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서운 기세로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추석 청불 흥행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스파이 무비 '킹스맨:골든 서클'. 돌아온 외눈의 해리, 콜린 퍼스는 반갑고, 신입 킹스맨 티를 완전히 벗어버린 태런 에저튼은 확실히 제 몫을 합니다. 새로 합류한 화려한 미국 스테이트맨 멤버들도 나름 활약을 펼칩니다.
하지만 진정한 시선강탈자가 따로 있습니다.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누구나 인정할 그 이름, 바로 팝스타 엘튼 존입니다. 엘튼 존이 본인 엘튼 존 역할로 '킹스맨2'에 나온다는 소식이 나왔을 당시부터 이게 뭔 소린가 했던 분이 있었을 겁니다. 잠깐 등장했다 사라지는 카메오겠거니 했었지만, 그는 허투루 영화에 나올 분이 아니죠. 무난한 속편이란 평가를 받는 이번 '킹스맨:골든 서클'에 1편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 역시 바로 엘튼 존일 겁니다.
1편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의 연장선상에서, 주목받지 못한 채 실종 상태였던 엘튼 존은 줄리안 무어가 맡은 2편의 악당 포피에게 납치된 처지입니다. 캄보디아 오지 한가운데 화려하게 꾸며진 포피의 본부에 갇힌 채 일당의 전속 가수가 되어 원치 않는 공연을 펼치는 처량한 신세죠.
하지만 이 만만찮은 팝의 전설은 이대로 포피에게 굴복할 생각이 없습니다. 위협과 강요에 어쩔 수 없이 공연은 하지만 나오는 대로 거친 욕설을 내뱉고, 틈날 때마다 반항과 저항을 계속하죠. 영국이 사랑하는 스타의 꼬장꼬장한 자존심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그리고 결정적 활약을 하죠. 잠깐잠깐 등장하는 그의 존재감이 영화 후반부의 폭소 포인트를 다 책임졌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번 '킹스맨2' 속 B급 정서의 핵심이 바로 엘튼 존이죠.
1973년 발표한 자신의 곡 'Saturday Night's Alright for Fighting'을 개사해 멋들어지게 부르는 장면에선 뮤지션 다운 매력도 폭발합니다. 과연 전세계에서 3억장 이상의 음반 판매고를 기록하며 50년 넘게 사랑받은, 살아있는 팝의 전설은 스크린 위에서도 여전히 전설다웠습니다.
'킹스맨'은 꼭꼭 채워넣은 영국 신사들의 문화에 대한 자부심으로도 주목받은 작시리즈입니다. 할리우드 친구들에게 보내는 러브콜과도 같은 이번 속편의 진정한 킹스맨 엘튼 존. 어쩌면 그 자체가 영국의 레전드에게 보내는 '킹스맨'식 찬사가 아니었을까요. 레전드는 역시 레전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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