해운대'가 떠오른다.
그러나 '임파서블'은 두 작품과 헷갈려 지나치기엔 너무도 다른, 그리고 너무도 아까운 작품이다.
◆'미션 임파서블' No..슈퍼히어로는 없다
최고 첩보요원의 '불가능한 미션'을 다룬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미션 임파서블'은 한국 관객들이 사랑하는 액션 시리즈의 대표격이다. 그러나 '더 임파서블'에서 '미션 임파서블'을 떠올린다면 잘못 짚어도 한참을 잘못 짚었다. 장르도 성격도 완전히 다르다.
'더 임파서블'은 제작비 3000만유로, 우리 돈으로 약 420억원이 투입된 작품으로, 규모부터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는 다르다. 불가능 속에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슈퍼 히어로의 이야기도 아니다. 영화는 액션 블록버스터의 정반대 편에서 재난 영화가 아닌 휴먼 드라마에 방점을 찍는다. 대재난 속에서 살아남은 평범한 사람들, 그 속에서도 서로를 품는 작은 영웅들의 모습을 담았다.
나오미 왓슨, 이완 맥그리거 등 익숙한 스타들이 등장하는 탓에 할리우드 영화로 오해하기 쉽지만 본적은 스페인. '오퍼나지-비밀의 계단'으로 주목받았던 스페인 감독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의 신작. 개봉 당시 이미 스페인 평단의 호평과 대중적 호응을 동시에 얻었다.
◆'해운대' No.. 실화 바탕 묵직한 드라마
부산을 덮친 거대 쓰나미를 상상하고 그린 '해운대'는 한국식 유머를 재난 블록버스터와 버무린 참신한 시도로 호응을 얻으며 사상 6번째 1000만 영화 고지에 올랐다. 30만명의 사상자를 냈다는 2004년 동남아시아 쓰나미를 담은 '더 임파서블'을 두고 가장 먼저 '해운대'를 떠올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이다.
그러나 절반의 웃음과 절반의 재난, 그리고 먹먹한 여운을 버무려낸 '해운대'가 쓰나미를 소재로 '만약 ~라면'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 철저한 대중영화라면, '더 임파서블'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묵직한 드라마다. 당연히 시점도, 방향도 다르다.
'더 임파서블'은 역사상 최악이었다는 대재난의 스펙터클, 그 속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짜릿한 생존기에 천착하지 않는다. 영화 시작 20분도 안 돼 예고도 없이 찾아온 쓰나미 이후, 살기 위해, 가족을 찾기 위해 아수라장 속을 헤매는 사람들의 절박함과 상실감을 카메라 가득 담는다. 폐허 속에 점 하나로 남은 사람들, 그러나 비극 속에서도 휴머니즘은 빛을 발한다.
이는 '더 임파서블'이 실제 2004년의 비극을 경험한 생존자 가족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가능한 접근이었을 것이다.
'더 임파서블'이란 제목은 절묘하다. '불가능'이라고 읽혔던 제목이 영화가 끝날 무렵 '기적'이라고 새롭게 읽힌다. 그 참상에 직접 들어갔다 나온 듯 마음이 먹먹하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