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Starnews Logo

[★FULL인터뷰]황정민 "'공작' 관성 깨려 노력했다"

[★FULL인터뷰]황정민 "'공작' 관성 깨려 노력했다"

발행 :

전형화 기자
'공작'에서 흑금성 역을 맡은 황정민/사진제공=CJ E&M
'공작'에서 흑금성 역을 맡은 황정민/사진제공=CJ E&M


꼭 1년만이다. 황정민이 '군함도' 이후 꼭 1년 만에 영화 '공작'으로 돌아왔다. '공작'은 1990년대를 배경으로 북한 핵개발 실체를 파악하려 북으로 넘어간 공작원 흑금성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황정민은 당시 북쪽 지역을 CF에 담는 걸 허락받아 핵 개발 실체를 파악하려 한 공작원 흑금성 역을 맡았다.


그간 황정민은, 영화 속에서 도드라졌다. 플로어에서 홀로 춤을 추며 무대를 장악하곤 했다. 그랬던 그가 달라졌다. 황정민은 '공작'에서 탁월한 댄서 같다. 자신을 누르고 춤출 상대가 빛나도록 리드했다. 그리하여 영화와 춤춘 상대가 활짝 꽃을 피웠다. 황정민의 이야기를 들었다.


-'공작'은 왜 했나.


▶이야기 자체에 끌렸다.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으로서 흑금성 이야기 자체를 몰랐던 게 창피했다. 그런 동시에 흥미로웠다. 원래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같은 영화를 좋아하지만 스파이 영화에 대한 로망은 없었다. 그저 이 이야기가 궁금한 게 가장 컸다. 당시 (권력자들의)민낯을 보게 되고.


-'공작'은 여느 스파이물과 달리 총과 칼이 난무하는 액션이 없다. 윤종빈 감독은 대신 말로 하는 액션을 추구했다던데.


▶처음에는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대사 외워서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지. 윤종빈 감독이 대사가 액션처럼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해서, 말이 어떻게 액션으로 느껴지지? 그렇게 생각했다. 하면서 정말 힘들었다. 나만 힘든 게 아니었다. 배우들이 촬영장에서 연기하기 힘들다는 소리는 잘 안한다. 민폐 끼치고, 짜치다고 생각하니깐. 그런데 '공작'은 너도 힘드냐, 나도 힘들다. 다 이런 식이었다. 예컨대 영화에서 "아, 못해먹겠다"고 대사를 하면서도 속내는 해야 하는 것으로 상대를 속이면서, 어떻게 속내를 들키지 않을까를 보여줘야 한다. 그러면서도 관객에겐 이 속내가 전달돼야 했다. 촬영장에서 배우들이 정말 대화를 많이 했다.


-그런 연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산 너머 산이었다. 윤종빈 감독에게 "어때요?"라고 하면 "잘 모르겠어요"라는 답이 돌아온다. 확신이나 정답이 없는 영화고 연기였다. 감독도 정말 힘들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배우들이 감독을 돕자, 이런 마음도 있었다. 구강액션이란 표현에 그래서 만족한다. 그러려고 노력했고, 새로운 도전이었다.


-흑금성이 출소하고 난 뒤 실제 만났다던데.


▶연기를 오래 하다 보니 사람 눈을 보면 어떤 사람인지 대충 파악이 된다. 그런데 그분은 눈을 읽을 수가 없더라. 벽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연기를 할 때 그런 상대방이 내 눈을 읽을 수 없도록 하는 느낌을 표현하려 했다. '공작' 기자 시사회 이후 뒷풀이에 흑금성과 부인이 왔다. 흑금성이 잘 봤다고 하더라. 부인께선 남편과 되게 비슷한 얼굴이 있어서 놀라웠다고 하더라. 감사했다.

'공작'에서 흑금성 역을 맡은 황정민/사진제공=CJ E&M
'공작'에서 흑금성 역을 맡은 황정민/사진제공=CJ E&M

-전작들에선 황정민이 도드라지게 극을 이끌었던 반면 '공작'에선 자신을 누르고 상대를 돋보이게 하려 한 것 같던데.


