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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수, 연기가 참 좋다는 25년차 배우 (인터뷰)

이범수, 연기가 참 좋다는 25년차 배우 (인터뷰)

발행 :

안이슬 기자
배우 이범수/사진=이기범 기자
배우 이범수/사진=이기범 기자


배우 이범수(44)는 참으로 다양한 얼굴을 가졌다. 능청스러운 코믹연기를 할 때도, 무뚝뚝한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의 모습일 때도, 극악무도한 악인 역할을 맡아도 마치 맞춤옷처럼 캐릭터를 소화한다.


25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이범수를 만났다. 때론 진지하고, 때론 유머러스하게 질문에 답하는 그 모습은 마치 코믹과 정극의 양극단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그의 연기와도 닮아있었다.


오는 7월 3일 개봉하는 '신의 한 수' 속 이범수는 그간 연기해온 수많은 인물과는 또 다른 맛이 있다. 기구한 사연이 있지도, 어딘지 짠해지는 사정에 처하지도 않은 순도 100%의 악역 살수 역은 이범수의 흥미를 끌었다.


"살수의 매력은 절대악이라는 것이었어요. 악인인데 알고 보면 사연이 있고 애환이 있고, 상처받은 영혼인 경우가 많은데 그러한 캐릭터도 물론 나름의 매력이 있겠지만 살수는 좀 더 극단적인 악역이었죠. 그런 존재감이 확신한 악인 캐릭터가 매력적이었어요."


극단적인 악인인 살수를 단적으로 설명하는 인상적인 장면이 있다. 사우나를 하던 중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몸으로 배꼽(이시영 분)에게 다가오는 신이 바로 그것. 이범수의 온 몸을 뒤덮은 문신과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에서도 당당한 그의 태도는 절대 악인 살수를 더욱 명확하게 설명해준다. 이범수는 감독에게 직접 전신 문신을 제안했다. 무려 22시간이 걸리는 고된 작업이었지만 고생한 만큼 영화 속 임팩트는 강렬했다.


"살수라는 절대 악을 더 명확하게 할 수 있는 장치가 없을까 고민했어요. 보기만 해도 싫은 그러한 느낌이 있잖아요. 평소에는 먼지 하나 묻지 않을 것처럼 깔끔한 옷차림을 한 살수가 사우나 신에서 보니 전신에 문신이 있다면 명확하게 설명이 될 거 같았어요. 옷을 입었을 때는 깔끔하고 차가운 사람으로 보였는데 실제로는 어마무시한거죠. 전신문신이라니, 뭔가 이질적이잖아요? 그래서 전신문신을 제안했어요. 몇 개만 할 바에는 아예 안했을 거예요."


배우 이범수/사진=이기범 기자
배우 이범수/사진=이기범 기자

'신의 한 수'는 수 억 원의 돈과 사람의 목숨이 고가는 비정한 내기바둑판의 둘러싼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바둑과 액션의 만남, 이범수에게도 생소했다. 의구심이 들었던 이범수는 시나리오를 단 한 장 읽는 것으로 모든 우려를 내려놓았다.


"일단 '신의 한 수'라는 제목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어요. 뭔가 있어 보이고 긴장감도 느껴지고요. 사실 바둑이라는 소재가 액션을 만날 수 있을까 싶기도 했어요. 우스갯소리로 말하자면, 낚시와 액션이 어떻게 묶일까, 요리와 액션이 어떻게 만날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는 것처럼. 갸우뚱 하면서 시나리오를 넘겼는데 한 장 넘기니까 되겠다고 싶었어요. 세 번째 페이지를 읽을 때 쯤 되니 확신이 생겼죠."


그간 여러 작품에서 액션을 선보이긴 했지만 '신의 한 수'의 액션은 더욱 강도 높은 훈련이 필요했다. 특히 정우성과 영화 말미에 맞붙는 액션신은 상당히 격렬하다. 이범수는 키가 큰 정우성과 자신의 액션을 두고 외형이 다른 두 인물이 부딪히는 것이 더욱 긴장감이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시사회가 끝나고 간담회에서 둘이 키가 다른데 액션이 어땠는지 묻는 질문이 나왔어요. 속으로 재미있는 답변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답을 못했어요(웃음). 저는 비슷한 사람이 부딪힐 때 보다 살수와 태석처럼 외형이 다른 사람들이 부딪힐 때 기대되는 긴장이 더 크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더욱 흥미를 느꼈고, 감이 왔죠."


