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0만 관객을 돌파 영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는 송강호, 유해진, 류준열, 토마스 크레취만 등 주요 배우들 외에도 몇몇 배우들이 존재감을 뽐내며 관객들에게 재미를 선사했다. 배우 신담수(41) 역시 이번 영화를 통해 자신을 알린 주인공 중 한 명이다.
신담수는 '택시운전사'에서 광주의 택시운전사인 신기사 역을 맡았다. 그는 독일기자 위르겐 힌츠페터(토마스 크레취만 분)를 데리고 광주에 온 서울의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 분)에게 직업에 대한 신념을 두고 논쟁을 벌이기도 하고,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 운동을 직접 보고 겪은 광주의 시민으로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이번 영화를 통해 관객들의 시선을 끌었지만 신담수는 아직 눈에 익숙하지 않은 배우다. 1999년부터 연기를 시작했지만 연극무대에서 활동을 했다. 2010년 MBC '로드 넘버 원'을 통해 안방극장에 데뷔, 2012년에 '죽여주는 이야기'로 스크린에 각각 첫 출격했다. 이후 몇몇 작품을 통해 카메라 앞에 섰지만, 단역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이런 그가 어떻게 '택시운전사'에 합류하게 됐을까. 신담수는 "직접 지원해 오디션까지 봤다"면서 캐스팅 과정을 털어놓았다.
"배우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했죠. 조감독을 한 친구가 프로필 한 번 넣어보라고 했었거든요. 그 뒤에 오디션을 봐서 캐스팅 됐죠. 사실 너무 하고 싶었어요. 시나리오를 봤는데, 제가 시나리오 보고 운 적이 없었는데 이번 거는 눈물을 흘렸거든요. 감동적이었어요. 그런데 캐스팅 된 후 첫 촬영 일정이 변경되었는데, 연락이 없어서 강제 하차된 줄 알았어요. 아니어서 다행이었죠. 그리고 예상도 못한 1000만 관객 돌파로 기뻐요."

신담수의 영화 속 활약은 비중으로 따지자면 크지 않았지만, 자신을 알리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무엇보다 장훈 감독이 "아직 발견되지 않은 배우"라면서 "다재다능한 재능을 살리지 못해서 미안하다"라고 말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는 장 감독의 이런 평가에 머쓱해 했다. 오히려 감독 덕분에 촬영하면서 마음껏, 하고 싶은 연기를 할 수 있었다고 되레 고마움을 표시했다.
"장훈 감독님은 배우를 정말 편하게 해주시는 분이었어요. 놀랐던 게 촬영 전에는 촬영분에 대해 설명을 해주시면서 '어떻겠어요?'라고 물어보셨어요. 또 모니터를 할 때도 의견을 물어보시더라고요. 감독님 시야가 당연히 넓을 텐데, 그렇게 챙겨서 말씀을 해주시니 감사했죠. 물론 제 의견이 100% 반영됐다고 할 수는 없어요. 그러나 제 생각을 궁금해 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는 생각을 들었죠."
극중 신기사는 만섭, 황태술(유해진 분)과 대화 중 감정을 억누르지 못해 거친 말을 내뱉기도 했다. 황태술에게는 우유부단한 형님이라면서 소리를 쳤고, 만섭에게는 돈만 밝히는 택시운전사라면서 자존심을 팍 긁어 놓았다. 자신이 직접 소화해 화제가 된 대사, 장면들에 대해 신담수는 "다 감독님 덕분"이라고 했다.
"감독님이 편하게 하라고 하셨죠. 대사나 분량을 광주 택시운전사들에게 적당히 나눠주셨어요. 애드리브로 얻은 대사도 있기도 해요. 아무튼, 감독님이 믿고 맡겨주신 덕에 신나게 놀았죠."
'택시운전사' 촬영을 하면서 많은 추억이 있었다는 그에게 아쉬운 점이 없는지 묻자, 잠시 머뭇거리다 "개인적인 욕심인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다"면서 조심스러워 했다.
"일단 전 편집이 거의 없어서 좋았는데, 개인적으로 편집된 장면 하나가 욕심 나는 게 있어요. 영화에서도 나온 광주 민주화 운동 때 택시운전사들이 시민들을 구하는 장면이 있는데, 저는 거기에 나오지 못했어요. 영화에서는 나오지 않았지만 촬영은 했어요. 아쉬웠던 게 비록 영화였지만, 역사의 한 장면에 있었다는 것을 스크린을 통해 보고 싶었는데 그게 살짝 아쉽더라고요."

신담수는 장훈 감독 외에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는지 묻자 선배 송강호에게 적잖은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제 첫 촬영이 송강호, 유해진 선배님과 류준열과 함께 하는 장면이었어요. 그 때 촬영장 건물이 2층이었는데, 제가 큰소리로 대사를 했었죠. 송강호 선배님이 오셔서 '담수야, 여기 2층이고 새벽이야. 속삭여도 다 들려. 근데 왜 7, 8층에 얘기하듯 하냐'라고 하셨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오바했다는 것을 알았죠. 의욕이 넘쳤었거든요. 그래서 다음 촬영에서 소리를 반으로 줄였더니 선배님이 박수를 치시면서 좋아하셨어요. 제가 연기를 정말 잘 해서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선배님이 제가 앞으로 더 잘 할 수 있도록 풀어주신 것이라고 여겨요. 덕분에 이후 촬영은 편하게 할 수 있었어요. 또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하셨죠. 조언, 위로를 섞어서 해주시는데 감동 받았죠."
그는 유해진, 류준열과의 호흡도 좋았다고 했다. 특히 극중 대학생 구재식 역을 맡았던 류준열에 대해서는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예의 바른 청년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유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많이 놀랐어요. 인기스타라는 티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어요 사석에서도 우쭐대는 모습이 하나도 없었죠. 준열이를 보면 진짜 대단해요."
자신보다 상대를 더 치켜세우는 신담수. 십수 년 동안 연극무대에서 쌓은 연기 내공 덕에 이번에 관객들에게 자신을 알릴 수 있었다. 그에게 연기란 무엇인지 묻자 "거창한 철학은 없다"고 말했다.
"캐릭터가 배경, 시대, 상황에 맞게 설정되어 있을 텐데 그것에 맞게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게 제 연기 철학이라면 철학이죠. 그래서 오롯이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도록 노력해요. 무엇보다 저를 걷어내는 작업을 많이 해요. 저도 모르게 나오는 습관을 버리려 하는 거죠. 그게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있어 중요해요."
또한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 것보다 어떤 역할을 하던지 존재감 있게 연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누가 봐도 잘 할 수 있는 역할은 매력적이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다른 것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죠. 물론, 그게 제 일이기도 하니까요."

'택시운전사'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신담수. 그는 앞으로 하고 싶은 일도 많았다. 그 중 하나가 결혼이었다.
"제가 사실 미혼이에요. 마지막 연애가 3년 전이고, 여자친구가 없네요. 이젠 결혼도 하고 싶어요. 어머니는 한 번 갔다 오더라도 결혼을 하라고 하세요. 저 또한 남들 하는 것 다 해보고 싶어요."
'택시운전사'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자신의 존재를 알렸지만 아직은 알아보는 이가 많지 않아 영화 속 헤어스타일로 밖을 나가야 하는 게 아닌가 고민 중이라는 신담수. 그는 이달 중 tvN 드라마 '명불허전'으로 안방극장 시청자들과도 만나게 될 예정으로, 카메라 밖에서 알아보지 못하는 아쉬움도 곧 털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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