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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24년만의 첫 로코..한풀이 했죠"(인터뷰)

김민정 "24년만의 첫 로코..한풀이 했죠"(인터뷰)

발행 :

김현록 기자

영화 '밤의 여왕'의 흑역사 아내 김민정 인터뷰

배우 김민정/사진=임성균 기자
배우 김민정/사진=임성균 기자


'밤의 여왕'(감독 김제영·제작 영화사 아이비젼). 제목부터 느낌이 온다. 조신하고, 아름답고, 똑똑하고, 애교 많은 아내…. 완벽한 줄 알았던 그녀는 알고 보니 나이트클럽과 뒷골목을 주름잡던 밤의 여왕이었던 것이다.


화려했던 역사를 간직한 '밤의 여왕' 희주로 분한 이가 바로 배우 김민정(31). 완벽한 현모양처와 무서운 날라리 언니를 오간 김민정은 물 만난 고기처럼 다채로운 매력을 뽐낸다. 이효리의 '텐 미니츠'에 맞춰 가수 뺨치는 춤 솜씨를 뽐내는가 하면, '툼 레이더'의 라라 크로포트처럼 박력 넘치는 액션신을 선보이고, 1대7 막싸움까지 거뜬하게 해냈다. 여성미 물씬 넘치는 매력을 과시한 것은 물론이다. 무엇보다 '왜 이 배우가 이제야 로맨틱 코미디를 했나' 싶을 만큼 능청스럽게 캐릭터에 녹아나 펄펄 뛰었다.


그러나 신나는 장면들이 절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다. 김민정은 춤을 배우다 계단 뒤에 혼자 서서 훌쩍이기도 했고, 지친다 싶을 땐 '뒤돌아보면 안 된다'며 스스로를 다잡았다. "어느 하는 쉬운 것 없이" 탄생한 이 사랑스러운 로맨틱 코미디를 되도록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김민정. 이 '흑역사' 없는 미모의 여배우가 무려 25년간 같은 길을 쭉 걸어올 수 있었던 건 그런 고집과 강단이 있었기 때문이었구나. 고개가 끄덕여졌다.


-영화를 보면 김민정이 이렇게 예뻤구나, 이렇게 춤을 잘 추는구나 싶다. 김민정 종합선물세트를 보는 기분이랄까.


▶워낙 많은 걸 보여줘야 했다. 이 영화를 처음 접한 게 기사였다. 무심결에 인터넷을 보는데 짧은 설정이 있었다. 딱 '나 이거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매니저에게 그 이야기를 했다. 당시 캐스팅이 진행 중이었는데 별 이야기가 없어서 그런가보다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연락이 왔다. 미팅을 하고 그 자리에서 '오케이'를 했다. 시나리오를 보고서도 내가 왜 그런 느낌을 받았나 이해가 됐다. 밋밋한 데 흥미를 못 느낀다. 등산을 해도 어려운 길로 간다. 그런 성향이 이번 작품을 선택하는 데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


-시나리오를 보며 액션에 춤, 욕설 연기까지, 해야 할 것들이 무척 많다는 생각이 들었을 텐데.


▶여배우들이 탐을 냈는데 다들 어떻게 하냐며 부담스러워 한다고 하더라. 저는 일단 '내가 해야 돼'라는 마음이 솟고 난 터라 '이거 어떻게 하지'가 그 다음이 됐다. 춤도 기본부터 배워야 해 어렵긴 했다. 그럴 땐 마인드컨트롤을 하며 처음 제가 받았던 느낌을 떠올렸다. 일단 선택하면 절대 뒤돌아보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에게 민폐다. 책임을 져야 한다고도 생각했다.


-춤추는 장면은 워낙 능숙하더라. 보는 재미가 있을 만큼.


▶춤을 울면서 배웠다.(웃음) 원래 춤을 좋아하는 데다 가르쳐주시는 분이 '천재 아니에요' 막 칭찬을 해주셔서 신이 나서 밤늦게까지 연습하고 그랬다. 춤을 일단 배우면 영화에서 입을 의상을 입고 연습을 한다. 그런데 구두만 신으면 웨이브가 안 되는 거다. 어렸을 적에 드라마를 찍다가 발목, 발등을 다친 적이 있어 평소에는 구두를 안 신는다. 구두만 신으면 '배운 춤'이 '안 배운 춤'이 되는데, 선생님은 속도 모르시고 혼을 내시니까 그게 서러웠다. 참다 참다 계단 가서 혼자 울고 그랬다. 참 오랜만에 그렇게 울었다.(웃음) 그러다보니 해내고 말겠다는 오기가 생기더라. 엔딩신 촬영 땐 구두 한 번 벗지도 않고 찍었다.


