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선 시각, 새로운 시선으로 보는 영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휩쓴 올해 극장가에는 여러가지 진풍경이 벌어졌다.
지난 4월 28일과 29일 영진위 통합전산망에 집계 결과 박스오피스 1위는 아직 개봉하지 않은 영화 '저 산 너머'(감독 최종태)가 차지했다. 4월 30일 개봉한 이 영화는 유료 시사회 만으로 이틀간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것이다. 한국 영화가 개봉하기 전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28일 2826명, 29일 4919명을 각각 모았다.
정상적인 극장가에서 하루 2826명을 유료 시사로 모으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극장 일일 관객수가 1만 명대까지 떨어지며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 코로나19가 만들어낸 기록이다.
재개봉한 영화 '라라랜드'가 장기간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재개봉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는 '어벤져스' 시리즈가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줄세우기 하기도 했다.
한국 영화가 개봉을 연기하며 박스오피스 1위부터 10위까지 작품이 모두 외화로 채워지기도 했다. 개봉을 연기한 한국영화 대신 예정대로 개봉한 외화와 재개봉작들이 박스오피스를 채운 것이다.
영화 '사냥의 시간'은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행을 택했다. 해외 배급 문제 등 잡음이 있었지만, 지난 4월 23일 전세계 190개국에 동시 공개 됐다. 한국 상업 영화가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OTT서비스를 택한 최초의 기록이 됐다.
극장 내 관객수가 줄어들며, 극장이 그 어느 곳보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합한 공간으로 거론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상영회차를 줄이는 등 극장도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영화를 혼자 봤다는 인증글이 심심찮게 올라왔다.
국내 최대 규모의 멀티플렉스 CGV는 통대관 이벤트를 실시했다. 관객 감소로 객석점유율이 1~2%대까지 떨어진 시간대의 상영관을 영화 1편(2시간 2인 기준)에 3만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통째로 빌려주기도 했다.
이처럼 코로나19는 그동안 한국영화계에서 볼 수 없었던 진풍경을 만들어냈다. 전세계가 고통 받는 가운데, 영화계도 움츠려 있었지만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줄어들면서 정상화에 시동을 걸고 있다.
개봉을 미뤘던 영화들이 개봉날짜를 확정하며 영화 '침입자', '도굴' 등이 각각 5월과 6월 관객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또 CGV가 코로나19로 인해 문 닫았던 36개 극장을 다시 열고 이어 메가박스도 영업을 중단했던 지점의 영업을 재개하며 다시 극장이 붐빌 날을 기다리고 있다. 1만 명대까지 떨어졌던 일일 관객수가 지난달 30일, 무려 47일만에 10만명대를 다시 기록했다.
그 어느 때보다 기나긴 겨울을 보냈던 극장가가, 5월의 시작과 함께 정상화 기지개를 펼 수 있을지 주목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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