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다시, 봄', 착하기만 한 타임슬립 판타지

많고 많은 타임슬립 무비 속, 또 한편의 타임 슬립 영화가 나왔다. 이번에는 하루씩 시간이 뒤로 돌아가는 타임 리와인드다.

소중한 딸을 잃게 된 여자. 사는 게 의미 없어 자살을 시도한 그녀는 목숨을 잃지 않고 깨어났다. 눈을 뜬 것은 어제의 나. 자살에서 살아남은 여자의 시간이 하루씩 뒤로 가기 시작했다.

싱글맘 은조(이청아 분)는 끔찍한 사고로 딸을 잃은 뒤, 죽지 못해 살아간다. 치매 노인의 잘못으로 수련회에 갔던 유치원생 딸이 물에 빠져 죽었지만 치매 노인은 병을 이유로 감옥이 아닌 요양원에서 지내고, 은조는 이를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세상은 바뀌지 않고 그녀는 자살을 결심한다.

죽기로 결심하고 함께 세상을 떠날 동지들을 만난 날, 우연히 함께 모인 4명의 동지 중 자신의 딸을 죽인 노인의 아들 호민(홍종현 분)이 함께였다. 운명의 장난처럼, 은조는 죽지 않고 어제에서 깨어나 이미 살았던 하루를 다시 살아간다.

매일 매일 하루씩 시간이 뒤로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은조는 딸에게 사고가 난 그날로 돌아가 딸을 구하고자 결심한다. 그렇게 하루하루 뒤로 시간이 뒤로 가고 눈을 뜨면 뒤로 가는 일은 약 7년간 계속 돼, 딸을 낳기 전으로 돌아간다. 이제 뒤0로 리와인드 되는 인생을 끝내고 다시 앞으로 돌아가 딸과 행복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었던 은조는 호민의 인생까지 바꾸기 위해 목숨까지 건다.

'다시, 봄'은 어제를 살게 되는 모습을 그리며 '오늘'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하루씩 뒤로 돌아가는 시간 여행 앞에서 무력한 은조는 진정한 행복을 알게 되고, 자신의 행복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행복까지 배려하게 된다.

오랜만에 영화로 돌아 온 이청아는 특유의 감성연기로 눈길을 끈다. "아직 엄마가 돼 보지 못해 모성애 연기를 어떻게 할지 몰랐다"라고 힘든 감정을 토로했던 이청아는 자신만의 연기로 딸을 지키고 싶어하는 은조의 모습을 잘 표현해 냈다. 홍종현은 '매일 내일로 가는' 은조를 매일 처음 보는 남자로 등장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 하지만 부상으로 운동을 포기한 유도선수라는 클리셰 가득한 인물 설정은, 무뚝뚝한 호민 캐릭터의 매력이 되지 못해 아쉽다.

타임슬립 장르는 기본적으로 '판타지'를 깔고 있다. 시간여행으로 인해 '행복의 의미'를 깨닫는 잔잔함이 영화의 중심내용이지만 딸을 구해야 하는 설정이 영화에 녹아있다보니, 판타지적 웃음이나 재미는 찾기 힘들다. 은조가 추구하는 것이 자신의 행복이 아닌 딸의 탄생과 타인(호민)의 행복이라는 설정은 착하지만 재미나 감동을 전하는 것은 아니다. 은조가 미혼모가 되지 않을 수도 있었고, 매일 뒤로 가는 일상에 더욱 기발한 상상력을 더할 수도 있었을 텐데 마냥 착하기만 하니 맥이 풀린다.

'다시, 봄'은 이청아의 모성애 연기가 인상적이지만 영화는 로맨스도 스릴러도 그렇다고 코미디도 아닌 그저 잔잔하고 착한 영화가 되고 말았다.

4월 17일 개봉.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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