-승부사 기질이 느껴진다.


▶그런 부분이 있다. 한번 마음먹으면 뒤돌아보지 않고 간다. '끝장을 보리라' 하면서. 사실 그런 면이 장점이기도 했던 것 같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분야에서 아역부터 시작해 여기까지 온 게 스스로 장하기도 하다. 뭔가 설렁설렁 하는 사람이었다면 그러지 못했을 것 같다.


-로맨틱 코미디는 왜 이렇게 늦게 한 건가. 매번 쉽지 않은 사랑 이야기만 하는 걸 보다가 사랑스러운 이야기는 처음 봤다. 잘 어울리더라.


▶어느 하나 쉬운 게 없었다.(웃음) 제 자랑을 하자면, 로맨틱 코미디를 많이 하신 저희 조명감독님이 그러셨다.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인데~'라고. 너무 좋아서 '제가요?'(눈을 반짝) 그랬다. 찍으면서 한풀이를 한 기분이다. 너무 재미있다. 다들 그간 저를 너무 강하게 받아들이셨나 보다. 늘 강인한, 비련의 여주인공을 했다. 아파하는 것만 하다가 알콩달콩한 걸 하니까 더 재밌더라. 제가 사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애교도 좀 있다.(웃음)


배우 김민정/사진=임성균 기자
배우 김민정/사진=임성균 기자


-영화에선 희주의 '흑역사'가 그려지지만 김민정의 '흑역사'는 모르겠다. 아역으로 데뷔 후 성장해온 모습을 빠짐없이 지켜본 기분이다. 내내 예쁘기도 했고.


▶지난 세월을 다 보시지 않았을까. 제가 커오는 모습을 다 보여드린 것 같다. 작품을 2년 넘게 쉰 적도 없고. 물론 저는 기본적으로 배우는 연기로 관객이나 시청자를 만나야지 사생활을 오픈하면서 소통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긴 하다. 얼마 전 인터뷰 땐 제게 뭔가 숨겨진 게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고민을 해 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게 감춰놓은 게 없더라. (웃음) 얼굴 알려진 공인으로 사는 게 답답하다고 나름 일탈을 했어도 남들은 일탈이라고 생각 안 하는 정도였다. 저도 배우의 피가 흐르는 사람이지만, 기본적으로 FM대로, 모범적으로 살려고 하는 면이 있다. 다른 배우들이랑 비교해 보면 지극히 더 그런 것은 같다.(웃음)


-작품에서 강렬하고 극적인 캐릭터를 다양하게 수없이 연기한 게 실제 삶에서는 반작용을 끼쳤나 보다.


▶그런 것 같다. 요즘엔 작품을 하고 나면 캐릭터를 떨치려고 노력을 한다. 한 1~2년 쯤 됐다. 제 안에 제가 너무 많은 거다. 저는 제가 배우고 감수성이 예민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 내가 '아일랜드'의 시연이를 연기했으면 시연이 같은 날이 있다. 불쑥 나온다. 배우로서 연기할 땐 좋지만 일상생활에선 혼란스러울 수가 있다. 그게 또 인간 김민정에게 영향을 끼친다.


작품에선 늘 극적이다. 그 대로라면 뭔가 빵빵 계속 터져야 하는데 사실 내 삶은 별 일이 없지 않나. 현실에서 드라마 같은 일이 터진다면 정말 큰일이 난 것 아닌가. 그런 별 일 없는 삶을 심심하고 지루하다고 느낀 때도 있었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지내다보니 이게 다 내가 너무 많은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싶더라. 조금이라도 내 스스로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게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결혼에 대해 사랑, 신뢰, 희생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한 대목이 기억이 남는다. 진지하게 생각해 봤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영화에서 부부로 나오니까 생각을 해 보게 됐다. 현빈과 친구인데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여자에겐 세 가지 덕목이 있어야 한다. 솜씨, 맵시, 마음씨.' 가볍게 들었는데 그 말이 뭔가 맞더라. 저 역시 결혼을 하면 뭐가 필요할까 생각해봤다. 저는 이 사람 저 사람 만나 연애하고 싶은 마음이 없고 그렇다고 이제 가정을 꾸려야겠다는 생각도 없다. 사람마다 매력이 다 다른데, 그 중에서도 내게 맞는 좋은 사람을 보는 눈은 내게 달렸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는 제가 중심을 잡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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