▶맞다. 정확하게 봤다. 그게 내게 제일 중요했다. 이 인물은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과 만난다. 그렇기에 절대로 도드라져 보이지 않은 인물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부당거래'와 너무 다른 영화지만 그 영화에서 맡았던 최철기 같이 도드라지지 않고 목적지로 이야기를 끌고 갔으면 했다. 이런 역할은 선을 조금만 넘어도 안된다. 넘으려 하면 할 게 많고. 그런 부분에서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티 내지 않고 그 에너지를 끌고 가는 연기가 제일 힘들다. 그래도 그걸 해냈을 때 얻는 쾌감이 있다. 뭐, 그래서 난 조연할 때 연기가 더 좋다.(웃음)


-황정민의 연기톤이 반복된다는 지적도 있는데.


▶속상하기도 하고 그렇지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군함도' 이후 1년만에 영화로 관객과 만난다. 한국영화에 황정민 밖에 없냐는 소리도 들었다. 그 만큼 내 영화를 많이 봐주셨다는 뜻이라 감사할 뿐이다. 그런 소리를 들으면 다음 번에는 그런 소리를 듣지 않으려 고민과 노력을 더 하게 된다.


-말한 것처럼 '군함도' 이후 첫 영화다. 관성이랄까, 황정민이 익숙하게 했던 것들을 바꾸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은데.


▶관성, 접근 방식, 해오던 패턴이랄까, 이런 것들을 깨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익숙해지다보니 두 번 고민했던 것을 한 번만 하고 됐다. 쉽게 접근하려 했고. 그랬던 것들을 그렇게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셰익스피어 연극하는 것처럼 연극 대본 보듯 시나리오를 봤다. 연극하는 선배님들이 "대사는 뼈로 외운다"고 했다. 그 말 그대로 하려 했다.


-이성민과 호흡을 맞춘 게 그간 방식과 좀 다르다. 그전에는 상대보다 대사가 반박자 빠르거나 톤이 약간 더 높았다면, 이번에는 정 반대다. 그래서 이성민이 더욱 돋보이도록 한 것 같은데.


▶성민이 형과 이야기를 많이 했다. 같은 일을 해도 입장이 다른 역할이다. 나는 잘 보여야 하고. 잣대를 놓자면 상대가 우위에 있어야 한다고 할까. 그래서 미묘하게 조율을 서로 했다. 그러다가 다시 한번 믿고 가자고 한 데부터는 다시 미묘하게 톤을 조정해서 비슷하게 보이도록 했다.


성민이 형이 제일 힘들어했던 게 처음에 우리 둘이 만나는 고려관 장면이었다. 대사가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았다. 나도 마찬가지고. 대만의 시골에서 찍었는데 차량 통제가 안되니 팽팽한 긴장감이 외부에서 들리는 소리에 금방 깨졌다. 자괴감을 느꼈다. 그래서 그 장면 뒤로 정말 많은 대화를 시작했다.


배우 4명이 연기를 할 때도 누가 대사를 할 때 리액션까지 계산을 해야 했다. 시선을 돌리기만 해도 그게 의미가 되니깐. 철저히 대화하고 계산했다. 정말 많은 공부가 된 작업이었다.


-이성민과 기주봉이 한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는 장면은 연기하기가 특히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세트에서 주는 위압감과 김정일 분장이 주는 효과. 거기에 마지막 하이라이트 장면까지 연속으로 찍어야 했을테니.


▶그 분량을 3일 정도 찍었다. 미국에서 온 분장팀이 그 기간만 일을 하고 가야 해서. 안양에 있는 세트에서 찍었는데 세트가 정말 엄청났다. 딱 들어갔는데 위압감이 상당했다. 우리가 개미 같은 느낌이랄까. 그리고 (김정일) 분장이 정말 절묘했다. 너무 비슷해서 진짜 김정일을 만난 느낌이었다. 공간과 분장이 주는 도움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그래서 속으로 흑금성이란 분은 정말 대단하구나란 생각을 했다. 나라면 100% 오줌을 지렸을 것 같다.


