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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희 감독 "'가족의 나라', 내 울분 담았다"(인터뷰)

양영희 감독 "'가족의 나라', 내 울분 담았다"(인터뷰)

발행 :

안이슬 기자

영화 '가족의 나라' 양영희 감독 인터뷰

사진=구혜정 기자
사진=구혜정 기자


가슴에 꾹꾹 눌러 담아왔던 가족들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아내는 데 15년의 세월이 걸렸다. 다큐멘터리 영화 '디어 평양'과 '굿바이 평양'으로 재일교포로 태어나 북송된 세 오빠의 이야기를 담아냈던 양영희 감독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첫 장편극영화를 내놓았다.


양영희 감독의 첫 극영화 '가족의 나라'를 관통하는 소재 또한 재일동포 북송문제다. 양영희 감독에게 북송문제는 여전히 해소하지 못한 응어리다. 조총련계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나고 자라 세 오빠를 북한에 보냈고, 지금은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사연 많은 양영희 감독, 다사다난했던 인생사만큼 하고픈 이야기도 차곡차곡 쌓였다.


영화의 국내 개봉을 앞둔 양영희 감독을 서울 광화문 인디스페이스에서 만났다. 지난 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보았던 약간 긴장된 모습과는 달리 양 감독은 밝은 미소로 기자를 맞이했다. 부산영화제 때와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고 말하자 "부산영화제에 갔을 때는 정말 부담이 많이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처음으로 한국 관객을 만나는 것이잖아요. 정말 부담이 많이 됐어요. 기자 간담회를 하는 데 사쿠라는 막 눈물을 흘리고(웃음). 일본에서 보는 북한과 한국에서 보는 북한은 다르잖아요. 일본에서도 GV와 무대 인사를 정말 많이 다녔는데 그들이 보는 북한은 아무래도 바다 건너 다른 땅이에요. 그런데 한국에서 북한은 갈 수 있는데도 막혀 있는 곳이고요. 북송문제도 분명 한국 관객들이 받아들이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사진=구혜정 기자
사진=구혜정 기자

이번 영화에서도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사건은 북송문제다. 북한에 이주해 살고 있던 오빠가 병으로 인해 잠시 일본으로 돌아와 가족들을 만나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가족의 나라', 양영희 감독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이 영화가 어느 정도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는지 물었다.


"영화 속 오빠는 실제 오빠 셋을 합쳐 놓은 것 같은 사람이에요. 실제로 오빠가 병 때문에 일본에 돌아왔던 것도 사실이고요. 물론 영화처럼 몇 달 밖에 살지 못할 정도의 상태는 아니었어요. 일본에서 있었던 시간도 영화에서는 단 며칠이지만 실제로는 2주 남짓 됐고요."


양영희 감독을 투영한 캐릭터인 리에(안도 사쿠라)는 감독의 당시 심정을 대변하는 인물인 동시에 감독이 과거에 하지 못한 말을 대신 해주는 역할이기도 했다. 리에의 "당신이 싫다. 당신의 나라도 싫다"는 분노는 사실 감독의 마음이었다.


"안도 사쿠라가 감시원에게 '나는 당신이 싫다. 당신의 나라도 싫다'고 소리치는데 사실 나는 그때 그렇게 하지 못했어요. 그 울분이 마음속에 항상 쌓여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리에가 그렇게 말하는 건 어린아이 같은 생각이잖아요? 감시원의 '그 나라에 네 가족이 살고 있다'라는 말을 듣고 멍해지는 거죠."


"오빠가 북한을 위해 일해 보는 건 어떠냐는 말을 꺼냈던 것도 맞아요. 그때 저는 속으로 '절대 NO라고 해야 해. 조금의 YES도 안 돼'하고 계속 생각하고 있었어요. 막상 오빠가 그 말을 꺼냈을 때 너무 화가 났어요. '어떻게 나한테 그런 말을 할 수 있지?' 그러면서도 슬펐어요. 나에게 저 말을 하기 까지 얼마나 속으로 고민을 했을까 싶어서요."


사진=구혜정 기자
사진=구혜정 기자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만큼 배우들의 연기 하나하나에도 섬세한 차이를 느꼈을 것 같다고 물었다. 굉장히 디테일하게 연기를 요구했을 법도 한데 오히려 배우들에게는 어떤 것도 요구하지 않았단다.


"그때의 내 마음을 계속해서 설명했어요. 어떻게 연기하라는 말은 하나도 하지 않았어요. 배우들에게 자꾸 '여기서는 손을 이렇게 해주세요, 이렇게 걸어와 주세요'하면 그걸 생각하느라 감정을 놓쳐버려요. 사쿠라와 아라타에게도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고 연기는 마음대로 하라고 했어요."


사쿠라와 아라타 등 일본 배우들 외에도 눈에 띄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북한 감시원 역을 맡은 양익준 감독이다. 영화 '똥파리'를 통해 일본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양익준 감독은 양영희 감독의 영화에 유일한 한국인으로 출연했다. 양영희 감독은 양익준 감독에 대해 "일본에서 너무 유명한 스타"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익준은 일본에서 정말 인기가 많아요. '똥파리'의 충격은 정말 대단했어요. 감독으로서도 그렇고 배우로서도 그렇고요. 일본에서 다들 양익준과 작업을 하고 싶어해요. 영화를 준비하면서 2주 밖에 촬영할 시간이 없었는데,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감시원 역할은 꼭 한국 사람이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익준이 고생이 많았을 거예요. 지금은 일본에서 너무 스타가 돼서 여기저기서 시달릴까봐 일부러 연락을 안 할 때도 있어요(웃음)."


세 편을 연달아 북송문제를 얘기했다. 그러는 사이에 15년의 세월이 흘렀다.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며 카메라를 들고 북한을 오갔던 양영희 감독은 이제 해외 영화제에서 연달아 수상하며 주목받는 감독이 됐다. 북송문제에 대해 아직도 풀지 못한 갈증이 있지만 이제 다른 소재를 통해 접근해 보려고 한다. 15년 간 쌓인 수많은 이야기 거리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15년 동안 두 편의 다큐멘터리와 장편영화를 찍으면서 정말 멋진 분들, 좋은 이야기를 많이 모았어요. 지금까지는 내 얘기를 했지만 분명 다른 얘기도 많아요. 평양에서 그려지는 불륜이라던가. 정말 재미있지 않아요? 일본에서 TV를 보면 정말 웃겨요. 정작 북한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가본적도 없는 사람들이 전문가라고 방송에서 말하거든요. 정작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들, 가족을 북한에 보낸 사람들은 입을 꾹 다물고 살아요. 혹여나 내 자식, 내 가족에게 무슨 해가 갈까봐서요. 누군가는 입을 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엄청난 의무감을 가지고 하는 건 아니지만 일단 내가 먼저 입을 뗐으니까 이제 점점 더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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