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인배우를 만날 때는 언제나 설렌다. 프로필이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배우를 만났을 때는 더욱 그렇다. 필모그래피에 영화는 '누구나 제 명에 죽고 싶다' 단 한편인 배우 강호(32)를 만나기 전에도 역시나 설렜다. 영화에서 그가 연기한 진호가 꽤나 인상적이었던 탓이다.
기대 끝에 만난 강호는 차분하고 조곤조곤 질문에 대답을 이어나갔다. 서른 초반의 나이가 무색하게 동안을 자랑하는 강호, 스스로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말하면서도 종종 의외의 웃음을 터지게 하는 반전 있는 사람이었다.
◆ 강호가 아닌 이규복
만나자 마자 기자는 그에게 '이름이 본명이세요?'라고 물었다. 아니라고 답한 그에게 본명을 묻자 쑥스러운 듯 웃으며 '이규복'이라고 답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기에 태어난 그에게 '복'을 받으라는 의미로 지어주신 이름이란다.
"저는 이규복으로 활동해서 크게 상관은 없는데 소속사에서 이름을 새로 지어주셨어요. 제가 외모가 그렇게 강한 이미지가 아니니까 이름은 반대로 강하게 강호라고 지었죠."
영화에서는 감정 기복도 심하고 '욱'하는 성질도 있었던 강호, 평소 성격도 이와 조금은 닮아 있단다. 그러면서도 그는 스스로 이성적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욱하는 면은 진호와 닮은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평소에는 이성적인 편이예요. 연기를 할 때도 대본에 설명이 부족하면 어려워요. 잘 쓰인 글은 구구절절 설명이 없어도 이해가 딱 되잖아요? 그런 경우에는 연기하기가 수월해요."

◆ 연기와 음악, 직장생활..파란만장한 나의 20대
강호의 20대는 '버라이어티'했다. 연극영화과 전공으로 학교에 입학했지만 오히려 끼가 많았던 것은 노래였다. 노래에 재미를 느낀 그는 밴드활동을 하며 음악 쪽으로 꿈을 키웠다. 앨범을 낼 뻔하기도 했단다. 그랬던 그가 음악의 꿈을 접고 고향인 청주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연기와 노래를 하던 그에게는 영 지루한 생활이었다.
"음악을 그만두고 2년 동안 직장생활을 했는데, 매일 출근해서 일이 생기면 하고, 아니면 그냥 시간을 보내고 하는 일상이 그렇게 지루할 수가 없었어요. '나는 아직 젊다'는 생각으로 다시 서울로 올라와 연기를 시작했죠."
다시 시작한 연기, 대학 입시 이후 제대로 연기를 해 본 적이 없던 그는 첫 작품부터 벽에 부딪혔다. KBS 2TV '제빵왕 김탁구'에 조연으로 출연하게 됐지만 그는 당시 자신의 연기를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이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정말 연기 인생에서 지워버리고 싶을 정도예요. 연극영화과를 나오긴 했지만 대학 다닐 때는 음악에 더 빠져있었어요. 단편 영화에 출연해 본 것이 전부라서 촬영 현장에서 아무것도 몰랐죠. '제빵왕 김탁구'때 연기는 지금도 정말 못 보겠어요."

◆ 첫 영화 '누구나 제 명에 죽고 싶다'
이후 SBS '부탁해요 캡틴'에도 작은 역으로 출연했던 강호, 첫 영화 '누구나 제 명에 죽고 싶다'에서는 주연 중 한 명인 진호 역에 낙점됐다. 연기를 못한다고 걱정을 하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그가 연기한 진호는 강렬했다. 칼에 난도질을 당해 피를 토하면서도 "돈 갚아. XXX아"하고 말하던 장면은 스스로도 만족하는 장면이다.
"같은 소속사인 최원영 선배님이 '누구나 제 명에 죽고 싶다'에 캐스팅 되면서 저도 오디션을 보게 됐어요. 원래 진호 역에 생각하시던 배우가 있었는데 제 연기가 마음에 드셔서 절 캐스팅 하셨대요(웃음). 피를 흘리면서 희영에게 '돈 갚아. XXX아"라고 말하는 장면이 제일 마음에 들어요. 사실 좀 더 길게 촬영한 장면인데 편집되어서 아쉽기도 하고요."
인물들의 감정의 진폭이 크고 광기가 폭발하는 이 영화, 직접 연기를 하는 사람은 오죽 이해하기 힘들었을까. 강호도 처음에는 캐릭터 분석에 애를 먹었다.
"처음에는 저도 이 사람들이 왜 이렇게 되는 건지 완전히 이해되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감독님이 말씀을 많이 해주셨죠. 사실 촬영을 할 때 모든 장면을 순서대로 찍지는 않잖아요. 장면 장면마다 그 감정에 충실했던 것 같아요."
이제 막 첫 영화를 공개하게 된 강호, 올 상반기에는 JTBC 새 드라마 '언더커버'에 출연하게 된다. 보스의 오른팔 역할을 하는 인물이란다. 올해 세운 목표가 있는지 묻자 "일단 이름하고 얼굴을 알려야죠"라는 답이 돌아왔다. 여러 길을 헤매고 다시 연기로 돌아온 그가 안착할 수 있는 2013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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