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터뷰'는 시작하는 스타의 인터뷰입니다.
시작은 미약했다. 청소년 시절 길거리 캐스팅으로 우연찮게 소속사에 들어갔다. 어찌어찌 되는 일은 없었다. 그러다 한예종 사람들과 인연으로 독립영화 '동방불패'를 찍게 됐다. 인연은 이어졌다. '동방불패' 촬영감독 소개로 '귀' 오디션을 보게 됐고, '귀' 그립팀장 소개로 '수상한 그녀' 오디션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오디션과 오디션. 드라마 '빛과 그림자'에는 쇼무용단에 고정단역으로 합격했다. 인복 덕이다. 인복에 노력으로 기회를 잡았다.
'리얼'도 기회와 노력으로 참여했다. 오디션이 있단 소리를 들었다. 고민했다. 오디션 조건에 노출이 필수였기 때문이다. 알려진 정보라고는 김수현이 주연이란 것 밖에 없었다. 김수현이란 이름 석자를 믿었다. 선택했으면 이유가 있겠지.
4300 대 1의 오디션 경쟁을 뚫었다. 선택했으면 후회하지 않는 성격이다. 쉽지 않았다. 마약 파티 뒤 베드신. 김수현과 베드신. 상의도 하고 고민도 나누고 싶었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속상했다. 후회는 하지 않으려 했지만 한동안 후유증이 상당했다.
하지만 '리얼'은 다음으로 이어졌다. 한지은(29). '리얼'에서 김수현의 여인으로만 소비됐던 그녀는 비로소 이름을 되찾았다. '리얼'을 보고 찾아온 현재 소속사 HB엔터테인먼트와 인연을 맺었다.
그리고 다시 오디션을 봤다. '창궐'이다. 조선의 변혁을 위해 애쓰다 죽은 세자의 아내인 경빈 역이다. 한지은은 "매력적"이라고 느꼈다. 누군가 구해주길 기다리는 수동적인 인물로 보일지 모르지만 한편으론 영화에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수동적으로 보일지, 주체적으로 보일지는, 자기 노력에 달렸을 것이라 믿었다.

'창궐'의 김성훈 감독은 믿고 맡겨줬다. 김성훈 감독은 "'리얼'을 봤다"며 "네가 소비된 것 같아 안타까웠다"고 말해줬다. 한지은은 "그게 어렵고 고마웠다"고 말했다. 촬영 도중 세상을 떠난 고 김주혁과도 한 장면을 같이 찍었다. 김주혁은 원래 '창궐'에 세자 역으로 특별출연할 예정이었다. 그게 마지막 촬영일 줄은 몰랐다. 펑펑 울었다.
강림대군 역을 맡은 현빈과 작업은 즐거웠다. 어쩌다 보니 '리얼'에서 김수현과 '창궐'에선 현빈과 호흡을 맞추게 됐다. '리얼' 때 김수현은 서로 베드신이 처음이다보니 배려는 크게 해줬지만 의지할 순 없었다. '창궐'의 현빈은 말수는 적지만 묵묵한 배려에 힘이 났다. 무엇보다 손에서 대본을 놓지 않는 걸 보고 많이 배웠다.
욕심을 내지 말자고 마음 먹었다. 한지은은 "일단 잘하자"고 마음 먹었다.
"원래 욕심이 많아요. 그런데 욕심을 내면 오히려 잘 안되더라구요. 욕심을 내려놓고 순간순간 주어진 것에 열심히 하는 게 좋더라구요."
'창궐' 촬영장은 처음에는 어색했다. 늘 단역으로 촬영장을 오갔기에 현장에서 눈치껏 알아서 해왔다. 처음으로 배려받는 주요 배역을 맡았더니 스스로 위축되는 자신을 발견했다. 한지은은 "내가 작아지는 걸 느꼈어요"라고 말했다.
'리얼'로 받은 상처를 다 털고 촬영에 들어가지 못한 탓도 있다. 다 털고 들어가고 싶었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창궐' 촬영은 한지은에게 그 상처를 다 털게 해줬다. 배려와 격려. 응원과 노력. 김성훈 감독을 비롯해 현빈, 김의성 등 배우들과 스태프. 모든 연기자들.
"야귀 역을 맡은 배우들이 너무 춥고 너무 고생이 많았어요. 저도 단역이었으니깐요. 그런데 정말 다들 너무 프로다웠어요. 카메라가 돌면 정말 무서울 정도로 달려들고 최선을 다하시더라구요. "
그렇게 또 배웠다. 그렇게 감사를 느꼈다. 영화 촬영으로 위로받았다.
한지은은 tvN드라마 '백일의 낭군님'에서 기생 애월 역으로 안방극장에도 얼굴을 알렸다. 원래는 세자빈 역할로 오디션을 봤다. 스태프 투표에서 한표 차이로 떨어졌다. 그래도 같이 해보고 싶으니 애월 역을 해보면 어떠냐는 제안을 받았다. 기회와 노력, 결과는 이어졌다. 한지은은 그렇게 뚜벅뚜벅 한 걸음씩 걷고 있다.
공효진 주연 영화 '도어락'도 오디션을 보고 합격했다. 오디션에 오디션의 나날이다. 그래도 행복하다.
이름을 되찾은 한지은의 필모그라피는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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