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숨'(감독 이두환)은 가물에 콩 나듯 하면서 그마저도 신통찮았던 한국 공포영화다. 류덕환 1인극이라 할 만큼 공포방송 BJ로 분한 배우 류덕환이 절대적인 비중으로 극을 이끄는 가운데, 인터넷 개인방송을 테마로 페이크 다큐 형식을 끌여들인 공포물에선 가능성과 한계가 동시에 보인다.
아프리카TV에서 공포방송을 진행하는 겁없는 BJ야광(류덕환 분)과 박PD(조복래)는 오싹한 이야기를 찾아내고 현장을 직접 밟는 것으로 명성이 높다. '레전드' 방송을 위해 좀 더 자극적인 이야기를 찾아다니던 BJ야광은 어느 날 여고생 실종과 관련된 '혼숨' 영상을 제보받는다. 귀신을 불러내 숨바꼭질을 한다는 괴담을 따라한 뒤 이상 증세를 보이던 여고생이 사라졌다는 내용이다. '레전드'감임을 직감한 BJ야광과 박PD는 의욕적으로 예고를 내보내고, 한 시청자는 무려 1500만원 어치 별풍선을 쏜다. 접근하지 말라는 역술인의 경고에도 흥분한 두 사람은 현장 방송에 나선다.
신종 괴담인 '혼숨'이 꽤 흥미로운 소재지만 아쉽게도 영화는 이를 효과적으로 살리지 못한다. 공포의 실체나 이유 모두가 애매모호 하다. 내용보다 더 눈에 들어오는 건 형식과 그에 묻어나는 요즘의 문화다.
'혼숨'은 시작부터 "이 영화는 2015년 아프리카 TV 야광월드 34~37회차 실제 방송을 소재로 제작되었습니다"라는 자막을 선보이는 페이크 다큐 공포물이다. 당연히 이 방면 원조 '블레어 위치'(1999)가 떠오른다. 여기에 '소셜포비아'(2014) 등에서 선보였던 1인 인터넷 방송이란 장치가 더해졌다. 획기적이지도 신선하지도 않지만 공포를 자아내는 덴 효과적이다. 류덕환의 집중력 있는 연기도 큰 몫을 한다. 혼령 따위 믿지 않는 시건방진 BJ 야광이 꺼림칙한 기운과 눈 앞의 섬뜩한 사건에 질려가는 과정을 들여다보다 보면 저게 모두 '페이크'란 걸 알고있어도 '야광월드'의 시청자가 된 듯한 기분이 든다.

아프리카 TV에 익숙하지 않은 입장에선 1개에 100원짜리 별풍선을 더 받기 위해서라면 회유와 채근, 큰절에 재롱까지 마다 않는 BJ야광의 실전 돈벌이가 괴담만큼 흥미진진하다. 허세 가득한 태도로 거친 언사를 내뱉으며 시청자를 '조련'하는 BJ, 채팅창을 통해 반응하며 관음의 끝을 보이는 시청자, 카메라에 담긴 비극과는 상관없이 '레전드' 탄생에 희희낙락하는 박PD를 비추는 싸늘한 시선이 혼령보다 섬뜩할지 모르겠다. 26일 개봉. 러닝타임 90분. 15세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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