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위 모호한 심의 잣대..영화계 반발

프랑스 출신 거장 레오 카락스의 신작 '홀리 모터스'가 성기노출 등을 이유로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아 영화팬들의 거센 반발을 받고 있다.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이상 국내에선 사실상 원작을 제대로 볼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12일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는 '홀리 모터스'가 "표현에 있어 주제 및 내용의 이해도, 폭력성, 공포 등의 수위가 높고 특히 선정적 장면(성기) 묘사의 경우 수위가 매우 높아 제한상영가 등급이 불가피하다고 공고했다. 영등위는 특히 영화 속 드니 라방의 성기 노출 장면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등위의 이 같은 결정에 '홀리 모터스' 수입사 측은 상당히 당황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레오 카락스 감독이 2월 내한해 영화에 대한 국내 팬들의 기대가 큰 데도 불구하고 이 같은 결정이 내려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제한상영가 등급은 상영 및 광고, 선전에 있어서 일정한 제한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영화에 내리는 등급. 현재 실제 국내에서 운영되는 제한상영관이 한 곳도 없어 실질적으로 상영이 불가능하다.
'홀리 모터스'는 홀리 모터스라는 리무진을 타고 파리 시내를 돌아다니며 하루 동안 아홉 번의 변신을 하는 오스카 씨의 하루를 그린 작품. 레오 카락스 감독이 13년만에 장편을 내놔 세계 영화계의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을 뿐 더러 프랑스 영화전문지 '까이에 뒤 시네마'가 올해의 영화 톱1에 선정하기도 했다.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도 초청돼 국내팬들의 갈채를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홀리 모터스'를 국내 팬들은 결국 극장에서 제대로 된 모습으로 볼 수 없게 됐다. 수입사 측은 4월4일 개봉을 정한 만큼 일부 장면 등을 모자이크 또는 편집해서 재심의를 신청해야 할지를 놓고 고민 중이다. 수입사 측은 앞서 레오 카락스 감독이 내한했을 때 국내는 등급 문제 때문에 이런 우려가 있을 수도 있다고 귀띰 했다는 후문이다. 우려가 현실이 된 셈.
영화계에선 영등위가 성기 노출 등을 이유로 '홀리 모터스'에 제한상영가 등급을 결정한 것에 대해 기준이 모호하다며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남영동 1985'는 박원상의 성기 노출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수입사 측은 "결코 야한 영화가 아닌데 그런 판정을 받았다"며 "재심의를 넣을 생각이지만 어떻게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최근 영등위는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퀴어 라이온상을 수상한 전규환 감독의 '무게'에 제한상영가 등급을 두 차례 내리는 등 영화 등급에 상당히 보수적인 잣대를 대고 있다. 하지만 그 잣대가 기준이 모호해 영화계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홀리 모터스'는 어쩌면 모자이크가 둥둥 떠 있는 상태로 국내 관객들에게 소개될지 모른다. 이 영화를 국내에 소개하기 위해 애쓴 사람들에게도 안타까운 일이고, 이 영화를 보고 싶어 하는 관객들에게도 안타까운 일이다. 신 르네상스를 맞았다는 한국영화계 씁쓸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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