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영화 '방 안의 코끼리'

'방 안의 코끼리'는 '신촌좀비만화'에 이은 한국영화아카데미(KAFA)의 2번째 3D 옴니버스 영화다. 2014년 류승완 한지승 김태용 감독에 이어 박수영 권칠인 권호영 감독이 참여했다. 기성 감독들과 스태프가 3D라는 새로운 영화 기술을 경험하고 마음껏 상상하도록 한 기획이기도 하다.
세 감독은 각기 관심 있는 장르와 이야기를 3D로 선보이며 가능성을 실험했다. '죽이러 갑니다' '돌이킬 수 없는' 등 독특한 장르 영화를 만든 박수영 감독은 블랙코미디 '치킨게임'을, '싱글즈' '뜨거운 것이 좋아'등 통통 튀는 사랑이야기에 일가견이 있는 권칠인 감독은 에로틱 멜로 '세컨어카운트'를, '사이코메트리' '평행이론'의 권호영 감독은 판타지 액션 '자각몽'을 선보였다.
이 셋을 아우르는 영화의 제목 '방 안의 코끼리'는 모두가 알고 있지만 누구도 말하지 않는 사건이나 상황을 뜻하는 말. 하지만 "각기 옴니버스 영화를 완성한 뒤 나중에 정했다"는 감독들의 고백대로 3D란 수단을 사용했을 뿐 전혀 다른 소재, 주제, 장르를 품은 세 영화를 아우를 수 있도록 정한 최대한 모호한 제목을 골랐다는 혐의가 짙다.
세 단편에 적용된 3D의 완성도나 느낌은 천차만별. 제한된 예산과 환경에서 3D의 성취를 맛봤다기보다는 외면할 수 없는 새로운 기술과 기법을 경험하고 적용했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듯하다. 3D를 위해 출발했지만 결국 감독의 개성이 짙게 묻어 완성된 이야기들이 더 흥미롭게 다가온다. 인지도 높은 배우들이 기꺼이 참여한 점도 눈길을 끈다.

박수영 감독의 '치킨게임'은 절벽으로 자동차가 추락해 가까스로 나뭇가지에 매달린 가운데 젊은 세일즈맨가 여배우, 괴한 등 세 남녀의 처절한 눈치게임을 담은 블랙코미디다. 까도 까도 더 나오는 거짓말이 연극같은 소동극과 어우러졌다. 곽시양 신동미 김태한이 출연했다.
권칠인 감독의 '세컨 어카운트'는 세컨 계정을 통해 일회성 사랑을 즐기던 여자가 한 따뜻한 남자를 만나 만남의 룰을 잊어버리고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여성들의 관계 맺기를 섬세한 눈으로 그려 온 감독의 장기가 짧은 러닝타임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방 안의 코끼리'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건 오로지 파격적인 수위의 '세컨 어카운트'의 탓. 익명의 아이디 뒤에 숨어 짧을 만남을 즐기는 블루컬러 직장인으로 분한 신예 미람, 훈훈한 미소로 비수를 꽂는 서준영이 돋보인다.
권호영 감독의 '자각몽'은 의뢰인의 꿈 속에 들어가 사건을 해결하는 자각몽팀의 리더 지섭이 사건을 해결하던 중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셉션'의 연장선상에 있는 듯한 판타지 액션에 3D를 결합해보려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브라운관 로맨틱가이로 입지를 굳힌 권율의 액션과 1인2역으로 변신을 꾀했다.
3월3일 개봉. 러닝타임 1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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