일단 그 공간에서 두 시퀀스를 찍는데 대사가 굉장히 많았다. 민폐를 끼칠까 진짜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공간이 주는 위압감에 나도 모르게 쫄게 되더라. 혼자 연습할 때는 잘 되던데 이상하게 그곳에 가면 잘 안됐다. 성민이 형도 "여기는 왜 그러지"라고 하더라. 그래서 다음 시퀀스에 주지훈에게 "여기 공간이 이상해. 조심해야 해"라고 했는데 글마는 너무 잘하더라. 쟤, 뭐야 이랬다.


-주지훈에게 연기적인 도움을 줬다던데.


▶그렇다기보다 북한 사투리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고 했다. 북한말이 희화화돼 고정관념처럼 느껴지는 게 있는데, 실제 평양 사람들은 그렇게 사투리가 심하지 않다. 감정을 잘 전달하면 되니깐, 그런 걸로 너무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고 했다.


-영화 마지막에 등장하는 이효리 섭외를 위해 친한 후배인 김제동에게 부탁했다던데.


▶아무래도 이효리는 나오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시가 탄핵 국면이기도 했거니와 북한 조명애와 같이 찍은 애니콜 광고 연출을 (국정 농단의 한 명인) 차은택 감독이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이효리의 광고 장면은 너무 중요했다. 일당백이다. 없어선 안될 인물이니깐. 그래서 난 이효리와 친분이 없으니 그녀와 친한 김제동에게 부탁했다. 제동이도 많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이효리가 출연을 결심한 건 윤종빈 감독이 직접 쓴 편지 때문일 것 같다. 이효리가 촬영장에 왔는데 다들 "와"라며 연예인 보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이효리니깐. 보통 촬영장에서 배우들이 감독 옆에서 같이 앉아서 모니터를 본다. 그런데 그날은 윤종빈 감독과 이효리만 앉고, 우리는 뒤에서 봤다. 윤종빈 감독이 "같이 옆에 좀 앉아달라"고 했는데. 이효리니깐.


-'공작'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전에 기획됐고, 탄핵 전부터 촬영에 들어갔다. 이 소재로 영화를 만드는데 불안하고 불편하진 않았나. '변호인' 사례도 익히 알고 있었을테고.


▶오히려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케이 누가 이기나 보자고 생각했다. 같이 하기로 한 사람들끼리 분명히 힘들 것이다, 하지만 우리니깐 한다, 이런 정서가 있었다. 그래서 똘똘 뭉쳤다.


-'공작'은 투자도 쉽지 않았다. 소재 때문이라기보다는 총 한 번 안쏘는 스파이물로 150억원이 넘는 제작비를 쓴다는 게 쉬운 결정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투자에 앞서 캐스팅됐고, 그런 과정을 봤는데, 흔들리진 않았나.


▶오히려 그런 것들이 배우들을 똘똘 뭉치게 했다. 세트에 가면 돈을 허투루 쓰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니깐. 더 뭉치게 되고, 더 집중하게 했다.

'공작'에서 흑금성 역을 맡은 황정민/사진제공=CJ E&M
'공작'에서 흑금성 역을 맡은 황정민/사진제공=CJ E&M

-칸 버전과 한국 상영 버전이 좀 다른데.


▶여러분 덕분이다. 현재 상영 버전이 좀 더 타이트하다. 약간 루즈하다 싶은 부분을 먼저 본 기자들이 지적을 하니 윤종빈 감독이 그걸 받아들인 것 같다. 배우들은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월권이니깐 못한다. 그덕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편집이 된 것 같다.


-차기작은 윤제균 감독의 SF영화 '귀환'인데.


▶윤제균 감독의 SF니깐. 감독님 작품은 언제라도 콜이라고 했다.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감독이다. 또 내가 언제 우주를 가보고, 우주복을 입을 수 있겠나. 어떻게 나올지 나도 궁금하다.


주요 기사

    연예-영화의 인기 급상승 뉴스

    연예-영화의 최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