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외전', 범죄물보단 오락물..작정하고 끼부린 강동원

범죄오락물을 표방한 영화 '검사외전'(감독 이일형)의 방점은 범죄보다는 오락에 찍힌다. 이는 '오락' 담당인 강동원에 기댄 바 크다.

시작은 '범죄' 담당인 검사부터. 다혈질 검사 변재욱(황정민 분)은 조사받던 피의자가 사망한 뒤 누명을 쓰고 징역 15년 형을 선고받아 감옥에 간다. 호시탐탐 반격을 노리던 그는 전과 9범의 꽃미남 사기꾼 한치원(강동원 분)을 조력자로 점찍고 그의 혐의를 벗겨 감옥 밖으로 내보낸다. 감옥 속 재욱은 치원을 조종해 복수극을 하나하나 짜맞춰 간다. 자 이제 '오락'의 차례. 이 갈던 검사가 판을 깔았으니 신통한 사기꾼이 나선다. 배우들의 역할도 딱 그렇다. 황정민이 든든히 판을 깔고 강동원이 펄펄 난다.

한국사회 권력자들의 구린 비리를 바닥에 깔고서 나쁜 놈 잡으러 손잡은 이들이 움직이는 '검사외전'의 틀은 최근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한 범죄물 '내부자들'이나 '베테랑'을 연상시킨다. 개발부지 마련을 둘러싼 비리 정황을 포착한 변재욱이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져 현실을 깨닫는 '검사외전'의 초반부는 앞선 두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법적 지식을 바탕으로 간수와 동료 죄수의 신임을 얻어 반전을 준비하는 모습은 '쇼생크 탈출'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삶이 곧 연기고 연기가 곳 삶인 허세남발 메소드 사기꾼 한치원이 등장하면서 영화는 급격히 경쾌한 캐릭터 버디무비로 방향을 튼다. 날 선 문제의식이나 촘촘한 구성은 아예 제쳐두고 오락영화의 재미를 대놓고 밀어붙인다. 말 그대로 가볍게 즐길 만한 연휴 영화다.

특히 '검은 사제들'을 통해 실험적 장르와 스타파워가 만났을 때의 시너지를 입증했던 강동원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맞춤옷을 입었다. 껑충한 키와 말쑥한 허우대로 어림없는 거짓말을 하고 다니면서도 여자들 혼을 쏙 빼놓는 꽃미남 사기꾼이다. 능청스러운 미소를 장착하고 엉터리 교포 영어, 발연기, 막춤까지 선보이며 확실한 변신을 선보인다. 사제복을 입고 '강동원 공공재론'의 로망을 실현시켰던 그가 이번엔 대놓고 윙크에 하트를 날리며 '끼'를 부리는 셈이다. 안 넘어가기가 힘들다. 황정민과의 호흡은 기대한 바고, 뜻밖에 박성웅과의 케미스트리도 신선하다.

따져보면 얼렁뚱땅 넘긴 허점이 한둘이 아니다. 허나 이글대는 황정민, 능글맞은 강동원을 앞세워 구렁이 담 넘듯 넘어가는 것도 대중영화 감독에겐 능력이다. 각본을 직접 쓴 이일형 감독은 '비스티 보이즈', '군도:민란의 시대'의 조감독을 지냈다. 126분, 15세 이상 관람가, 2월 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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