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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견' 쉽게 흥분하지 않는 미덕..유해진이 갑

'소수의견' 쉽게 흥분하지 않는 미덕..유해진이 갑

발행 :

전형화 기자

[리뷰]소수의견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다. 김성제 감독의 '소수의견'이 만들어진지 2년만에 베일을 벗었다. 흔한 창고영화가 아니다. 소재가 워낙 뜨거운 탓에 투자배급사 CJ E&M이 눈치를 보느라 개봉을 못했다. 설왕설래하다가 결국 시네마서비스에서 배급을 맡아 비로소 관객과 만나게 됐다.


'소수의견'은 강제철거 현장에서 아들을 잃고 경찰을 죽인 현행범으로 체포된 철거민의 변호를 맡게 된 국선변호사 이야기를 다룬 법정드라마. 손아람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소수의견'은 용산참사 사건을 모티프로 했다. 2009년 1월20일 서울 용산 남일당 건물 옥상에서 점거농성을 벌이던 세입자와 전국철거민연합회 회원들, 그리고 경찰과 용원 직원들간의 충돌 끝에 벌어진 화제로 철거민 5명, 경찰특공대 1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이 사건을 모티프로 영화는 두 아들의 죽음을 이야기한다. 철거현장에 아빠를 찾아 왔다가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한 아들. 그리고 철거현장 진압에 투입됐다가 죽임을 당한 아들.


아들을 잃고 경찰을 죽인 아버지 박재호는 자신은 무죄라고 주장한다. 아들을 살리기 위해 정당방위를 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경찰과 검찰은, 용역이 아들을 죽었다고 주장한다. 이미 아들을 죽였다고 시인한 용역도 구속됐다.


딱 봐도 결론이 나 있는 사건. 결국 로펌에 지원해도 팍팍 떨어지기만 하는 국선변호사에게로 떨어진다. 얻을 것도 잃을 것도 없는 뻔한 사건을 맡은지라 윤진원 변호사는 의욕도 딱히 없다. 가뜩이나 지방대 출신이라 다들 같은 대학 동문인 법조계에서 겉돌기나 하는 신세다. 유일하게 변호사 선배 대석만 그를 챙긴다.


박재호를 만났지만 없던 의욕이 생기지도 않는다. 그래서 변호를 맡길거냐, 아니냐만 묻는다. 이 사건에 관심을 품고 있는 기자가 주위를 떠돌지만 그러려니 한다. 그랬던 윤진원 변호사, 오기가 생긴다. 커피 한잔 주지도 않는 검사가 이죽거리자 어디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을 갖는다.


기자와 작당을 해서 사건을 키우고, 참여재판을 신청하며,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모은다. 왠지 뒤가 구린 검찰, 윤진원 변호사를 적당히 달래려 한다. 달래다 안되니 위협도 한다. 위협도 안되니 사무실을 압수수색해서 증거까지 빼돌리려 한다.


궁지에 몰린 윤진원 변호사. 그는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사건의 배후를 캐고, 진심으로 죽은 아이의 아빠를 변호할 마음을 먹는다.


'소수의견'은 두 아들의 죽음 이야기지만 영화는 한 아들의 죽음에 더 초점을 맞춘다. 한 아들의 죽음에 감춰진 이야기 속에 다른 아들이 죽은 이유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뜨겁기 쉬운 이야기지만 김성제 감독은 오히려 꾹꾹 감정을 누른다. 때로는 웃기고, 때로는 한탄하고, 때로는 분노하게 영화를 이끈다. 그는 영화가 홀로 흥분한다고, 관객이 덩달아 흥분하지는 않는다고 믿은 듯하다. 그렇기에 '소수의견'은 쉽게 흥분하지 않고, 쉽게 울부짖지 않으며, 쉽게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이런 방식은 '소수의견'에는 미덕이다. 잘 짜여진 법정드라마로 반전에 반전을 이끌어 관객이 영화 안에서 납득하게 만든다. 아들들이 왜 죽었는지, 무엇이 그들을 죽였는지, 한 아들의 죽음을 파헤치면서 다른 아들의 죽음을 뒤돌아보게 만든다. '소수의견'의 분명한 미덕이다.


윤진원 변호사가 왜 이 사건에 몰입하게 되는지, 열 받아서인지, 오기 때문인지, 유명해지고 싶어서인지, 그 이유가 명확하진 않다. 윤진원 변호사가 뜬금없이 맡게 되는 또 다른 사건은 사건을 풀기 위한 장치 그 이상은 아니다. 너무나 저열한 권력과 너무나 선량한 아버지들이 도식적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빠르게 풀어가는 이야기와 흥분하지 않는 태도는 이야기의 끝으로 관객을 자연스럽게 안내한다. 그 안내에는 탁월한 이야기꾼인 유해진이 한 몫을 톡톡히 했다. 선배 변호사로 출연한 유해진은 특유의 너스레로 영화에 활기를 더한다. 그가 등장하면 영화가 활어처럼 탁 탁 힘차게 요동친다.


윤진원 변호사를 맡은 윤계상은 배우로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아직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게 안타깝긴 하다. '변호인'의 송강호와 비교가 될 수밖에 없으니 더욱 그렇다. 악랄한 검사 역의 김의성은 오묘하다. 딱히 잘한 것 같진 않은데 그만의 묘한 분위기로 캐릭터를 전혀 다르게 완성했다. 기자 역할의 김옥빈은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았다. 죽은 아이 아버지 역할을 맡은 이경영은 믿고 쓰는 배우란 사실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참여재판 전문 검사 역을 맡은 오연아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소수의견'은 2년 전에 당도했어야 했다. '변호인'보다 일찍 개봉하려 프로덕션을 빨리 진행했었으니, 그 때 그 시간에 관객과 만났어야 했다. 그럼에도 2년 뒤에 도착하다보니 비로소 빛이 나는 장면도 있다. 마지막 에필로그는 2년 전에 봤다면 뜸금없었겠지만 2년 뒤에 보게 되니, 이 영화를 둘러싼 모든 것 같다.


24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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