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고 작은 반전이 담긴 영화 '기억의 밤'(감독 장항준). 반전 스릴러라는 장르인만큼 반전 찾는 재미가 있는데요. 그 중 나영희는 빼놓을 수 없는 신스틸러입니다.
'기억의 밤'은 어느 날 납치됐다가 돌아온 형 유석(김무열 분)의 행동을 의심하는 동생 진석(강하늘 분)의 이야기입니다. 진석은 유석의 행동을 보면서 자신의 기억에 혼란스러워하고, 그러던 중 숨겨놓은 진실과 맞닥뜨리게 됩니다.
지난달 29일 개봉한 '기억의 밤'은 극 전개에 따라 밝혀지는 등장인물들의 비밀이 볼거리입니다. 특히 유석, 진석의 엄마 역을 맡은 나영희의 실체는 극 초반 등장하는 귀신보다 무섭습니다.
영화에서 나영희는 다정한 엄마의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평범하고, 다정한 여느 엄마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자식과 남편을 위해 저녁 준비를 하는 모습 역시 어떤 반전이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치 못하게 합니다. 뿐만 아니라 악몽에 시달린 아들 진석의 말을 누구보다 진지하게 들어주면서 믿을 만한 인물로 떠오르죠.
그러나 극이 중반을 넘어선 후 진석 엄마, 즉 나영희의 정체가 공개됩니다. 그녀 또한 비밀을 감추고 있던 인물이었죠. 그녀는 전화통화를 하는 과정에서 진석에게 자신의 정체를 들키게 됩니다. 담배를 손에 척 들고, 쏘아붙이는 말투는 앞서 다정했던 엄마의 모습이 아니었죠. 진석의 방에서 그를 바라보는 그 표정은 매서웠습니다.
뿐만 아니라 집을 탈출하는 진석의 뒤를 쫓은 후 "누구 만나는데?"라고 던지는 한 마디는 어떤 위협적인 행동보다 섬뜩했습니다. 금방이라도 진석의 얕은 거짓말에 반박하며 잡아갈 듯 했으니 말이죠.
나영희의 역할은 반전이 밝혀지는 순간의 교두보입니다. 주인공이 잔뜩 겁을 먹고, 자신의 기억을 일부 각성하게 되는 데 결정적으로 개입합니다. 눈빛과 대사 하나만으로 나영희는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했던 귀신의 존재보다 더 무섭게 다가옵니다. 그녀는 '기억의 밤' 최고의 신스틸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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