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에서 볼 가능성이 사라졌다. 넷플릭스에서 '옥자' 한국 개봉일 변경은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7일 넷플릭스 측은 스타뉴스에 "'옥자'는 처음부터 넷플릭스 플랫폼을 통해 공개한다는 게 원칙"이라며 "한국 극장 개봉을 위해 한국만 극장 개봉 날짜를 변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옥자'는 한국 3대 멀티플렉스 체인에선 볼 수 없을 전망이다. 그간 '옥자' 극장 개봉을 둘러싸고 넷플릭스와 한국 3대 멀티플렉스 간 입장 차이는 분명했다. 한국 3대 멀티플렉스는 '옥자' 극장개봉과 넷플릭스 동시 공개는 홀드백(극장에서 상영된 뒤 다른 플랫폼에서 상영되기까지 기간. 통상 한국은 3주간이다) 원칙을 어기는 일인 만큼, '옥자' 극장 개봉을 앞당겨달라는 것이었다.
이를 놓고 '옥자' 극장 배급을 맡은 NEW가 넷플릭스를 대신해 각 멀티플렉스와 교섭을 해왔다. 하지만 NEW로선 넷플릭스가 세운 원칙에선 벗어날 수는 없는 일.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은 각각 NEW에 '옥자'에 대한 입장을 이미 전한 상태다. CGV는 "홀드백 원칙에 예외를 둘 수 없다", 롯데시네마는 "개봉일 조정이 있어야 한다", 메가박스도 "원칙에 예외를 둘 수는 없다" 등의 입장을 전했다. 각 멀티플렉스들은 NEW가 '옥자' 개봉일 확정 발표 전에 극장들과 사전 협의가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한 뒤 협상을 시작한 것도 내심 불쾌하게 여기고 있다는 후문이다. 아무리 봉준호 감독의 영화일지라도 미국 스트리밍 서비스 회사가 발표하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냐는 불쾌함인 것. 현재 이런 극장의 불쾌함을 NEW가 총알받이로 맞고 있기도 하다.
NEW로서는 6월29일 '옥자'를 극장과 넷플릭스에서 동시 공개한다는 발표도, 넷플릭스와 극적으로 합의된 것인 만큼 어쩔 도리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결국 '옥자'는 한국에서 3대 멀티플렉스를 제외한 대한극장, 서울극장 등 개인 사업자 극장들에서만 상영될 전망이다. 3대 멀티플렉스가 한국 극장 스크린수의 92.4%를 차지하는 만큼, '옥자'를 극장에서 보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넷플릭스와 극장의 충돌은 '옥자'가 선례가 아니다. 이미 미국에서도 충돌이 있었다.
넷플릭스는 2015년 아프리카 소년병 이야기를 다룬 '비스트 오브 노 네이션'을 첫 오리지널로 제작, 미국에서 극장과 동시 공개를 시도했다. 하지만 AMC 등 미국 대형 멀티플렉스 4사가 영화 유통 체계를 흔든다며 극장 개봉을 거부했다.
이후 넷플릭스는 '와호장룡' 속편인 '와호장룡: 운명의 검'을 만들었지만 홍콩에서만 유일하게 극장에서 상영됐다.
영화를 다양한 플랫폼에서 보게 하려는 넷플릭스와 영화는 큰 스크린에서 보는 게 원칙이라는 극장들의 싸움이 계속돼왔던 것이다.
한국 멀티플렉스는 넷플릭스의 정보 비공개에도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옥자'를 극장과 넷플릭스에서 동시에 공개할 경우, 극장쪽 데이터는 그대로 넷플릭스에 전해지지만 넷플릭스쪽 데이터는 극장들에게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세계적으로 유료 가입자가 9300만명, 한국에서는 약 10만명 정도로 추산되지만 정확한 수치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어떤 국가에서, 어떤 작품이, 얼마나 많이 봤는지도 비공개다. 유료 가입자들 중 특정 작품을 많이 보는 연령대와 남녀의 성비도 비공개다.
극장들로선 언젠가 도래할 유통 체계 변화를 미리 살피기 위해 데이터를 얻고 싶어도 넷플릭스의 비공개 원칙으로 확인이 불가능하다. 한국 멀티플렉스들은 NEW를 통해 넷플릭스에 공을 던졌다. 넷플릭스는 극장과 교섭은 NEW에 일임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개봉일 변경은 없다는 원칙이다. 중간에 낀 NEW는 이래저래 난처한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옥자'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졌다. '옥자'를 보려는 한국 관객들은 얼마 안되는 상영 극장을 찾거나 넷플릭스에 가입해야 할 것 같다.
재주는 봉이 부리고, 욕은 한국 극장들이 먹고, 돈은 넷서방이 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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