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문소리가 '낫심' 이후 1년 만에 연극 '사랑의 끝'으로 무대에 올랐다. 그는 지루해질 법한 순간, 흐름을 바꿔놨다. 문소리 이름 석자는 명불허전 그 자체였다.
문소리는 지난달 7일부터 26일까지 우란문화재단 우란2경에서 연극 '사랑의 끝'으로 관객과 만났다. '사랑의 끝'은 뜨겁게 사랑했던 남녀의 냉혹한 이별의 순간을 파격적인 구성과 연출로 그려낸 작품이다. 러닝타임 115분 동안 전반부는 남자, 후반부는 여자의 긴 독백만으로 이루어지는 신개념 모놀로그 극으로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프랑스 극작가 겸 연출가인 파스칼 랑베르가 각본을, 극의 연출은 2016년 국립극단 연극 '빛의 제국'을 국내에 선보였던 프랑스 연출가 아르튀르 노지시엘 그리고 문소리, 지현준의 만남으로 시너지를 배가시켰다.
'사랑의 끝'은 독특했다. 남녀 배우 각자의 독백으로 꾸민 무대는 대사를 주고받는 여느 공연에 익숙한 이들에게 신선함을 안겼다. 이야기는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남자와 여자의 서로 다른 시점에서 이별의 순간을 그렸으며 헤어짐이 얼마나 힘들고, 잔인하고, 파괴적이며 고통스러운 것인지 여실히 보여줬다.

문소리는 극중 냉혹한 이별을 마주한 여자 주인공으로 분했다. 그는 5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대사를 45분 동안 독백으로 쏟아냈다. 낮은 목소리로 시작해 격앙된 목소리로 이별을 고한 남자에게 분노를 퍼붓는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별의 아픔과 처절함을 온몸으로 표현해냈다.
문소리의 연기력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익히 그의 탄탄한 연기력은 영화 '오아시스'(감독 이창동), '여배우는 오늘도'(감독 문소리),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감독 장률)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입증된 터. 그런 그가 '사랑의 끝'을 통해 또 한 번 연기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순간을 그렸다. 주고받는 연기가 아닌 독백, 그의 목소리 하나만으로 극에 빨려 들어가게 만들었다. 아니, 빨려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사랑의 끝'은 남자 배우의 독백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45분 여간 독백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별을 마주한 남성의 관점에서 그려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45분 여간의 남자 배우의 독백이 끝나고, 문소리의 독백이 시작된다. 흔히 표현하는 공기의 흐름을 바꾼다는 것이 문소리의 연기에서 느껴졌다. 관객들의 숨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였으며, 최소한의 움직임조차 없었다. 또 문소리의 말 하나하나, 디테일한 표현에 눈을 깜빡거릴 틈도 없었다.
'사랑의 끝'은 특별한 무대 장치 없이 관객과 1m도 채 안되는 거리에서 연기를 선보였다. 문소리는 소품을 이용하지 않았으며 의상도 단 한 벌이었다. 리얼리티를 강조하기 위해 메이크업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목소리로만 이별을 마주한 여성의 모습을 그려냈다. 소리 없이 눈물만 흘린다든지, 격앙된 목소리로 이별의 처절함을 표현했다. 중간중간 격해진 감정으로 차진 욕을 선보이는 것은 덤이다. 움직임 역시 최소화했다. 문소리의 동선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기에 목이 아팠을 정도였다.

문소리는 스타뉴스에 '사랑의 끝'을 선택한 이유로 도전을 꼽았다. 그는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것과 연극 무대에 서는 건 느낌이 다르다. 둘 다 매력있는 작업이다. 그렇지만 '사랑의 끝'은 준비 과정부터 나에게 큰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올해 데뷔 20년 차를 맞은 문소리지만, 그에게 있어 '도전'은 늘 갈망하는 것이었다.
문소리는 올해 영화 '배심원들'(감독 홍승완)을 시작으로 '메기'(감독 이옥섭), 예능프로그램 '가시나들', 연극 '사랑의 끝'으로 열일 행보를 이어왔다. '가시나들'은 생애 첫 예능프로그램 출연이었다. '가시나들' 첫 방송을 앞두고 만났던 문소리는 설렘보다 걱정이 더 많아 보였다.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비추어질지 예측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려와 달리 그는 호평을 받았다.
문소리는 배우 말고도 감독이라는 직업도 가지고 있다. 지난 2017년 개봉한 '여배우는 오늘도'에서 주인공으로 출연한 것 뿐만 아니라 첫 연출을 맡았다. 연기를 펼치던 배우가 직접 연출을 맡는다는 것은 어려움이 따른다. 현장 전체를 이끌 수 있어야하며, 배우들의 동선 등 모든 사항을 먼저 알고 솔선수범 해야하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든 문소리에게 '도전'은 갈망이다. 문소리는 "요즘 다양한 캐릭터들을 만나면서 연기를 즐기고 있다. 그 과정이 마냥 즐겁다. 연기 뿐만 아니라 재미있게 도전할 수 있는 일들을 찾고, 해나가고 있다. 어떤 형태의 작업이든 재밌는 것을 좋은 사람들과 하다보면 의미가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감독 문소리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까? 답은 YES다. 문소리는 "또 다시 연출을 재밌게 작업할 기회가 생긴다면 할 것이다"라고 했다. 배우 문소리 그리고 감독 문소리가 선보일 팔색조 매력에 대해 기대감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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