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창민(53) 감독과 정유정(53) 작가가 '7년의 밤'으로 만났다. 소설과 영상의 콜라보레이션을 이룬 두 사람이다.
'7년의 밤'은 한 순간의 우발적 살인으로 모든 걸 잃게 된 남자 최현수(류승룡 분)와 그로 인해 딸을 잃고 복수를 계획한 남자 오영제(장동건 분)의 7년 전의 진실과 그 후 끝나지 않은 이야기다. 동명의 인기 소설을 원작으로 재탄생, 지난달 28일 개봉했다.
'7년의 밤' 원작자 정유정 작가, 영화화 한 추창민 감독을 스타뉴스가 만나 영화의 시작부터 끝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7년의 밤'을 영화화 한다고 했을 때 어땠는가.
▶정유정 작가(이하 정) : 추창민 감독님이 한다고 했을 때 사실 잘 몰랐다. 이름만 들었다. 제가 TV, 영화도 잘 안 본다. 마지막에 본 게 아이들하고 본 '신밧드의 모험'이다. 아무튼 영화 결정이 되고, 감독님 성향을 알기 위해 감독님의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봤다. 감독님 영화를 다 봐야 하는데, 이병헌 씨가 출연한 영화를 봤다. 이병헌 씨 광팬이 됐다.
▶추창민 감독(이하 추) : 저는 제가 선택했던 게 아니고, 알고 있던 제작자 분이 정유정 작가님의 소설을 영화화 하게 됐다고 했다. 정 작가님이 선택한 분이 저한테 책을 주시고, 판권을 샀으니 해보자고 해서 하게 됐다. 소설이 좋으니 저도 좋을 듯 싶었다.
-드디어 영화가 개봉했다. 류승룡, 장동건이 주연을 맡은 것 외에 소설을 영화화 했다는 것에 관객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그러나, 개봉 후 기대했던 것 이상의 관객이 모이지 않았다. 서운하진 않은가.
▶추 :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결과가 지금 당장 나쁘다고 해서, 나쁜 결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영화와 소설. 호불호가 갈리는데, 감독 입장에서 관객들이 영화를 어떻게 봐줬으면 하는가.
▶추: 선입견을 가지고 보기보다 영화를 보시면서 숨겨진 의미를 읽으면서 보는 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어떤 영화라고 생각하고 가는 게 좋다.

-예고편 등을 통해 오영제에 대한 관객들의 호응이 뜨거웠다. 소설 속 인물을 표현한 것에 어떻게 생각하는가.
▶정 : 장동건이 표현한 오영제는 강렬했다. 마음에 들었다. 오영제란 사이코패스는 이전에 표현됐던 모습과 다르다. 최근 드라마, 영화 등에서 표현된 사이코패스가 소설에서 제시했던 그런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책에서 그린 오영제는 겉으로는 말끔한 신사 같지만 안으로는 미성숙한 폭탄 같은 소시오패스가 있었다. 밖에서는 잘 안 열리고, 집에서는 열려는 미성숙한 어린애다. 그래서 아내, 딸에게 자기식대로 사랑을 하라고 한다. 장동건이란 배우가 가지고 있는 모습이 그렇다. 외적으로 가지고 있는 모습이 사회적으로 일치한다고 본다. 영화 구현에 있어서 거의 흡사하게 묘사가 됐다. 물론, 그 분의 성격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추 : 감독의 생각을 표현해 주는 게 배우의 연기다. 만족스럽게 나왔다. 만족감이 크다. 100%, 200% 해준 것에 대해서는 영화를 보시는 분들이 만족해 주셔서 고맙게 생각한다.
-작가가 볼 때 영화에서 소설 속에 있는 상황을 정말 잘 살려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는가.
▶ 정 : 먼저 답이 질문과 다를 수 있다. 제일 마음에 들었던 게 굿하는 장면이다. 굿판을 벌이는데, 제가 소설에서 의도한 부분은 오영제가 최현수의 반응을 보기 위해 시키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이 부분이 사실 완전히 변질이 됐다. 사건과 얽힌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된다. 운명 같이 휘말리는데, 소설과는 사실 완벽하게 다르다. 그런데 이 부분이 엄청 좋다고 생각한다.
-감독 입장에서, 영화화 하면서 이것만큼은 잘 살려냈다고 자신하는 부분이 있는가.
▶추 : 저는 무녀를 손꼽는다. 무녀는 물 속에서 발견된 세령이를 끌어올릴 때, 이를 보는 서원의 눈을 가려준다. 거기에 모성, 여성성이 있다. 원래는 서원의 엄마 은주, 영제의 아내 하영이가 각각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저는 이를 무녀로 표현했다. 원작의 여성적 캐릭터들에 대한 아쉬움도 있고, 많이 삭제해서 죄송하지만 무녀를 통해 하나로 잘 묶어내지 않았나 싶다.

