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방극장을 점령한 '먹방' 열풍, 스크린도 예외는 아니다.
신드롬적인 케이블채널 tvN '삼시세끼'의 기본 콘셉트는 하루 세끼를 직접 해먹는 거다. 방송을 모든 내용이 식사를 준비하고, 식사를 하고, 쉬고, 다시 식사를 준비하는 사이클로 흘러간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으며 지상파 동시간대 예능에게도 뒤지지 않는 시청률을 기록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이 외에도 종합편성채널 JTBC '냉장고를 부탁해'와 케이블채널 올리브TV '오늘 뭐 먹지', '테이스티로드', SBS '잘 먹고 잘 사는 법, 식사하셨어요' 등 식사와 요리를 메인으로 앞세운 프로그램들이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야말로 '먹방'(먹는 방송) 열풍이다. 이런 트렌드는 스크린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먹방은 극중 중요한 장치로 활용돼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는 점에서 TV 속 그것과는 차별성을 갖는다. 관객들을 사로잡은 영화 속 먹방을 모았다.
◆ '살인의뢰', 세상에서 가장 슬픈 해물탕
'살인의뢰'는 연쇄살인범에게 가족을 잃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극중 각각 여동생과 아내를 잃은 태수(김상경 분)와 승현(김성균 분)은 마주 앉아 마지막 식사로 해물탕을 먹는다.
해물탕은 승현의 필승 요리다. 승현의 아내 수경(윤승아 분)은 "해물탕 재료 사놓았으니 오빠(태수)와 함께 먹자"는 메시지만 남긴 채 실종된다. 수경이 사라진 후 슬픔에 잠긴 승현은 "나도 살아야 하지 않겠냐"며 "우리 다신 보지 말자"고 말하기 위한 마지막 만찬으로 태수에게 해물탕을 대접했다. 해물탕 장면 이후 '살인의뢰'의 내용 전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점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먹방이다.
◆ '스물', 이런 정성 가득한 사발면이라니
극중 잘나가는 중국집 요리사 아들인 치호(김우빈 역). 그렇지만 스무 살의 나이에 잉여의 삶을 택해 부모의 속을 썩게 만든다. "주방에서 썩기엔 내 외모가 너무 아깝다"는 아들에게 "용돈을 끊겠다"고 특단의 조치를 내리지만, 치호는 하루 만에 주방에서 도망간다.
그랬던 치호가 스스로 칼을 들겠다고 자원하는 딱 한 장면이 등장한다. 야채를 다듬고, 조심스럽게 물을 끊인 후 치호가 한 요리가 사발면이라는 점이 반전이지만, 그 때문에 웃긴다.
사발면 외에도 치킨, 중화요리 등 소소한 먹방을 보는 것도 '스물'을 보는 재미다.
◆ '헬머니', 김수미의 간장게장 No..이번엔 된장찌개
욕쟁이 할머니 헬머니(김수미 분)는 사기혐의로 교도소를 들락날락 하느라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첫째 아들 승현(정만식 분)은 행정고시에 합격해 헬머니에게 자부심을 안겼다.
출소 후 미안한 마음에 아들에게 대놓고 나서진 못하지만, 승현의 집 파출부로 취업해 아들과 며느리 미희(이태란 분), 손자 원휘(이아인 분)를 위해 요리를 하고, 살림을 한다. 이때 헬머니가 미희와 원휘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이 된장찌개다. 미희는 헬머니의 정체불명 영어와 행동에 미심쩍어 하지만, 입이 짧은 원휘를 위해 헬머니에게 파출부 일을 부탁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 '킹스맨', 신사는 이토록 사랑스러운 흑맥주를 마시지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500만 관객 돌파를 엿보며 신드롬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에는 품격 있는 맥주 먹방이 그려진다.
해리(콜린 퍼스)가 에거시(태론 에거튼)에게 처음으로 정체를 드러내는 장면에서 함께 등장한 것은 맥주였다. 해리는 시비를 걸고 위협하는 에거시의 동네 양아치들에게 "이렇게 사랑스러운 맥주를 다 먹었으면 한다"고 자리를 비켜줄 것을 부탁한다. 그렇지만 이들이 말을 듣지 않자 해리는 문을 닫으며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는 명언과 함께 매타작을 시작한다.
'킹스맨'을 본 후 영국 흑맥주가 당긴다면 그건 모두 해리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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