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89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26일(현지시간) 오후 열린다. 역대 최다 후보를 배출하며 이미 각종 시상식들을 휩쓴 '라라랜드'의 예고된 승리를 점치는 이들이 다수지만 복병은 어디에나 있다.
다미엔 차젤레 감독의 뮤지컬 영화 '라라랜드'는 다수가 손꼽는 올해 아카데미의 최강 후보다. 작품상과 감독상(다미엔 차젤레), 남우주연상(라이언 고슬링), 여우주연상(엠마 스톤), 촬영상, 음향상, 음향효과상, 미술상, 의상상, 작곡상, 음악상, 각본상, 편집상에다 주제가상에 두 곡을 후보로 올리는 등 13개 부문에 걸쳐 14개 후보를 냈다. 이미 '이브의 모든 것'(1950), '타이타닉'(1997)과 함께 역대 아카데미 최다 후보(14개)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단순히 후보만 여럿 배출한 게 아니다.

재즈 뮤지션을 꿈꾸는 남자, 할리우드의 스타를 꿈꾸는 여자가 만나 사랑하고 꿈을 향해 가는 이 매력 만점의 뮤지컬 러브스토리는 골든글로브 7개 부문에 올라 전 부문을 석권했고, 영국 아카데미에서도 5관왕에 올랐다. 감독조합상, 프로듀서조합상, ADG(아트드렉터스 길드) 작품상 등 아카데미 지표로 꼽히는 여러 시상식을 이미 연거푸 휩쓸었다. 이미 흥행과 비평 모두에서 성공을 거둔 데다, 할리우드의 낭만과 향수를 자극하는 작품으로서 보수적인 아카데미 회원들의 표심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다수의 예측이다.
그러나 수상을 관망할 수만은 없다. 여우주연상 엠마 스톤이 다수 시상식에서 이견없는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다시피 한 반면, 남우주연상 후보 라이언 고슬링은 이미 '맨체스터 바이 더 시'의 케이시 애플렉, '펜스'의 덴젤 워싱턴에게 밀리는 모습. '라라랜드'에 대한 지지는 지난해 백인 일색의 아카데미로 '화이트워싱' 논란에 빠졌던 아카데미의 백인 우선주의 답습이란 지적을 받을 공산도 크다.

경쟁작들도 쟁쟁하다. 가장 주목받는 영화는 배리 젠킨스 감독의 영화 '문라이트'다. 각종 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하며 올해의 또 다른 발견으로 평가받은 '문라이트'는 올해 아카데미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을 포함해 8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라라랜드'의 대항마로 떠올랐다. 소재나 주제, 분위기와 형식부터가 '라라랜드'와는 완전히 다르다. 미국 마이애미를 배경으로 3명의 배우가 한 흑인 소년의 성장과정을 그려내는 '문라이트'는 톱스타 없는 저예산영화이자, 흑인과 성소수자를 다룬 작품으로 또 다른 반향을 일으켰다. 아카데미 시상식 하루 전 열린 인디영화계의 아카데미 '인디 스피릿 어워즈'에서는 작품상 감독상 편집상 촬영상 등 6개 상을 거머쥐며 저력을 발휘했다.
흑인 감독이 흑인 배우들을 기용해 만들어낸 '문라이트'는 할리우드의 비주류, 흑인에 동성애를 전면에 내세우며 지난해 백인잔치 논란을 빚었던 아카데미를 또한 자극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밖에 덴젤 워싱턴이 직접 연출과 주연을 맡은 왕년의 야구스타 이야기 '펜스', 나사에서 활약한 세 흑인 여성의 활약상을 담은 '히든 피겨스', 호주로 입양된 인도 소년의 이야기 '라이언' 등이 작품상 등 각 부문 후보에 오르며 지난해와는 달라진 오스카를 예고한 상태. 후보작 선정에서 드러난 오스카의 변화가 트로피의 향뱡으로도 입증될 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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