-개봉 후 원작을 접했던 관객들이 가장 많이 이야기 하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결말. 소설과 영화의 결말이 바뀐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정 : 영화는 소설의 기본적 핵심과 똑같다. 운명의 폭력성에 맞닿은 운명, 이 사슬을 끊어내기 위한 노력, 피의 대물림 등이 영화에도 있다. 결말 부분이 다르다는 이야기가 많다. 제 입장에서 이 결말은 책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만족한다.
-영화와 소설 중 다른 점 하나는 바로 오영제의 아내 하영이다. 소설에서 하영은 사건을 풀어가는데 핵심 인물인데, 영화에서는 왜 죽음을 선택하는 인물로 만들었는가.
▶추 : 하영이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게 시간적으로 벅차다고 생각했다. 소설에서 오영제, 최현수란 두 인물을 꺼내 집중했다. 거기에 집중해야 하는데, 여기에 하영이까지 이야기를 구축하는데 넣으면 관객이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영화는 한계가 있으니, (소설을) 조금 축소했다.
-문학을 영상으로 재탄생 시키는 일은 쉽지 않다. 특히 영화는 있는 그대로 옮기는 것도, 재창조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 작가의 관점에서 영화로 구현한 감독의 능력은 어땠는가.
▶문학적 가치를 영화로 표현하는 게 힘들다고 한다. 그렇다. 장치를 잘 사용해야 한다. 영화를 보고, 장치들이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했다. 소설에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제가 남자들이 흔히 쓰는 용어들을 많이 썼다. 이 영화는 상업영화니까, 제가 쓴 그런 유머들을 덜어낼 줄 알았다. 오히려 확대, 강화해서 깜짝 놀랐다. 문학적 장치를 영화적 장치로 전환시킨 것이다. 그런 것들을 보고 난 후에, 스태프들이 영화가 어땠냐고 물어봤다. 그래서 "감독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감독님이 이번에 어려운 일들을 하셨다.
-정유정 작가의 스릴러는 깊이가 있다. 눈에 쉽게 그려지고, 진한 잔상이 남는다. 작가와 감독이 또 한 번 영화로 만나게 될까.
▶정 : 이후 제 작품을 또 하신다면 저는 100% 감독님을 믿는다. 그런데 본인이 안 하실 것 같다.
▶추 : 제가 잘 할 수 있으면 하겠는데, 잘 할 자신이 없다. 작가는 하나의 현상을 깊게 보는 사람들이다. 경이롭다. 하나의 현상을 깊이 보고, 눈 앞에서 (글로) 보여주는데 그것은 문학이 아니고서는 못하는 것 같다. 문학을 하시는 분들에 존경심이 깊다.

-소설은 스릴러 부분이 강한데, 영화는 사실 그런 부분이 많이 생략 되어 있다. 이유가 있는가.
▶추 : 소설에서 서스펜스를 많이 가져와 썼던 것 같다. 저는 개인적으로 소설에 담겨 있던 서스펜스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그 부분을 부각시킨 것이다.
-문학과 영화의 결합, 어떻게 생각하는가.
▶추 : 제가 한참 영화를 보던 시대에는 훌륭한 문학 작품을 영화로 만든 게 많았다. 좋은 문학을 영상으로 만든다면 좋은 일이다. 외국의 경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비롯해 톨스토이의 많은 작품들이 영화로 됐다. 영화도 보고, 소설도 보면서 비교도 많이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저 역시 이번에 시도를 했다. 개인적으로 문학, 영화의 결합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 소설은 소설대로, 영화는 영화대로 고전이 되어 남는다. 예로 '샤이닝'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연출을 했는데, 스티븐 킹 작가의 원작이다. 원작과 영화가 전혀 다른 이야기로 됐지만, 각 분야에서 고전으로 남게 됐다. 훌륭한 콜라보레이션이다. 소설은 토양이 되어주고, 영화는 나무나 건물이 되면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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