바둑과 액션의 만남인 만큼 이범수를 극 중 수많은 대국을 소화한다. 액션신 만큼이나 긴장감이 흐르고, 살기가 느껴지는 바둑 신은 '신의 한 수'의 또 다른 백미다. 실제로 바둑을 두지는 못하지만 돌을 내려놓는 착수에서 만큼은 살수의 카리스마가 십분 녹아있다.


"착수로 감독님이 칭찬을 해주셨는데, 사소한 걸로 칭찬을 받아서 기분 좋았어요(웃음). 바둑알을 내려놓는 동작은 점잖고 우아하죠. 마치 하나의 선 같은 우아함이 있는데 이들에게는 착수 하나가 그 사람을 죽이는 것이에요. 이것도 이질적이죠. 동작은 우아하지만 행동에 담긴 의미는 목숨을 끊겠다는 것이니까요. 그런 이질감을 주고 싶었는데 감독님이 그 의도를 잘 간파하신 것 같아요."


앞서 영화 '러브', '태양은 없다'에서 함께 작업했던 정우성과 함께했던 이범수는 '신의 한 수'로 오랜만에 정우성과 호흡을 맞추게 됐다. 이범수는 정우성에 대해 "여동생이 있으면 소개시켜주고 싶은 사람"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우성과 호흡은 정말 좋았어요. 멋진 배우예요. 더 듬직해지고 늠름해진 것 같아요. 제게 여동생이 있으면 소개시켜주고 싶은 사람이에요. 그 정도로 위트도 있고, 남자다운 면도 있고, 순수함도 있고 소신도 있어요. 겸손함도 있고요. 1~2년 잠깐 보고 느낀 것이 아니라 십 년이 넘는 시간동안 직간접적으로 보면서 서서히 묵어온 감정이죠. 아마 연애를 하면 굉장히 자상한 스타일일 거예요."


배우 이범수/사진=이기범 기자
배우 이범수/사진=이기범 기자

흔히들 한 번의 대국에 인생이 담겨있다고 말한다. 때로는 묘수가 필요하고, 때로는 정수로 밀어붙이는 것도 필요한 것이 인생의 굴곡과 같다. 지금의 이범수에게는 어떤 수가 필요할까?


"지금이 제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해요.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건 멋진 일이지만 뒤틀어서 보면 무모한 짓이라고 평가되기도 하고,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이것도 정체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기도 하죠. 또 다른 도약이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요즘 해봐요. 그 전에 했던 운이 좋았던 도약은 TV에 진출한 것이었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제 딴에는 최선의 선택을 하고 있는데 운도 따라야 하고 제가 참여한 좋은 작품이 사랑도 받아야 하는 것이고요."


MBC 드라마 '트라이앵글'과 영화 '신의 한 수'로 올 상반기가 지나갔다. 앞으로의 이범수는 어떤 길을 가게 될까. 그는 "많은 연기를 하고 싶다"는 예상 가능한 답을 내놓았다. 그 뒤에 붙는 설명에 그의 진심이 묻어났다.


"저는 참 연기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전 연기가 너무나 재미있어요. 직업이면서 취미이면서 오락이면서 휴식이죠. 연기 외에는 취미도 필요 없고, 오락도 필요 없어요. 그냥 머리가 하얀 백발의 꼬부랑 노인이 되어서도 연기하고 싶어요. 받는 개런티를 후배들 맛있는 것에 다 써버려도 현장에서 연기하고 싶어요. 어떤 역할을 맡아서 그 누가 된다는 생각을 하면 정말 즐거워요. 이런걸 보면 '내가 천생 배우구나' 싶어요."


안이슬 기자drunken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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