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한국영화계는 그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다. 10개로도 모자랄 만한 영화 뉴스를 모아 모아 정리했다.
◆ 1. 영화를 삼킨 논란들
2017년 한국영화들은 그 어느 해보다 논란에 휩싸였다. '불한당'은 변성현 감독의 SNS가 문제가 됐다. 변성현 감독은 자숙의 의미로 칸영화제에 초청됐는데도 불참했다. 이후 '불한당'은 열혈팬들인 불한당원의 성원으로 컬트 같은 인기를 누리며 재평가됐다. 김수현 주연의 '리얼'은 불명확한 전개 및 여성 캐릭터의 착취적인 묘사로 온갖 비난을 샀다. 류승완 감독의 '군함도'는 올해 한국영화 최대 기대작이자 최고 논란작이다. 감독의 의도와 만듦새와는 별개로 역사 왜곡 시비가 불거지면서 단숨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현상이 벌어졌다. 박훈정 감독의 '브이아이피'는 여성 캐릭터에 대한 묘사로 조리돌림을 당했다. '청년경찰'도 이 같은 지적은 피할 수 없었다. '청년경찰'과 '범죄도시'도 중국교포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같은 논란들은 상당수가 최근 한국사회에 화두로 떠오른 여성주의 혹은 여혐 현상과 맞물려있다. 한편으로는 창작자가 조리돌림의 피해를 받고 있다는 지적과 한편으로는 대중문화에 만연한 그릇된 생각들을 자성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분명한 건, 올해 이 같은 논란들이 최근 제작되는 한국영화들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 기획단계부터 여성 캐릭터 묘사 및 대사, 여성 캐릭터 비중 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 2. 여배우 폭행 스캔들과 여혐, 혹은 페미니즘
여성주의는 지난해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 이후 한국사회에 화두로 떠올랐다. 미국에서 일기 시작한 영화계 성폭력 피해자들의 공개 증언으로 생긴 미투 열풍과 때를 같이 해 한국영화계에서도 여배우 성추행 혹은 폭행 스캔들이 일기 시작했다. 남자배우들의 성추문 뿐 아니라 영화작업 현장에서 불거진 문제들에 대해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 것. 김기덕 감독은 '뫼비우스' 촬영 당시 여배우 A에게 감정 연기를 지도하겠다며 뺨을 때리고 합의되지 않은 남자배우의 성기를 잡게 했다는 이유로 고소당했다. 조덕제는 영화 촬영 중 상대 여배우를 성추행했다는 이유로 피소돼 1심에선 무죄, 2심에선 유죄가 선고돼 3심을 기다리고 있다. 이수성 감독과 곽현화의 '전망 좋은 집' 노출 장면 공개도 대법원까지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 각각 속사정은 다르나 감독과 배우, 상대배우가 합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촬영을 진행하면서 불거진 사건인 건 흡사하다. 이 사건들이 불거지면서 영화 촬영현장에서 감독과 배우가 합의되지 않은 연출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는 계기가 됐다. 한편 설경구의 백치미 발언과 사과, 유아인의 애호박 논란으로 불거진 SNS 설전 등도 페미니즘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이 같은 영화계 전반에서 일고 있는 여성주의 바람은, 대중문화 주요 소비층인 2030 여성들의 목소리기도 하다. 받아들이든, 받아들이지 않든, 이런 목소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 3. 넷플릭스발 '옥자' 파동
봉준호 감독의 '옥자'는 스트리밍 서비스업체 넷플릭스에서 동시 공개된다는 이유로 한국 멀티플렉스 체인에서 보이콧을 당했다. 이는 영화 상영 및 제작의 미래를 두고 벌이는 전초전 성격이기도 했다. '옥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는 최초로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화제를 모았다. 단순히 화제로 그치지 않았다. 프랑스 극장업체들이 스트리밍 서비스 영화가 칸 경쟁부문에 초청된 걸 문제 삼아 초청 여부가 불투명해지는 상황까지 갔다. 칸에서 불거진 논란은 한국으로 이어졌다. 한국 멀티플렉스 체인들은 넷플릭스가 사전 협의 없이 '옥자'를 극장과 스트리밍 서비스로 공개한다고 밝히자, 여러 경로로 문제점을 지적하다가 마침내 전면 보이콧을 하기에 이르렀다. '옥자'를 둘러싼 이런 한국 멀티플렉스들의 반발은, 외신들을 통해 세계 영화계에 곧바로 전해졌다. 그만큼, 세계 영화계가 주목한 논란이기도 했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들이 콘텐츠 플랫폼으로 갈수록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가운데, '옥자' 논란은 영화와 극장의 미래에 대한 싸움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옥자'를 둘러싼 이 같은 논란은 올 한해 세계 영화계에 크게 불거진 재편과도 이어진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스트리밍 서비스업체가 계속 오리지널 영화를 선보이고 있는 한편 디즈니가 이십세기 폭스를 사들여 영화 산업을 재편하고 있다. 전 세계 대형 극장 체인들도 인수 합병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바야흐로 영화의 미래, 영화산업의 미래가 격동하는 시기에 '옥자'가 화두를 던진 것이다.

◆ 4.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사장 동반사퇴
2014년 '다이빙벨' 상영 이후 고난의 시간을 보낸 부산국제영화제가 올해는 강수연 집행위원장과 김동호 이사장 동반 사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강수연 위원장은 소통의 문제점들을 이유로 사무국이 성명서를 발표하자 영화제 개최를 불과 두 달여 앞두고 올해 영화제를 끝으로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김동호 이사장도 올해 영화제를 끝으로 동반 사퇴한다고 발표했다. 영화제를 이끄는 선장 두 명이 갑작스럽게 떠나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이 같은 파국은 영화제의 기둥이었던 김지석 프로그래머가 지난 5월 칸국제영화제 기간 중 타계하면서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사람이 사라진 것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문재인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올해 부산영화제를 찾아 응원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강수연 집행위원장과 김동호 이사장의 동반 사퇴는 바뀌지 않았다. 영화제는 집행위원장 공석 사퇴를 맞아 새로운 집행부를 꾸리려 애를 쓰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시아 최대 영화제를 자랑했지만 '다이빙벨' 상영 이후 문화 블랙리스트 여파로 위상이 예년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위기를 기회로 탈바꿈해 정상화가 될지, 아니면 위기로 시련을 거듭하게 될지, 내년이 고비가 될 것 같다.

◆ 5. 홍상수·김민희 "우리는 사랑하는 사이입니다"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가 불륜설이 불거진 뒤 9개월 만에 둘의 관계를 공식 인정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6월 불륜설이 불거진 뒤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감췄다. 이후 올해 2월 베를린국제영화제에 동반 참석해 주목 받았다. 김민희가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한국배우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뒤, 두 사람은 한국 기자시사회에도 나란히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진심을 다해서 만나고 사랑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밤의 해변에서 혼자' 기자간담회를 끝으로 다시 국내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김민희도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만 출연하고 있을 뿐 다른 영화에는 출연을 하지 않고 있다.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수상한 배우가 한국 영화 시상식에서 이처럼 외면받고 있는 것도 김민희가 처음이다. 여러모로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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