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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시민' 최민식이 지배한 선거 복마전..투표해야 하는 이유

'특별시민' 최민식이 지배한 선거 복마전..투표해야 하는 이유

발행 :

전형화 기자

[리뷰] 특별시민

사진


선거전은 복마전이다. 얻을 게 많을수록 마가 들끓는다. '특별시민'은 헌정 사상 최초로 3선에 도전하는 서울시장 변종구의 이야기를 그린다. 3선을 발판으로 대권 욕심도 숨기지 않는다. 이 선거전은 어떤 결말로 막을 내릴까.


'특별시민'은 '모비딕' 박인제 감독이 5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전작에서 거대 권력에 맞선 기자의 이야기를 그린 박 감독은 이번엔 거대 권력이 만들어지는 과정으로 뛰어들었다.


토크 콘서트에서 랩을 쏟아내며 젊은 표심 공략에 나서는 변종구 시장. 3선을 노리고 내친김에 대권까지 욕심을 낸다. 그런 그를 당 내에서도 못마땅하게 바라본다. 대권을 노리지만 뇌물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당 대표와 충돌하기 때문.


그런 변종구는 토크 콘서트에서 발칙한 질문을 한 젊은 광고 전문가가 눈에 들어온다. 재능을 알아보는 데 일가견이 있다는 그는, 광고 전문가 박경을 선거 캠프에 끌어들인다. 변종구를 돕는 심혁수 의원은 참신한 젊은 피 박경에게 "선거는 똥통에서 진주를 꺼내는 것"이라며 똥을 뭍일 각오가 있냐고 묻는다. 대답은 물론 오케이.


변종구 캠프는 상대당 양진주 캠프에 네거티브 전략을 사용하며 압박을 가한다. 그렇다고 선거전이 쉽게 끝날 리가 없는 법. 아내와 자식 공략은 물론 도청에 조폭 연루, 단일화를 위한 매수까지 온갖 더러운 방법들이 난무한다. 혼탁해지고 있는 서울 시장 선거전에 언론도 초미의 관심사. 박경에게 학연으로 접근한 정제이 기자는 특종을 잡으려 은밀한 거래를 제의한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변종구에게 치명적인 약점이 생긴다. 그 약점을 둘러싸고 내부 갈등도 터져 나온다. 산 넘어 산을 거쳐 변종구 시장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3선에 성공할 수 있을까.


'특별시민'은 사이다가 아니다. 최근 현실을 바탕으로 한다는 영화들이 사이다 같은 대리만족을 주기 위해 판타지를 난무했다면, '특별시민'은 짐짓 이것이 현실인양 거대한 똥덩어리를 투척한다. 온갖 파리가 꼬이지만, 그 속에 권력이라는 영롱한 진주가 숨겨져 있기에 너도나도 뛰어든다. 이 게임에 뛰어든 누구도 비릿한 냄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설파한다.


어둠이 짙을수록 빛을 갈망하는 법. '특별시민'은 혼탁한 선거전을 노골적으로 전시해 그렇기에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방법으로, 26세 여성 광고전문가를 화자로 선택했다. 선거전에 뛰어들어 그 과정을 지켜보고 진실을 알게 된 뒤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 관객이 따라가도록 꾸몄다. 통상 주인공이 아닌 화자를 선택하는 건, 대략 두 가지 이유다. 주인공을 소개하는 이야기거나, 주인공이 너무 극악스러워서 거리를 두면서 쫓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다. '특별시민'은 두 가지 이유 모두다.


고졸 노동자로 사법고시를 거쳐 변호사가 된 뒤 3선 의원을 하고 서울시장 재선까지 성공한 변종구. 그 화려한 이력 뒤에는 권력욕이 가득하다. 좋은 이미지를 만드는 데 천재적이다. 표를 위해서라면 못할 게 없다. 그런 변종구를 돕는 검사 출신 재선 의원 심혁수. "약점이 있는 놈이 말을 잘 듣는 법"이라며 게임 메이커 노릇을 한다. 노련한 늙은 호랑이와 교활한 곰은 같은 길을 걸으면서도 목적지는 다르다. 그들의 전략에 상대 후보 진영은 계속 끌려간다. 광고 전문가 박경은, 끝까지 이 길을 걷겠다면서도 이렇게 걷는 게 맞는 건지 계속 자문한다.


이런 구성은 미드 '하우스 오브 카드'를 좋아한 사람들이라면 즐기기에 충분하다.


단 쉴 구석이 없다. 변종구 역을 맡은 최민식은 '특별시민'의 모든 것이다. 최민식으로 시작해 최민식으로 끝난다. 카메라가 그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을 땐 관찰하고, 그에게로 깊게 다가가면 질문을 던진다. 최민식의 카리스마가 영화를 지배한다. 문제는 너무 최민식에게 집중됐다는 점이다.


최민식에게 지나칠 정도로 집중되다보니 라미란이 맡은 상대 후보 진영의 이야기가 상대적으로 적다. 쉴 곳이어야 할 라미란 측 구성이 적다보니, 영화가 강-강-강-강으로 마무리된다. 젊은 세대를 대변하는 두 인물, 심은경이 맡은 박경과 라미란 측 선거전문가 임민선 역의 류혜영 간 대립이 실종된 것도 아쉽다. 편집이 됐기에 더 아쉽다.


이런 아쉬움은, 배우들의 연기 경연이 감춘다. 최민식을 필두로 곽도원, 라미란, 기자 역의 문소리 등등 '나는 가수다'에 출연한 가수들 못지 않은 연기 경연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연기 보는 맛이 난다. 너무 난다. 잠시 숨 돌릴 틈이 없이 지르는 연기 경연장이다. 곽도원이 아쉽다. 너무 잘했지만 익히 본 레퍼토리다. 마치 김연아가 지난 시즌 최고 점수를 기록한 경기 레퍼토리를 올해도 보는 것 같다.


'특별시민'은 통쾌하지 않다. 현실을 베껴온 듯 그리며 상상을 부채질한다. 현실에서 익히 본 이야기들에, 현실에서 떠도는 음모론이 더해졌는데, 현실처럼 마무리한다. 영화 안과 영화 밖의 경계를 허문다. 배우들의 지극히 사실적인 연기가 경계를 허무는 데 큰 몫을 한다. 배우들의 연기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음악까지 사라진다. '특별시민'의 운명이자 미덕이자 한계다.


영화 속 심은경의 선택에 동의하든 하지 않든, 마지막 최민식 에필로그는 명연기지만 사족이다.


4월26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추신. 원래 심은경 역은 남자였다. 성(性)을 바꾼 건 탁월했다.


추신2. 한국어 제목은 '특별시민'이지만 영어 제목은 'Mayor'다. 시장이 아닌 시민이 제목이다. 대사로 "다른 색을 섞다 보면 결국 검은색이 된다"며 단일화를 꼬집는다. 현 대선 정국에 시사하는 바가 적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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