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일대일' 마동석 인터뷰

단단하고 육중한 몸에 배어있는 푸근한 인간미. 배우 마동석을 떠올리면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그랬다. 남모를 고민을 안은 예비신랑일 때도, 든든한 소방관일 때도, 힘겨운 야구선수일 때도, 심지어 무시무시한 조폭이나 살인마일 때도 그랬다.
쉼 없이 연기하는, 그럼에도 쉼 없이 궁리하는 배우 마동석은 뜻밖의 변신을 했다. 거장 김기덕 감독과 만난 신작 '일대일'을 통해서다. 영화는 여고생 오민주가 무참히 살해된 뒤 그 가해자들을 응징하러 나선 일곱 '그림자들'의 이야기다. 마동석은 그들의 리더가 돼 처절한 복수극을 벌인다. 땀에 절은 몸으로 주먹을 휘둘렀다면 오히려 놀랍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마동석은 속사포 같은 대사를 쏟아내며 부조리한 세상, 뒤틀린 한국 사회를 향해 목소리를 높인다.
영화 속 그림자 리더는 마치 '일대일' 속으로 들어온 김기덕 감독의 분신과도 같다. 마동석은 "가족과 애인, 친구 사이에도 독재가 있다"고, "서로를 괴롭히는 에너지가 우리를 살게 한다"고, "지치면 지는 것"이라고 한 맺힌 이야기를 퍼붓듯 쏟아냈다. 물 흐르는 듯한 영어로 "나는 내 운명을 안다. 앞장서는 사람은 오래 못 산다"며 킥킥대던 관객들을 이내 숙연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를 듬직한 육체파 연기자로 알았던 이들은 눈을 부비고 '일대일'을 보기를 권한다. 수많은 상징이 꼭꼭 들어찬 7면짜리 입체퍼즐 같은 영화 '일대일'에서 마동석의 다른 면을 마주하게 될 테니.
-영화 잘 봤다. 마치 김기덕 감독의 분신 같았다.
▶감독님이 제 행동과 말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하는 느낌이랄까. 응징하는 사람이자 집행하는 사람, 어찌 보면 테러리스트고 또 혁명가다. 본인과 죽은 '오민주'의 관계는 사진 하나로 나오지만 사람들을 잡아다 '왜 죽였냐, 그래야만 했냐'고 묻는 게 본인에게 묻는 것 같기도 한 기분이었다. 직설적이지만 복잡하고 또 아이러니한 영화다. 감독님께서 시나리오를 주신 뒤 제가 캐릭터 잡는 데 도움이 되도록 '나는 이런 생각이다' 말씀을 전부 해 주셨다. 오케이 하고 했는데도 쉽지는 않았다.
-그래서일까 독특한 부분들이 많다. 김기덕 감독을 떠올리게 해 또 다른 보는 재미가 있었다.
▶판타지 같은 느낌도 준다. 산에 살면서 영어 기사를 계속 보고 또 갑자기 영어로 말도 하고 독특한 것 같다. 갑자기 '익힌 것 안 먹어' 이런 말도 나오고. 저는 이렇게 생각한다. 하나의 영화에 감독님의 여러 메시지가 들어있다. 이렇게도, 저렇게도 볼 수 있는 게 너무 많아서 어려우면서도 헷갈리고 또 재밌다. 굉장히 영화적인 작업으로 다가왔다. 의미와 재미를 같이 주시려고 한 것 같다.

-김기덕 감독과의 만남을 기다렸다고.
▶김기덕 감독님은 제가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세계에서 인정하는 감독님이고 저 스스로도 좋아하는 감독님이다. 꼭 작업을 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제안을 주셔서 마침 하게 됐다. 이전에도 말씀을 주셨는데 당시에는 하질 못했다. 정확하게 어떤 작품인지는 확실치 않다. 늘 여러 프로젝트가 있으시니까. 감독님은 유머러스하고 재밌고 따뜻하시더라. 외부에서 생각하시듯 세고 괴짜고 그런 부분이야 있지만 기발하고 아주 독특하시다. 내게는 그런 것이 아주 자연스럽게 다가오더라. 작업 스타일도 그냥 달려간다. '한 번 더' 이런 거 없다. 초 집중을 해야 했다.
-김기덕 감독 작품 중에서도 대사가 눈에 띄게 많다. 마동석이 연기한 캐릭터 중에서도 그렇다.
▶저는 촬영 전 감독님과 많이 이야기를 나누다 현장에는 느낌만 가져가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엔 그렇게 가기에 외워야 하는 게 너무 많았다. 어떤 대사는 느낌만 알면 어미를 바꿔가며 할 수 있는데 이번엔 대사들이 어렵고 길지 않나. NG를 낼 수도 없어서 초 집중을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무게중심을 잡아야 하는 캐릭터라 더더욱. 매니저랑 작업실 옆에 모텔 잡아 놓고 대사 외우다 1시간 자고 이러며 찍었다. 10일 안에 완성을 해야 하니 힘들긴 했는데 꽤 즐거웠다. 다 따뜻하게 대해주시고. 얼마 전엔 우리 작업 본부였던 평창동 작업실에서 삼겹살을 구워 주시더라.
-주조연 가리지 않고 쉬지 않고 작품 활동을 하는 것 같다. 혹시 지치지는 않나.
▶피곤하지 않다. 틈틈이 휴식도 하고 가끔은 무리도 하지만 나한테 중요한 것은 좋은 작품을 하는 것이다. 최근 바빴는데, 그건 '상의원'을 찍는 와중에 '일대일' 홍보 일정을 소화해야 해서 그랬다. 감독님도 그렇고 이 영화가 정말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부모님도 많은 작품을 보고 싶어하신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많이 하는 것 밖에 없다. 사실 촬영만 바쁜 게 아니라 영화 기획도 함께 하고 있다. 하나는 준비가 다 됐다.

-홀로 토해내듯 우는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강력하게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갔던 사람이 혼자 남아 죽음을 예감하고 한풀이를 쏟아낸다. 어느 산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새벽에 바위에 앉아서 우는데 경찰 2명이 올라왔다. 짐승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뭔 일이 있나보다 하고 주민 신고가 들어왔단다. 웬 덩치가 산만한 놈이 울고 있으니 그 분들도 놀라셨을 거다.
-관객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면.
▶'일대일'은 영화적인 재미가 있는 작품이다. 표면적은 한 죽음에 대한 복수지만 어떤 부조리에 대한 울분도, 뭔가를 집행하고픈 마음도, 여러 가지가 담겨 영화적 재미가 있다. 각자 나의 '오민주'는 누구인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생각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물론 흥행도 잘 됐으면 좋겠다.
김현록 기자 roky@mtstarnews.com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