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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2016 조금 더 사랑받았으면 좋았을 영화들

[★비하인드]2016 조금 더 사랑받았으면 좋았을 영화들

발행 :

김현록 기자

국적과 장르를 가리지 않은 영화들이 두루 사랑받은 2016년. 좀비 스릴러 '부산행'이 1156만명을 모으며 대박을 치고, '캡틴 아메리카:시빌워'를 위시한 히어로물이 득세했으며, 스타 감독과 스타 배우의 활약 속에 여러 흥행작이 탄생했습니다. 하지만 그 가운데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소수의 관객만을 맞아야 했던 여러 작품들이 또한 있었습니다. 2016년이 저무는 12월, 조금 더 사랑받았더면 조금 더 좋았을 영화들을 꼽아봅니다.


사진='4등' 스틸컷
사진='4등' 스틸컷


◆'4등'


'해피엔드', '은교'의 정지우 감독이 만든 '4등'은 만날 4등만 하는 수영선수 준호의 이야기입니다. 준호 엄마는 실력은 최고인데 시합만 하면 그놈의 4등만 하는 아들에게 열불이 납니다. 폭력코치 광수에게 맞아가며 시합을 준비한 준호는 '거의 1등'이 됩니다. 하지만 준호가 사랑했던 건 1등이 아니라 수영 자체였던 걸요. 준호는 묻습니다. '엄마는 내가 맞아도 1등만 하면 상관없어?' 폭력을 대물림한 코치도, 가족이 전부인 엄마도 그저 악인으로 그리지 않는 '4등'은 경쟁과 성적에 집착하기에 모두가 상처투성이가 된 우리의 자화상을 아프게 또 아름답게 그려냅니다. 그리고 꿋꿋이 자신을 지켜가는 아이의 모습을 비추죠. 지난 3월 개봉한 '4등'은 4만이 좀 되지 않는 관객을 모은 채 아쉽게 상영을 마쳤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12번째 인권영화 프로젝트란 거창한 수식어는 접어뒀다면 더 가깝게 관객에게 다가갔을까요. 공익영화, 인권영화란 타이틀은 사실 접어두고 즐겨도 전혀 무방한 성장영화인걸요.


사진='로봇, 소리' 스틸컷
사진='로봇, 소리' 스틸컷


◆'로봇,소리'


10년 전 실종된 딸을 찾아다니는 아버지가 추락한 미국 인공위성과 함께 마지막 추적에 나선다? 이 황당한 SF판타지는 사실 극적인 반전을 숨기고 있습니다. 이호재 감독의 '로봇, 소리'입니다. 딸을 찾아 전국을 누비면서도 딸을 진정 이해하지 못했던 아버지는 E.T를 닮은 똘똘한 로봇과 함께 딸의 흔적을 찾아다니면서야 어렴풋이 딸을 이해해 갑니다. 그리고 딸과의 이별을 조금씩 받아들여 갑니다. 영화는 잠시 희미해졌던 2003년 2월 18일 벌어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를 꺼내듭니다. 누군가에겐 이 날이 2014년 4월 16일 같은 아픔일 것입니다. 삐그덕대는 몇몇 대목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시종 따뜻합니다. 남겨진 이들을 사려깊게 위로합니다. 인공위성과 호흡을 맞추면서도 케미스트리를 만들어내는 주인공 이성민의 호연은 영화에 따뜻함을 더합니다. 그 때문에 이 말도 안되는 판타지를 믿고 싶어집니다.


사진='춘몽' 스틸컷
사진='춘몽' 스틸컷


◆'춘몽'


철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재개발 중인 구시가와 휘황찬란한 고층빌딩이 공존하는 동네. 굴다리 하나만 건너면 펼쳐지는 신천지를 뒤로 한 그 동네엔 한 여자를 좋아하는 세 친구가 삽니다. 허름하지만 따뜻한 그 여자의 주막은 아옹다옹 지내는 친구들의 아지트이기도 합니다. 장률 감독의 '춘몽'은 익숙한 공간을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풍경으로 바꿔놓고 꿈결같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낯선 경험이지만 색다른 감흥을 전해줍니다. 양익준의 영화 '똥파리' 같은 익준, 윤종빈의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 같은 종빈, 박정범의 '무산일기' 같은 정범, 한국영화의 연기파 감독들을 비롯해 한국영화를 열심히 챙겨본 관객이라면 더 재밌있을 포인트가 곳곳에 있습니다. 무엇보다 닿을 듯 닿지 않는 꿈같은 여자 한예리의 오묘한 매력이 폭발합니다. 작가주의 감독의 흑백영화라고 겁먹을 필요 없는 사랑스러운 이야기였는데 1만4423명이란 관객수는 아무리 생각해도 아쉽습니다.


사진='우리들' 스틸컷
사진='우리들' 스틸컷


◆'우리들'


올해의 발견이라 불러도 좋을 '우리들'은 13살 소녀들의 이야기입니다. '우리들'이란 제목은 더없이 적절하게 느껴지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어느 여름, 외톨이 선은 전학생 지아와 비밀을 나누는 친구가 됩니다. 하지만 개학 후 만난 지아는 어딘지 서먹합니다. 외면당하지 않기 위해 애쓰던 소녀의 행동은 뜻하지 않은 결과를 불러옵니다. 텅 빈 것 같은 표정으로 관계맺기의 어려움을 온몸으로 체감하는 소녀들. 진심이 엇나가는 그 딱한 처지가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그 모두가 사람들과 함께 사는 모든 이들이 나이와 상관 없이 겪는 일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 버거운 순간들을 꾸밈없는 표정으로 그려낸 어린 배우들, 담담하지만 집요하게 파고든 윤가은 감독 모두가 대단하다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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