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20대·30대 미혼남녀 37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결혼 압박을 받은 적이 있는가'라는 물음에 70% 이상 결혼 압박을 받았다고 답했다. 그 중 압박을 가하는 사람으로 59.1%가 부모님을 꼽았다.
'어쩌다, 결혼' 역시 미혼남녀들의 현실 고민을 담고 있다. 이야기는 결혼에 대한 남녀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항공사 오너 2세 성석(김동욱 분)과 전직 육상요정 해주(고성희 분)는 부모의 성화에 못 이겨 나간 맞선 자리에서 만난다.
성석은 한 카페에서 편안한 차림으로 해주를 기다린다. 해주는 자리에 앉자마자 시계를 보고 딱 30분이라고 외친다. 두 사람은 각자 30분 동안 의자에 기대 잠을 자거나 휴대전화만 보고 있었다. 약속된 30분이 지나자 두 사람은 헤어진다.

해주와 성석의 인연은 여기서 끝인 줄 알았다. 밥집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술잔을 기울이며 결혼에 대한 각자의 사정을 털어놓는다. 성석은 해주에게 자신과 계약 결혼을 제안한다. 해주는 고민 후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성석은 아버지(최일화 분)의 유산을 상속받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기 위해 계약 결혼을 선택했다. 해주는 엄마와 세 오빠의 결혼 압박에서 벗어나 자신의 인생을 찾기 위해서였다. 두 사람은 3년 간 결혼하는 척 하기로 하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다.
계약 결혼임에도 재산분할각서 작성, 상견례 등 많은 일이 성석과 해주를 기다리고 있다. 또 결혼식장 예약, 청첩장 제작, 혼인신고 등 결혼 전 여러가지 절차가 있다는 것도 알려준다. 이에 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리기 전부터 진땀을 뺀다.

'어쩌다, 결혼'은 로맨틱 코미디 장르지만, 해피엔딩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현실적이다. 전통적인 결혼관이 아닌 현재 2030의 시선으로 달라진 결혼 가치관에 대해 솔직하게 그렸다. 과거에는 결혼을 안정적인 삶과 당위로 생각했다면, 영화 속에서는 결혼보다는 개인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대사에 집중하는 것을 추천한다. 박호찬, 박수진 두 남녀 감독이 함께 시나리오를 썼고, 성석과 해주의 대사는 두 감독이 직접 주고 받아 써내려간 현실적인 대사이기 때문이다. 여느 연인 관계에서 있을 법한 대사가 속속 등장한다.
물론 성석과 같이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계약 결혼을 선택한 설정과 결혼 전 재산분할 각서를 작성하는 것은 현 미혼남녀들의 공감을 자아내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재산분할각서 작성을 제외하면 주위로부터 결혼 압박을 받고 있는 현실 미혼남녀들과 똑같다. 현 2030이 가진 결혼 가치관에 대해 충분한 공감을 느낄 수 있다.
2월 27일 개봉.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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